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뷰] 美에 울고 中에 웃었다… 코스피·코스닥 상승 행진 ‘멈춤’
국내 주식시장에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린 하루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예산 축소 기조에 조선, 기계, 전력기기 업종은 하락한 반면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감에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업종은 강세였다.
대형주가 힘을 쓰지 못해 20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다. 전날보다 코스피지수는 17.46포인트(0.65%) 내린 2654.06을, 코스닥지수는 10포인트(1.28%) 하락한 768.27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8거래일 만에, 코스닥지수는 6거래일 만에 약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KRX 업종 지수 가운데 기계장비가 가장 큰 낙폭(-3.31%)을 기록했다. 지수 내 조선주(株) 부진이 두드러졌다. HD현대중공업은 주가가 하루 새 11% 넘게 빠졌다. 함께 ‘조선 빅3′로 꼽히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역시 약세였다.

지수 내 LS,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대한전선, 일진전기, 제룡전기 등 전력기기와 전선 기업들의 주가도 내림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하면서 ‘관세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방 예산 등을 감축할 수 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반대로 철강과 필수소비재,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상승했다. 현대제철과 POSCO홀딩스 등 철강주는 정부가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의 저가 공급 관련 조사에 곧 착수할 것이란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저가 제품이 덜 유통되면 철강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에스엠, JYP Ent. 등 엔터테인먼트사와 스튜디오드래곤, 디어유 등 콘텐츠 기업들은 일제히 1년 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중국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한한령을 풀 것이란 전망 덕분이다.
중국 시장 기대감에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토니모리, 한국화장품제조, 마녀공장 등 화장품주도 전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개인만 ‘사자’에 나섰다.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은 2978원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714억원, 1217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은 3522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210억원, 1231억원 매도 우위였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LG에너지솔루션과 KB금융만 전날보다 주가가 올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등은 모두 약세였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선 에코프로비엠, 휴젤만 강세를 나타냈고 알테오젠과 HLB 등은 전날보다 낮은 주가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급등한 이후 단기 차익 실현과 매물 소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지수뿐만 아니라 유럽 STOXX600지수나 홍콩 항셍지수 등도 미국을 제외한 증시에서 차익실현 움직임이 뚜렷했다”고 했다.
최근 한국 증시가 가파르게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저평가됐다는 점인데, 더는 싸다고 보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이 9.5배였다. 지난해 8월 이른바 ‘검은 금요일·월요일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800 남짓이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가 떨어지면서 더 낮은 지점에서 선행 PER이 같아졌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이벤트가 줄지어 있다. 오는 26일 엔비디아의 2025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의 주당순이익(EPS) 평균 전망치는 0.84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종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월 초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간 관세 문제부터 3월 중순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도 본격화할 수 있다.
미국 증시 분위기를 토대로 전략을 세우라는 조언이 나왔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 유지돼야 글로벌 증시의 랠리도 유지된다”며 “인공지능(AI) 기대감이 아직 살아있지만, 올해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어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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