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특산품은 아파트, 아파트? [전국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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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을 팩트체크 해야겠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60여 년 동안 가동된 이 공장이 부산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이 같은 뉴스가 보도되자 '부산은 이제 노인과 아파트' '부산 특산품은 아파트'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부산시는 슬그머니 계획을 철회하며 이렇게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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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을 팩트체크 해야겠다. 지금 이 코너 ‘전국 인사이드’의 소개는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은 서울보다 큽니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서 발굴하고 기록하는 이야기를 전하겠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한다(제875호 45쪽 전국 인사이드 첫 회 첫 문단 참조).
기특한 다짐이다. 그런데 정말로 한국이 서울보다 클까? 물론, 사실이다. 강남구가 압구정동보다 큰 것처럼, 종로구가 인사동보다 큰 것처럼, 당연하게도 한국은 서울보다 크다. 대한민국의 면적은 약 10만450㎢로, 서울의 605.2㎢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 〈시사IN〉은 왜 굳이 ‘한국은 서울보다 크다’고 선언했을까?
서울이 대한민국만큼, 혹은 그보다 크게 느껴져서다. 비단 느낌이 아니라, 이 역시 맞을 수도 있는 말이다. 한국 전체 면적에서 수도권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그런데 수도권 이외에 대한민국 대부분을 차지하는 땅에 사는 인구가 이상하리만큼 적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5100만명, 그 절반이 높은 밀도로 서울과 수도권에 모여 살기 때문이다. 그곳에 사람이 많은 만큼 목소리도, 인프라도, 기업도 크다. “서울이 한국보다 크다”라는 이상한 말에도 가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난해 10월, 부산지법의 판결에서 ‘탈부산’이라는 말이 나와 화제다. 무허가 시설을 설치해 주민들에게 분진·소음 피해를 준 목재 공장 대표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었다. 대표는 공장을 경남 지역으로 이전하고 싶었지만 당장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징역형이던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선처를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공장들이 자리 잡고 가동돼야 결국 부산 시민도 살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화롭게 해결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어 보인다. 사건 피고인의 판결이 공장의 탈부산화를 가속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지역 소멸을 법원마저 우려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비슷한 소식은 또 있다. 이번엔 밀가루 공장 이야기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60여 년 동안 가동된 이 공장이 부산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각종 주민 민원이 제기돼, 이를 견디지 못하겠다는 이유였다. 부산시는 이 부지를 2단계나 상향한 준주거시설로 용도변경을 추진하며 공장 이전을 돕는 모양새였다. 지난해 11월, 이 같은 뉴스가 보도되자 ‘부산은 이제 노인과 아파트’ ‘부산 특산품은 아파트’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부산시는 슬그머니 계획을 철회하며 이렇게 이유를 밝혔다. “향토기업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초고층 주거시설이 들어선다는 특혜 논란을 고려했다.”
‘블랙홀 서울’만 탓할 수 없는 까닭
밀가루나 목재뿐 아니라 철강 공장, 시멘트 공장 등 각종 공장이 떠난다는 뉴스가 지난해 내내 지역 뉴스로 보도됐다. 이렇듯 가속화하는 ‘탈부산’의 원인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 서울’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개발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진행되는 난개발이 결국 지방 소멸로 이어진다는 게 시민들의 더 큰 걱정이다. 실제로 공장, 백화점, 대형마트가 떠나버린 자리엔 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선다. 일터가 사라지니 청년들은 직장을 찾아 부산을 떠난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별개로 고려하더라도 우후죽순 들어서는 주거시설 난립이 결국 일자리 소멸,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서울보다 크다’라는 명제는 곧 거짓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의 타이틀은 이미 총생산 규모에서 수도권인 인천에 자리를 내줬고, 머지않은 미래에 인구 규모 역시 역전될 전망이다. ‘타이틀이 사라진다’는 것 정도야 뭐 그리 중요한 일이겠나. 더욱 암울한 것은, 지역 소멸의 큰 원인이 우리 안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윤파란 (부산MBC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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