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당은 중도보수” 이재명 메시지 논란? DJ도 대선 때 ‘똑같이’ 말했다

변문우 기자 2025. 2. 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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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도 97년 대선 토론서 “세계 진보당들도 중도 표방…내가 우경화된 건 당연”
DJ “우리당은 중도우파 정당…자유시장경제 지지해서 우파, 서민 대변해서 중도”
‘IMF 해결사’ DJ, ‘성장-분배’ 방점 찍고 ‘우클릭’ 중인 이재명의 조기대선 청사진
‘DJP연합’으로 중도보수층 지지 끌어낸 DJ…李도 ‘통합과 포용’ 전략으로 승부수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오른쪽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 포지션"이라며 당의 핵심 기조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선 전 방송토론에서 "내가 우경화된 것은 당연하다"며 같은 결의 메시지를 발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김 전 대통령의 당시 메시지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대선 전략을 참고해 방향타를 조정 중이라는 전언이다. 중도보수층까지 포용하고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 '새날' 인터뷰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보수 포지션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깜짝 발언했다. 그는 19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진보 정당은 정의당이나 과거 민주노동당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고 거듭 강조했다. 당초 민주당이 진보계열 제1 정당으로 인식되는 만큼 이 대표의 메시지는 '이례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의 해당 메시지는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닌 전략적인 판단 아래 정리·정돈돼서 나왔다는 것이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이 대표는 최근 조기대선 전략 모델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보수층을 포용하는 취지에서 이른바 '우클릭' 행보를 선보인 바 있다.

이 대표 측이 꼽은 대표적 사례는,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997년 11월13일 금융실명제 관련 방송3사 공동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의 이 대표와 똑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진보적 경제관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라며 "세계 모든 진보정당들이 이제는 중도를 표방하고 있다. 내가 우경화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김 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상황과 관련해서도 "경제위기 극복, 힘들지만 가능한 일"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곧바로 미국과 일본을 방문해 슈퍼 301조와 무역역조에 대한 부당한 압력 바로잡을 각오"라고 다짐한 바 있다. 관련해 이 대표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민생경제 위기 상황과 견줄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이 대표의 구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도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김대중 대통령은 대중 경제론 책까지 쓰면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IT(정보기술) 강국을 만들었다"면서 "이런 훌륭한 경제 성장 정책을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입장과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교조주의라고 하든지 바보라고 부른다. 상황이 바뀌면 판단이 바뀌어야 정상"이라며 우클릭으로 비칠 수 있는 정책 행보에 대해 "유연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1997년 11월1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참석한 대선 방송토론 내용을 다룬 '한겨레' 기사 ⓒ한겨레 신문

'연합정치' 기조로 '내부 정리' '외연 확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특히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연합정치' 기조도 적극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 당시 보수 세력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김종필 총재와 'DJP 연합'을 결성했다. 그 과정에서 내각제 개헌을 약속하며 정책적 공감대를 형성해 보수층 반감을 지지로 반전시키기도 했다. 이 대표도 현재 보수층과 당내 일각의 '반명(反이재명)' 여론이 큰 만큼, 앞으로 '연합정치' 카드를 통해 해당 여론을 희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나아가 조기대선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까지 포섭하는 것이 이 대표와 민주당의 핵심 전략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너무 오른쪽 보수로 편향돼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극우 성향까지 보이고 있다"며 "합리적 보수나 중도보수를 대변할 정치 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진보정당이라 하긴 어렵다. 전통적으로 김대중 정부 이후 중도개혁 노선을 걸어왔는데, 극우편향이 심화되면서 우리당도 진보로 통칭돼온 것일 뿐"이라며 "우리가 진보적 대중정당이라는 부분이 견지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합리적 보수와 중도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당이 중도 진보부터 중도 개혁보수까지 아울러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포용과 통합을 위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표 입장에선 당내 전통적 '집토끼' 지지층을 붙잡아두는 것은 핵심 과제다. 실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의 '중도보수'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권 잠룡들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김부겸 전 국무총리)"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개적으로 날을 세우고 있다.

야권에선 이 대표가 '포용' 기조에 힘입어 당 내부 정리까지 완료한다면 대선 정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 대표도 비명계 인사들과 릴레이 회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국회에서 차담을 나눈데 이어 오는 21일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 24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28일 김동연 경기지사와의 면담도 각각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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