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안 좋은데" 왜 일본까지 가나 했더니…'원정치료' 이유 있었다
[편집자주] 더이상 세포치료를 위해 해외로 원정치료를 가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도 희귀·난치질환 환자는 줄기세포, 면역세포로 치료할 수 있게 문호가 확대돼서다. 첨단재생의료의 연구대상자 제한도 사라진다. 기존에는 희귀·난치질환 환자 대상으로만 연구가 가능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확대되고 첨단재생의료 관련 기술과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첨생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변화와 기대 효과, 의료기관 등의 준비상황 등을 살펴봤다.

일본은 '재생의료 선진국'으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재생의료 안전성과 접근성을 법제화한 특화 법률을 만들었고, 현재도 필요한 부분을 손보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도 희귀·난치질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인 개정안을 마련했단 점은 고무적이지만 치료제도 신설 등 변화와 관련된 보완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재생의료 선진국' 일본, 선제적 법제화…혁신의약품 국가적 지원
2010년 재생의료 규제가 없던 당시, 원정 치료차 일본을 방문했던 70대 한국인 환자가 줄기세포 투여 후 폐동맥 색전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현지에선 연구 단계의 줄기세포 투여가 의사 재량에 따라 '자유진료' 형태로 이뤄지는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진료는 후생노동성이 승인하지 않은 치료나 의약품을 사용해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진료도 환자와 의료기관 간 동의를 거치면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진료 내용과 비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일본이 재생의료 치료 '원정지'로 떠오른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일본은 재생의료 임상연구와 자유진료를 관리하는 목적의 '재생의료안전법'을 2013년 마련, 이듬해 시행에 나섰다. 전 세계 처음으로 재생의료를 제도화해 환자에 적용한 사례다. 일본은 자유진료를 허용하면서도 이를 법의 틀 안으로 들여와 연구·치료 신고체계 등을 마련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엔 재생의료안전법 내 범주 외의 생체 내(In vivo) 단계의 유전자 치료도 정부 당국이 심의사항에 대해 현장점검 할 수 있도록 개정, 심의 공정성과 안전성을 보완 중이다.
후생성은 2015년 '선두주자'란 의미의 '사키가케(SAKIGAKE) 지정' 제도를 시행, 희귀·난치질환 혁신 의약품·의료기기·재생의료 제품의 △기초·임상연구 △치료·심사 △안전대책·보험적용 △해외진출 등을 적극 지원 중이다. 2022년부터는 재생의료 연구·개발과 제조기반 등에 2000억원을 투자하는 '재생·세포의료·유전자치료 프로젝트'도 추진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이 활성화됐다. 이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2020년 이후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승인을 받은 세포·유전자치료제는 13개로, 이 중 6개가 일본 자국 제품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문턱을 넘은 제품은 4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모두 외국 제품이다.
◇'첨생법 개정안' 시행…치료비 부담·의약품 진입 등 '보완 필요'

한국과 일본은 재생의료 연구·치료계획 적합성에 대해 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가 필요하단 절차는 같지만 운영 방식 등에선 차이가 있다. 일본은 전국에 166개(지난해 9월말 기준)에 달하는 '(특정)인정 재생의료 위원회'를 운영하고, 한국은 중앙 부처에 심의위가 단일 운영된다. 일본은 심의위 조직이 지자체 단위로 쪼개져 설치, 심사가 진행돼 연간 약 10만명이 재생의료 치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안전관리 측면에선 국내 제도가 앞선다. 일본은 위험도가 낮은 치료는 지역 단위에서 심사하고 고위험 치료는 인정위 심사를 거쳐 후생성에 보고되는데, 후생성은 재심사 없이 통계 관리 정도만 관리하고 있다. 이에 진료 자유도는 높지만 안전성 측면에선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반면 한국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첨단재생의료 안전성 모니터링·이상반응 조사 △임상연구 장기추적조사 등을 수행, 국가 차원에서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한 상태다.
국내의 경우 이제 막 개정안이 시행된 만큼 보완책도 필요하다. 특히 환자 부담이 큰 고액의 치료비에 대해 평균 가격이 형성돼야 한단 의견이 나온다. 비급여인 첨단재생의료 치료는 재생의료기관에서 비용을 산정하고 환자 측이 전액 본인 부담해야 한다. 신꽃시계 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국장)은 본지 통화에서 "시술 종류가 다른 만큼 정부가 청구 비용 수준을 먼저 제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심의 과정에서 비용 관련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의료기관별 비용 데이터를 비교해 무리한 청구가 불가하게끔 체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개발 관련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있다. 개별 치료가 아닌 보편적 치료 관점에서의 전환을 위한 지원 강화가 있어야 한단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목표하는 종착지는 의약품 허가를 통한 보편적 사용"이라며 "심의 과정에서 의약품화될 수 없는 타당한 이유를 판단해 심의에 반영할 계획이다. (개정안 내)임상과 치료의 분리 목적은 최대한 많은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진입시키기 위한 데 있으며 추후 보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21일부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개발 등 재생의료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 규모는 2021년 120억달러(약 17조2500억원)에서 2030년 670억달러(약 96조3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대상이 모든 질환으로 확대되면서 CGT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좀 더 빨리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대체치료제가 없는 중증, 희귀, 난치 질환자에게 임상 단계에 있는 의약품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 신약을 조기 상용화함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국내 세포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 지씨셀은 이미 시판 중인 간암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의 적응증을 넓히는 데 첨생법 개정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뮨셀엘씨주는 2007년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 항암 면역세포치료제다. 현재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씨셀은 2023년 12월 국내와 호주에서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을 받은 동종 유래 키메라 항원 수용체-자연살해(CAR-NK) 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GCC2003'의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지씨셀 관계자는 "상업화 이후에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이뮨셀엘씨주가 지금은 간암 적응증만 획득한 상태지만 이번 첨생법 개정안을 통해 다양한 암종 환자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지씨셀의 CAR-NK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인 'GCC2004'와 'GCC2005'도 지난해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되어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개발(R&D)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차바이오텍은 첨생법 개정안에 힘입어 자가 유래 NK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 'CHANK-101'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CHANK-101은 간암과 재발성 교모세포종(rGBM)에 대해 기존 임상 1상을 마친 'CBT-101'의 제조 공정을 개선한 파이프라인이다. 치료 허가를 받아 환자 투약이 이뤄지면 즉시 수익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첨생법에 근거해 CHANK-101을 간암 등 다양한 고형암 대상으로 치료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2세대 암 반응성 종양침윤림프구(TIL) 세포치료제인 'CHATIL', 난소노화 줄기세포치료제 'CHAUM-101-OA', 파킨슨병 자가유래 핵치환 줄기세포 치료제 'NTESC-101' 등의 파이프라인도 첨생법 임상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첨생법상 고위험 임상 연구에 속하는 제대혈 줄기세포 아토피 치료제 '퓨어스템-에이디 주'와 골관절염 치료제 '오스카'(OSCA)를 난치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줄기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 임상 연구뿐 아니라 자사의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시설을 통한 줄기세포 제조공급계약도 진행할 계획이다.
강스템바이오텍 관계자는 "첨생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퓨어스템-에이디 주와 오스카를 임상연구에 활용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임상연구 협력 병원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임상연구 제조비 확보, 세포치료제 공급매출 발생, 현장 임상 데이터 확보 및 누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첨생법 개정안 시행으로 인한 시장 변화의 흐름이 한국 바이오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관계자는 "첨생법 개정안 시행으로 재생의료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CGT 치료제를 연구하는 기업들뿐 아니라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서 독성시험을 제공하거나 위탁생산(CMO) 사업을 하는 기업 등도 부수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며 "최근 정부가 키우려고 하는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활성화와 한국 바이오 시장의 확대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에 양질의 줄기세포 많아…365mc 올뉴강남본점,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허가 신청
"이전까지는 지방을 뽑아서 버렸어요. 그런데 뽑은 지방 안에 아주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많아요. 이제는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확보해 필요한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더 많은 환자들이 재생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인 365mc의 김정은 올뉴강남본점 대표원장(사진·48)이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1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시행을 앞두고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재생의료치료 분야로 진출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늘었다. 365mc의원 올뉴강남본점도 그 중 하나다. 365mc 자회사 모닛셀과 함께 양질의 줄기세포를 공급해 국내 재생의료 수준을 끌어올리고 환자 건강에 기여한다는 게 김 원장 포부다.
365mc 올뉴강남본점은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줄기세포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지방흡입 시술부터 줄기세포 분리·보관까지 한 번에 하는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1호점'을 개소했다. 지방흡입을 한 환자가 자신의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피부 탄력 개선과 조직 재생, 탈모 치료 등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장기 보관하는 '뱅킹' 서비스를 시행했다. 직접 추출해 최소조작으로 분리한 지방유래줄기세포(SVF)를 피부층에 주입해 피부 환경을 개선하는 '스킨부스터' 미용 시술도 시작했다. 최소조작을 한 줄기세포 미용 시술은 위험도가 낮아 이미 의료법 상 시술이 가능하다. 향후 역할 확대를 위해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허가도 신청했다.
김 원장은 "20년 넘게 지방 분야에 집중해왔는데 지방에선 양질의 줄기세포를 가장 쉽게, 많이 추출할 수 있다"며 "첨생법으로 재생의료시장이 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가 줄기세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의료기관인 이상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없어 줄기세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 줄기세포 함유량(100만개 유핵세포당)이 2만5602.5개로 말초혈 1개, 골수 46.5개, 제대혈 0.01개 대비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양질의 지방 유래 줄기세포 공급해 첨단재생의료·환자 치료 확대 기여할 것"
또 나이가 젊을수록 지방 내 줄기세포가 많은 등의 이유로 보관 수요도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줄기세포의 세포 재생 능력은 이론적으로 규명된 사실이고, 해외 유명 배우인 브래드피트는 공개적으로 노화 예방 등을 위해 줄기세포를 맞는다고 한다"며 "국내에서도 수요가 있어 우리 줄기세포센터를 통해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보관 중인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미용시술에 국한해 줄기세포 시술을 하고 있지만 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시장이 넓어지면 할 수 있는 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365mc 자회사 모닛셀과 협업해 줄기세포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021년 365mc와 모닛셀은 '365mc흡입지방연구소'를 설립하고 지방에 포함된 중간엽줄기세포(MSCs)의 재생능력에 주목해 줄기세포 추출 독자적 공정을 개발했다. 이에 모닛셀은 지난해와 올 1월 각각 '지방흡입용 조성물 및 이의 제조방법', '지방조직 유래 줄기세포 분리 및 동결 보존용 조성물' 특허를 취득했다. 모닛셀에서는 '뱅킹탱크'를 구축해 365mc 올뉴강남본점에서 추출한 지방을 보관 중이다.

김 원장은 "양질의 줄기세포를 일관성 있게 뽑지 못해 줄기세포 치료기관마다 동일한 효과를 못 내는데, 모닛셀에서는 살아있는 줄기세포를 많이 뽑는 기술이 있다"며 "추후 모닛셀의 세포처리시설을 통해 고품질 배양 지방줄기세포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의료기관에 줄기세포를 공급할 방침이다. 이미 의료기관들로부터 줄기세포 공급 문의가 오고 있다. 고려대 의대 재활의학 교실, W스타일치과와는 각각 SVF를 활용한 재활치료 개발과 임플란트 등 치과시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 중 재생의료기관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원장은 "허가를 받으면 첨단바이오의약품 제품 개발 원료공급 자격까지 받게 돼 줄기세포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것"이라며 "임상 범위도 넓혀나가 당뇨병성 합병증(예 당뇨발)처럼 비만 환자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세포치료 방식으로 개선하고, 첨단재생임상연구를 지속하며 새 치료 전략도 개발해 환자에 혁신적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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