킹덤 컴2 "압도적 재미 앞에 불편함은 무의미"

최은상 기자 2025. 2. 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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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중세 시대극과 정통 RPG 요소가 만나 최상의 맛을 자아낸다

1편이 출시된 이후 6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끝에 '킹덤 컴: 딜리버런스2(이하 킹덤컴2)'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원작에서 느꼈던 리얼한 중세 시대의 모험을 다시 한번 경험할 생각에 밤잠을 설쳤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6년이라는 긴 기다림은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만큼 퀄리티 좋게 잘 뽑혔다. 킹덤컴2는 전작보다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게임 외적으로나 인게임적으로나 모두 발전했다.

웰메이드 중세 시대극 위에 시스템적으로 잘 만든 정통 RPG가 섞여 최상의 맛을 자아낸다. RPG 장르 특유의 성장 체감은 뚜렷하고, 도파민이 폭발하는 성취감도 뛰어나다. 성장 동력이 확실하다.

다만,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형태는 아니다. 중세 시대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다 보니 최신 게임과 비교하면 불편한 요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요소가 킹덤컴2의 아이덴티티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취향만 맞는다면 수 백 시간을 즐겨도 질리지 않을 명작이다. 볼륨 자체도 충분한데다가 사이드 스토리, 캐릭터 육성 등 여러 가지로 즐길 거리가 많은 덕분이다. 오히려 하다 보면 불편함이 재미로 느껴질 정도로 콘셉트에 충실한 매력을 지녔다.
 

장르 : 오픈월드 ARPG
출시일 : 2025년 2월 5일
개발 : 워호스 스튜디오

유통 : 딥 실버
플랫폼 : PC, PS5, Xbox



■ 불편함? 웰메이드 중세 시대극이다

- 어떤 식으로 즐길지는 전적으로 유저 본인에게 달렸다

킹덤컴2는 오픈월드 ARPG지만 넓게 보면 중세 시대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내러티브 중심의 시뮬레이션 게임에 가깝다. 이 사실적인 묘사가 몇몇 이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오겠지만, 이는 중세의 경험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고 의도한 장치다.

장단점은 있다. 사실적이고 깊은 맛을 우려내지만 근래 게임들에 비하면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명확한 동선을 제시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명쾌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야기의 큰 줄기만 있을 뿐 어떤 식으로 즐길지는 전적으로 유저에게 달렸다.

킹덤컴은 여타 RPG 게임과 다르게 아무 능력도 없는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특징이 있다. 주인공 헨리는 단순한 대장장이의 아들일 뿐, 영웅의 자질을 타고났다거나 신비로운 능력이 있는 인물이 아니다. 

헨리는 다른 NPC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물로 설정된다. NPC 역시 길을 걸어 다니는 거렁뱅이로 헨리를 취급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함이 킹덤컴2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정말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중세 시대 생활이다 

더럽고 냄새나는 옷을 입고 다니면 NPC들이 주인공을 피해 다니고, 품위와 품격이 있는 복장을 착용하면 존중의 태도를 보인다. 때로는 말투에 시비가 붙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현실 속 '나'처럼 선택 하나 하나가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대화 선택지를 골랐고, 특정 퀘스트를 수행했는가에 따라 스토리 진행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날씨나 시간에 따라 활동 범위를 바꾸는 NPC나 열쇠를 훔치고 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자물쇠가 바뀌어 버리는 등 사실적인 게임 환경도 사실적인 체험에 깊이를 더한다.

이와 같은 디테일한 시스템이 빠른 전투와 성장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어딘가 구식 게임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분명 재밌고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게임이지만,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다소 호불호가 갈린다. 

 

■ 정통 RPG 요소 유지, 중세 콘셉트에도 충실하다

- 정통 RPG의 장르적 요소에 상당히 충실하다 

사실적인 중세 역사극 형태를 띠면서도 정통 RPG의 장르적 요소 역시 시스템적으로 잘 구현했다. 일반적인 RPG 게임처럼 힘, 민첩, 활력 등의 기본 스탯은 물론, 화술, 매력, 완력, 강압 등 여러 부차적인 능력을 키워나간다.

더 넓게 제작이나 연금술, 은신, 생존과 같은 생활 기술부터 검, 활, 폴암 등 전투 기술까지 분야별로 다양하다. 각 항목은 관련 활동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레벨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일정 레벨을 달성할 때마다 기술 포인트를 얻어 '퍽'이라는 일종의 추가 능력을 얻는다.

퍽의 능력은 강력하지만 중세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형태는 아니다. 가령, 연금술 '물약 상인' 퍽은 물약 판매 가격 30% 증가하고, 승마술의 '바람의 기수'는 길이 아닌 곳에서 달릴 때 지구력 소모가 5% 감소한다. 오히려 중세 라이프를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 향후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다양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여타 RPG처럼 정해진 직업군이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유저마다 돈을 벌고 능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유동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몰입감을 자랑한다. 이런 높은 자유도가 수 십, 수 백 시간을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 비결이다.

화술이나 매력, 명성 등은 어떤 대화 선택지를 골랐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등락이 결정된다. 이런 스탯들은 기술이나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선택지의 폭을 늘려준다. 

일부 NPC는 플레이어의 명성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회유가 가능하다. 도움말에서 "전투만이 정답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높은 화술을 보유했다면 싸우지 않고, 말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하나의 능력을 단련하면 그에 맞는 평판이 쌓이고 그 명성은 점점 퍼져나간다. 처음에는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거렁뱅이 부랑자였다면 기술을 연마해 나가며 그 위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정교하게 구축된 중세 사회에 소속된 기분을 선사한다. 

- 다양한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중요하다 

 

■ 다채롭고 풍성한 퀘스트와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

- 다시 한번 위험한 음모에 휘말린 헨리 

킹덤컴2의 스토리는 전작의 결말 직후부터 시작된다. 보헤미아 왕 시기스문드에 맞서 싸울 지원군을 확보하기 위해 헨리와 한스 카폰은 트로스키 성으로 향한다. 그 사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며 다시 한 번 위험한 음모에 휘말린다.

킹덤컴2의 서사는 전작과 직접적으로 연결돼있지만, 전작의 주요 사건을 회상하는 장면 등을 통해 신규 플레이어도 쉽게 전후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스토리를 진행함에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다.

큰 줄거리를 따라 파생되는 사이드 퀘스트 스토리와 디자인은 킹덤컴2의 백미다. 수행 방식이나 다양성, 그리고 볼륨면에서 여타 RPG게임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분량과 깊이를 자랑한다. 

메인 퀘스트라인이 아닌 사이드 스토리에도 컷씬과 더빙이 한땀 한땀 담겨 있을 정도니 말이다. 덕분에 단순히 보상을 위해 치워야 하는 숙제로 느끼지 못한다. 매 순간을 집중하며 게임에 몰입하게 만든다. 

높은 퀄리티의 사이드 퀘스트는 유저 스스로가 직접 찾아다니게끔 만드는 동기를 제공한다. 몇몇 사이드는 분량이 메인 퀘스트에 버금갈 정도로 압도적인 볼륨을 자랑한다. 전개 역시 뻔하지 않다.

주인공 헨리가 보유한 능력과 자원, 이전에 골랐던 선택지에 따라 퀘스트의 흐름은 여러 양상으로 흐른다. 화술의 능력치가 부족했거나 명성이 딸려 선택한 행동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게임 시스템과 맞물려 중세 사회 간접 체험을 제공한다.

- 선택지에 따라 명성을 잃게 되는 점이 재밌다

 

■ 세계관 몰입 강화하는 다양한 시스템

- 빠른 이동은 오픈월드의 불편함은 덜어내고 킹덤컴2만의 매력을 잘 담아냈다 

빠른 이동 기능은 오픈월드 특유의 불편함을 덜어내면서도 킹덤컴2만의 매력은 잘 담아냈다. 목적지를 클릭하면 빠르게 이동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때 무작위로 도적이나 늑대가 습격하거나, 습격당한 NPC를 도와주는 등의 여러 이벤트가 발생한다. 몇몇은 일정 확률로 못 본 척 지나가는 선택을 내릴 수 있는데, 편의 기능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독특한 저장 시스템 역시 몰입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다. 게임을 저장하려면 특별한 아이템을 소모하거나 주요 퀘스트를 완료, 혹은 침대가 있는 여관 등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 저장에 제약이 있다는 의미다.

저장 아이템이나 여관을 이용하기에는 초반에는 자금이 없기 때문에 마음껏 사용하기 어렵다. 초반을 넘기면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초반 긴장감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저장의 제약은 많은 유저들이 불편하게 느낄 대목이지만, 킹덤컴에서는 매력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 전투는 후반으로 갈수록 맥이 빠진다 

전투는 1편에 비해 훨씬 직관적으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까다롭게 느껴지는 대목이 많다. 헨리의 성장이나 착용한 무기. 컨트롤 여하에 따라 파고들 여지는 있다. 다만 기존 ARPG의 화려한 액션을 생각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은 크다. 

신선함은 살아있다. 적의 공격을 예측하여 블로킹하고, 반격을 가하는 등 펜싱에서 합을 주고 받는 것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늘 먹던 맛은 아니지만, 중세 냉병기 시대의 전투를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킹덤컴답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도둑질 등 범죄 시스템도 중세 세계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뛰어난 현실성을 보인다.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특정 장소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으면 NPC에게 의심을 받거나 심하면 신고된다. 불시검문을 받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도둑질의 메리트가 너무 크다 보니 초반 선택지가 크게 좁혀지는 문제가 불거진다.

- 초반 도둑질의 메리트가 너무 커서 안 할 수가 없다 
장점

1. 중세 시대의 사회상을 멋스럽게 반영한 웰메이드 시대극이다
2. 정통 RPG 요소를 충실히 지키면서도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3. 스토리 볼륨이 크고, 몰입감이 뛰어나다 



단점

1. 모두가 재밌게 즐기기에는 불편한 요소가 많다
2. 전투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맥이 빠진다
3. 도둑질의 이점이 매우 커서 초반 의존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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