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타격 기계, 다시 기름칠 끝났다… 최악 찍은 김현수, 재기 신호탄 쏘며 LG 애리조나 캠프 마무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데뷔 직후부터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건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성적을 15년 이상 이어 가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선수들에게는 ‘레전드’라는 영예로운 칭호가 붙는다. 김현수(37·LG)도 그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충분히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2006년 두산의 육성 선수로 입단해 2007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김현수는 2008년을 기점으로 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로 올라섰다. 뛰어난 안타 생산 능력에 금세 ‘타격 기계’라는 영예로운 칭호가 붙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기적 같은 전승 금메달의 주역 중 하나였다. 똑딱이라는 비아냥은 파워가 붙고, 20홈런 시즌을 만들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리그 최고의 득점 생산력을 갖춘 타자 중 하나였다.
김현수의 전성기는 화려하고, 길게 이어졌다. 2015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 2년간 미국에서 뛰기도 했다. 대성공은 못했지만, 타율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웠다. 2018년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총액 115억 원에 계약하며 화려하게 컴백한 김현수는 2018년 타율 0.362, 2020년 0.331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FA 4년을 잘 마친 김현수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4+2년 총액 115억 원에 계약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라운드에서 뛰어난 기량은 물론, 팀 내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며 구단 관계자들과 코칭스태프들의 칭찬을 한몸에 모았다. 그런데 그런 타격 기계에 이상이 발견된 건 2023년부터다. 전체적인 득점 생산력이 뚝 떨어지면서 오히려 팬들에게 비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김현수의 통산 조정 득점 생산력(wRC+)은 무려 140에 이르고, 2022년에도 146.5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이 수치가 114.4까지 떨어졌다. 절치부심하며 2024년을 준비했지만 성적은 더 떨어졌다. 김현수는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0.294, 8홈런, 69타점, wRC+ 104.7에 그쳤다. 득점 생산력이 리그 평균보다 5% 정도 높은 데 그친 것이다. 당연히 김현수 경력에서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에 김현수도 주전이 보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있었고, 4+2년 115억 원의 계약이 걱정된다는 여론도 있었다. 결국 선수 자신이 클래스를 재입증하며 보여줘야 모든 논란이 끝날 일이다. 김현수도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고, 컨디션이 좋은 상황에서 캠프를 맞이하고 있다는 자신감 속에 팀의 1차 캠프가 열리는 애리조나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야수 최우수선수(MVP)가 되어 있었다.
LG트윈스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실시한 2025년 1차 전지훈련을 종료했다. 1월 23일부터 2월 21일까지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ISP (Indian School Park) 구장에서 실시한 1차 전지훈련에는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 18명, 선수 42명이 참가했다”면서 “이번 2025년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서는 파트별 수훈선수 6명을 선정했다. 수훈선수로는 투수 김영우, 포수 박민호, 내야수 문보경, 외야수 김현수, 타격 이영빈, 주루 구본혁이 선정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통 1차 캠프는 신예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시기다. 신예들은 자리를 잡기 위해 최대한 일찍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 당연히 더 몸이 가벼울 수밖에 없고, 연습경기 성적도 더 좋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베테랑 선수들은 시즌 개막에 모든 시계를 맞춰놓고 캠프를 보낸다. 아무래도 지금을 사는 신예 선수들이 1차 캠프에 MVP를 타는 경우가 많다. 신예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일부러 MVP를 그렇게 주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LG는 달랐다. 김현수가 1차 캠프 MVP를 수상한 것이다.

김현수의 남다른 각오를 느낄 수 있었고,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야수 쪽에서 특별한 전력 보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는 LG다. 하지만 김현수가 2022년 정도의 타격 성적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지난해보다 타격이 강해지는 효과를 얻는다. 성공의 비결을 알고 있고, 성공의 경험이 있는 선수이기에 더 큰 기대가 걸린다.
한편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캠프에 이어 전체적으로 집중력 있는 캠프가 된 것 같다. 집중력 있는 캠프를 하면서 개개인이 좋은 성과를 올린 것 같고, 캠프 후반 장현식의 부상이 조금 아쉽지만, 선수단 전체적으로는 큰 부상 없이 잘 치른 것 같다”고 애리조나 1차 캠프를 총평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52억 원이라는 거금에 영입된 우완 불펜 투수는 캠프 막판 일상적인 보행 중 발을 헛디뎌 발목 인대에 문제가 생겼다. 뼈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막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팀이 비상에 걸렸다. 다만 장현식을 제외하면 모두 건강하게 1차 캠프를 마쳤다.
이어 염 감독은 “이번 캠프는 3가지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첫 번째 소통, 두 번째 개개인의 기술적 부분의 정립, 마지막으로 시즌을 치루는 루틴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했는데,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였고, 훈련을 진행하면서 기술적인 부분과 루틴이 만들어지는 캠프가 되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차 전지훈련을 종료한 LG트윈스 선수단은 2월 24일부터 3월 5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실전 위주의 캠프로 시범경기 엔트리를 추리는 중요한 무대다. LG는 2월 27일 킨구장에서 KIA, 3월 1일 아카마구장에서 삼성, 3월 2일 기노자구장에서 kt, 그리고 3월 4일 기노나구장에서 SSG와 연습경기를 치른다. 네 차례의 연습경기로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한 뒤 귀국해 시범경기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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