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빼몸 120’ 안되면 불성실하다”는 평가받는 ‘연기 전공’ 여성 청소년들 [플랫]
15년 전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던 배우 심혜림씨(34)는 연기 입시 학원에서 케이크를 먹다 학원 원장으로부터 ‘그게 넘어가냐’는 말을 들었다. 이후 인생 첫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체중 걱정에 물 대신 얼음을 깨 먹었다. 심씨는 “여성의 몸매 관리는 건강이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보이는 여성을 원하는가’란 문제와 연결된다”고 했다.

대학 연기 전공 입시를 준비한 여성 청소년 30%가량이 입시 학원으로부터 ‘키빼몸 120(키에서 120을 뺀 것이 적정 체중이란 의미)’으로 체중 조절을 요구받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평등작업실 이로’와 샬뮈 문화기획자, 배우 한혜진씨는 19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무대에 서는 자긍심, BMI에 뺏길 수 없다’ 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연기 입시 학원의 체중 관리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학원에서 제시한 목표 체중으로 ‘키-115’가 60.8%(321명, 중복 응답), ‘키-120’이 29.5%(156명)로 나타났다. 학원에서 체중관리 지시를 받은 평균 횟수는 ‘주 1~2회’가 46.0%(243명)로 가장 높았고, ‘매일’ 지시받은 이들도 13.8%(73명)에 달했다.
학원은 식사 통제와 체중 공개 등의 방식으로 체중 관리를 압박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무엇을 먹었는지 기록 및 보고’에 60.2%(318명, 중복 응답)가 응답했고, ‘학원에서 식사할 때 식사량이나 메뉴를 통제’ 52.7%, ‘체중 측정을 공개적으로 하도록 강요’ 40.0%,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체중을 게시’ 21.4%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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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체중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응답자의 33.8%(326명, 중복 응답)는 ‘불성실하거나 자기 관리에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체중 때문에 입시에 실패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응답자도 31.4%에 달했다. 연기 수업에 배제된 이들도 22.9%, 원하던 학교에 응시하지 못하게 된 이들도 11.7%였다.
응답자의 36.2%(중복 응답)가 체중 조절 과정에서 위장병과 변비를 경험했다. 수면 장애 29.7%, 생리 불순 28.0%, 거식 및 폭식 27.3%, 어지럼증·실신 19.1%로 나타났다. 불안·우울·강박도 22.7%에 달했다.
이산 성평등작업실 이로 활동가는 “목표 체중 달성이 성실성 판단이나 입시 통과의 기준으로 통용되면서 대다수의 여성 청소년들이 입시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비난과 통제를 접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선 업계에 진입한 이후에도 자신의 자격을 의심하며 불안과 강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학 연기 전공 입시 준비를 위해 입시 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는 여성 52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진행됐다. 참여자 연령대는 20세 이하 44.9%(237명), 21~25세 47.9%(253명), 26~30세(36명), 31세 이상 0.4%(2명)였다.
▼ 박채연 기자 applaud@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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