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못 하는 암환자도 희망이…"파괴 대신 재생" 첨단치료 가능해졌다
[편집자주] 더이상 세포치료를 위해 해외로 원정치료를 가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도 희귀·난치질환 환자는 줄기세포, 면역세포로 치료할 수 있게 문호가 확대돼서다. 첨단재생의료의 연구대상자 제한도 사라진다. 기존에는 희귀·난치질환 환자 대상으로만 연구가 가능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확대되고 첨단재생의료 관련 기술과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1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첨생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변화와 기대 효과, 의료기관 등의 준비상황 등을 살펴봤다.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과 관절염 등 퇴행성 질환에 세포·유전자, 줄기세포 치료제의 역할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병을 이겨내지 못해 통증 등 이상 증상을 버티기만 하고 끝내는 숨졌던 환자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다. 연구 상업화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의사가 신약 개발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시행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의 기대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 확대다. 2020년 8월 제정된 첨생법은 치료제가 없거나 중대·희귀·난치 질환에 '연구 목적'으로 첨단재생치료를 허가한 법이다. 줄기세포, T세포·자연살해(NK) 세포 등의 세포 치료제,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제 등 첨단재생치료에 해당한다.
기존에는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만 치료받을 수 있었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대상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까지 확대된다. 임상 연구가 끝난 신약 중 유효성·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은 별도 심사를 거쳐 일반 환자도 쓸 수가 있다. 비급여라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본인 부담해야 하지만, 임상시험에 등록하지 못해 신약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환자에게는 치료 기회를 얻는 것이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지난 1월까지 승인된 42개 임상 연구는 모두 기존 치료에 별 효과가 없는 질환을 타깃으로 한다. 지난 1월 연구 승인을 받은 화순전남대병원은 '극악의 생존율'로 알려진 진행성 췌장암에 화학 항암제와 NK세포치료제의 병용 치료 효과를 파악한다. 췌장암 환자의 약 80%는 진단 시 암세포가 몸 곳곳에 퍼져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상태다. 이런 이유로 5년 생존율이 10~15%에 불과한데 기존 화학 항암제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 면역세포인 NK세포를 환자에서 추출, 증폭한 뒤 함께 투여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해 무릎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임상 연구를 지난해 7월 승인받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역분화를 유도하는 유전자를 이용해 성숙한 체세포를 미성숙한 줄기세포로 되돌린 것이다. 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활용해 3차원 연골세포 집합체(클러스터)를 만든 뒤 환자 무릎에 투여해 '수술 없는' 관절염의 완치를 노리고 있다. 이 밖에도 아프기 전 '건강한' 세포로 회귀가 가능한 줄기세포의 특성을 활용해 신체 노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소아조로증(인하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복수를 동반한 간경변증(순천향대서울병원), 입과 눈이 마르는 자가면역질환 쉐그렌 증후군(고려대안암병원), 말초동맥질환과 척수손상(세브란스병원), 교모세포종(분당차병원). 심근경색(서울대병원)처럼 치료가 힘든 병을 해결하기 위한 임상 연구들이 특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주지현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기존 약들이 대부분 억제하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면 첨단재생의료는 없던 걸 만들어내고 장기·조직을 옛날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제로 개념이 전혀 다르다"며 "앞선 치료제들이 장기 주변 환경을 변화시켜 간접적인 효과를 냈다면, 이제는 타깃의 직접 재생에 관여하는 후보물질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 환자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18회 국제연구·실험 및 첨단분석장비전, 제14회 국제의약품·바이오산업전, 제9회 국제화장품원료기술전을 찾은 관람객이 참가 업체 제품들을 살피고 있다./사진=[고양=뉴시스] 고승민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20/moneytoday/20250220170150351vlft.jpg)
두 번째는 의사 등 연구자의 연구 역량 강화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1상→2상→3상까지 10~15년의 시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제약사만이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신약을 출시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꼭 필요한 신약을 개발하고 싶어도 제약사가 거절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제약사가 환자 수 등을 고려해 수지타산이 맞는 신약을 의사에 의뢰해 임상시험 하는 방식(의뢰자 주도 임상시험)이 주류를 이뤘다.
첨생법 개정안은 연구자(의사) 주도 임상시험의 폭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환자 수가 적은 희귀·난치 질환도 소규모 임상 연구, 치료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면 관심 있는 제약사가 나오고, 기술이전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의사 등 연구자는 신약 개발에 뛰어들 유인책이 되고, 제약사는 신약 개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윈-윈'(WIN-WIN)이다.
주 교수는 "의사를 포함해 연구자들이 창업하는 이유는 결국 아무도 치료제를 자기 것처럼 개발해 키워주지 않으니 스스로 완성도를 입증해 기술을 이전하거나, 직접 개발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첨생법 개정안으로 신약 개발의 '중간 단계'가 생기면서 위험 부담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지정된 전국 112곳의 병·의원이 첨단재생의료와 치료제 개발의 '첨병'이 될 전망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강원 등에 폭넓게 분포돼 있고 규모도 동네 의원부터 일반 병원, 대학병원까지 다양하다. 실시기관으로 등록한 수도권의 한 병원 관계자는 "전담 조직 구성, 시설 및 장비 확보, 안전 관리 등에 6000만원가량을 투입했다"며 "줄기세포 등 재생 치료를 고려하는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하면 병원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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