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0억 오버페이 논란, 실력으로 증명하나… 8패1무 악몽 지웠다, 최강 선발진 기대감 솟는다

김태우 기자 2025. 2. 2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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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 연습경기 두 번째 등판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기대감을 높인 최원태 ⓒ삼성라이온즈
▲ 삼성은 최고 구속 146km를 기록하며 힘을 낸 최원태의 선전과 중반 이후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주니치에 5-3으로 역전승했다 ⓒ삼성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KIA에 밀린 삼성은 올해 제대로 칼을 갈았다. 여전히 팀 전력의 주축을 이루는 베테랑 선수들이 빛을 잃기 전 1~2년 안에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도 아낌없이 돈을 썼다. FA 시장의 선발 대어였던 최원태(28)와 4년 총액 70억 원에 계약하며 선발진을 보강했다.

사실 여러 말이 나온 계약이었다. 최원태는 젊고 실적이 있는 좋은 선발 투수임에 분명하다. KBO리그 통산 217경기에 나가 벌써 78승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은 4점대 평균자책점이었다. 2023년은 2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30, 2024년은 2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지난해(126⅔이닝)에는 부상 때문에 규정이닝도 소화하지 못했고, 경력에서 150이닝 이상을 던진 건 딱 한 번이었다. 게다가 근래에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약한 이미지였다. 좋은 투수는 맞지만 70억 원까지 줄 필요가 있었느냐는 여론이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 정도 선발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 금액과 보상선수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어이 최원태에 삼성 유니폼을 입혔다. 이제 최원태가 4년간 그 투자가 오버페이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가운데,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그 가능성이 비치고 있다. 몸 상태도 좋고, 실전에서의 성과도 나쁘지 않다. 선발 로테이션의 선수 중 컨디션이 가장 앞서 나가는 형국이다.

최원태는 19일 일본 오키나와현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 연습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기분 좋게 실전 등판을 마쳤다. 벌써 오키나와에서만 두 번째 등판인데 이날 이닝과 투구 수를 모두 끌어올리며 정상적인 페이스를 선보였다. 2이닝 동안 투구 수는 34개로 비교적 경제적이었고 안타 하나를 맞기는 했지만 삼진도 세 개를 잡아내면서 무실점으로 선방했다.

1회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뒤 1사 후 우전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후속 타자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한숨을 돌렸다. 이어 도루를 허용했으나 2사 2루에서 상대 4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득점권 위기를 넘겼다. 2회에는 선두 타자가 실책으로 출루하는 위기가 있었으나 이어진 두 타자를 모두 땅볼로 정리하면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간 끝에 실점하지 않고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날 최원태는 패스트볼 17구, 체인지업 4구, 커터 9구, 커브 4구 등 자신의 구종을 두루 실험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6㎞까지 나와 오히려 예년보다 더 빠른 준비 태세를 과시했다. 최원태는 경기 후 “캠프에 와서 두 번째 등판인데, 이번이 더 변화구 감각이 좋아지고 우타자 몸쪽으로 던진 공도 제구가 잘된 것 같다”고 경기 내용에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 좋은 경기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최원태는 “박희수 코치님, (백)정현이 형, (원)태인이와 이야기하면서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간 게 더 나아지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마다 자신의 구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릴리스 포인트는 조금 다르다. 최원태도 그 최적의 지점을 찾아가려고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선수가 그 과정에 만족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자신감 있는 투구를 기대할 수 있다.

최원태가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함에 따라 올해 최강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그에 비례해 커지고 있다. 삼성은 확실한 토종 에이스가 있다.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KBO리그 공동 다승왕에 오른 원태인이 그 주인공이다. 외국인 에이스 못지않은 실적을 내는 선수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들도 비교적 검증을 마친 선수들이다. 키움에서 재계약이 불발되자 잽싸게 데려온 아리엘 후라도는 KBO리그에서의 지난 2년간 60경기에 나가 374이닝을 던지며 21승16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한 특급 투수다. 경기 내용도 안정적이고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대니 레예스도 지난해 26경기에서 11승4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서 역투하는 등 갈수록 나아지는 투구 내용으로 재계약에 골인했다.

이 스리펀치에 최원태가 10승 투수로 가세한다면 네 명이 모두 10승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선발 투수 네 명이 모두 10승을 달성하면 좋지 않은 성적을 내기가 더 어렵다. 여기에 5선발 자원도 비교적 풍부한 팀이 삼성이다. 강력한 선발진의 힘으로 불펜 부하를 줄이고, 지난해 한 단계 성장한 타선과 묶어 올해는 대권을 도모해보겠다는 게 구단의 구상이다. 최원태가 굉장히 중요한 퍼즐인데 지금까지는 순항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 1이닝을 탈삼진 3개로 정리하는 등 좋은 구위를 보여주며 박진만 삼성 감독의 호평을 받은 박주혁 ⓒ삼성라이온즈
▲ 2루타 하나를 포함해 2안타를 기록하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심재훈 ⓒ삼성라이온즈

한편 삼성은 이날 경기 중반 이후 득점 찬스에서 차곡차곡 점수를 낸 타선, 그리고 안정감을 보여준 마운드의 힘을 묶어 5-3으로 이겼다. 삼성은 지난해 오키나와에서 이른 9번의 연습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며(8패1무) 자존심을 구기는 동시에 우려스러운 전망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연습경기 일정 초반부터 승리를 쌓으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아무리 연습경기라고 해도 이기는 기분과 감각을 쌓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나쁜 일이 아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최원태가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4번째 투수 김대호가 2이닝 무실점, 5번째 투수 이재익과 6번째 투수 박주혁이 각각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힘을 냈다. 9회 등판한 박주혁은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탈삼진으로 장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타선에서는 선발 2루수로 출전한 심재훈이 2루타 하나를 포함해 2안타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심재훈은 경기 후 “첫 번째 안타 때 자신 있게 스윙한 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다. 일본 프로 선수를 처음 상대했는데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홍현빈이 2안타로 활약했고 박승규 이재현 이창용 디아즈 강민호 전병우 이병헌 함수호도 각각 안타 하나씩을 때리면서 감을 조율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작년 캠프 연습경기 때는 이긴 적이 없었는데(1무8패), 오랜만에 승리하니 역시 좋다. 비록 연습경기라 해도 이기는 기분을 선수들이 느낄 수 있다는 건 중요하다. 점점 더 많이 이기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겠다”면서 “선발 최원태는 확실히 우리 팀에 딱 맞는 선수인 것 같다. 오늘 경기에서도 구위도 좋고 땅볼 유도가 많았다. 연습경기 첫 등판인데 본인 장점을 잘 보여줬다. 경기를 마무리 한 박주혁은 상무를 다녀와서 힘과 제구가 모두 좋아진 것 같다. 파이팅 기질이 있다”고 승리의 주역들을 고루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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