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그냥, 추억으로만 간직하자[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다시 만나면 환상이 깨지는 법이니까.
첫사랑은 추억으로만 간직할 때 가장 빛나는 법, 다시 만나면 환상이 깨지기 때문이다. 동명의 대만 영화(2012)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감독 조영명)도 그렇다. 다시 만나니, 좋지 못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평범한 학생인 ‘진우’(진영)가 열여덟살부터 대학생, 군인을 거치는 동안 첫사랑인 ‘선아’(다현)에 대한 마음과 관계의 변화를 담아낸 작품이다. 그룹 B1A4 출신 진영과 트와이스 다현이 처음 호흡을 맞추며, 이민구, 손정혁, 이승준, 김민주, 김요한, 진희규, 박성웅, 신은정 등이 합세해 102분 러닝타임을 완성한다.

줄거리는 거의 비슷하게 옮기지만 대만 원작을 국내 정서로 바꾸는 작업은 이번에도 실패한 듯 하다. 원작의 레트로 감성을 2002년 한국 춘천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변주를 주고자 하는데, 유치하고 촌스럽게 느껴질 뿐 레트로물 특유의 몽글몽글한 감수성을 선물하진 못한다. 게다가 의도는 모르겠지만, 2012년 원작 속 성인지감수성에 위배되는 설정들도 굳이 살리려고 해 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실패의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주인공인 ‘선아’와 ‘진우’ 사이 감정선 변화를 디테일하게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기 많은 모범생인 ‘선아’의 내면 묘사는 툭툭 튄다. ‘진우’에게 관심이 생기고, 호감으로 커지고, 어느 순간 커진 설렘이 실망, 혹은 유치한 미움으로 바뀌는 순간 순간이 객석을 휘감을 수 있는 ‘포인트’인데 청춘물 클리셰로 억지 상황을 만들어내는 듯해 관객의 몰입을 깬다. 그렇다고 ‘진우’의 심적 변화가 매력적으로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화자인 ‘진우’의 내레이션으로 종종 짚어주지만, 상황 속에서 두 인물의 행동과 대사로만 보여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촘촘해야할 감정선 변화에 구멍이 생기니 등장인물들의 풋풋해야할 청춘 이야기도 그저 그런 청소년 드라마처럼 건전한 맛만 전달한다. ‘공부’와 ‘꿈’의 중요성을 외치는 대사들이, 그래서 공익 캠페인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번 작품으로 첫 상업영화 연기에 도전한 다현은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한다. 세상 일엔 무관심하고 순수한 모범생 소녀를 연기하겠다는 의지는 알겠지만, 어떤 갈등이 닥치든 시종일관 비슷한 표정을 유지해 캐릭터의 내면 변화를 더욱 헷갈리게 한다. 화를 내거나 오열하는 등 감정의 낙차가 큰 장면에선 구분이 가지만, 기대했다가 실망하거나 혹은 당황하는 등의 돌발적인 감정 표현에 있어선 아직 연마가 필요해보인다. ‘내 안의 그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던 진영은 그나마 제 몫을 한다.
장점도 있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다. 풋풋하고 슴슴한 청춘물을 원하는 이라면 한번쯤은 도전해볼만 하다. 또한 다현과 진영의 신선한 비주얼 조합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오는 21일 개봉.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3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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