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중도보수"...이재명, 반발 무릅쓴 전격 발언 왜?

오문영 기자 2025. 2. 20.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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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오히려 국민의힘이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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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02.19.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 발언의 이면엔 '대선은 결국 중도 싸움'이란 인식이 있다. 국민의힘이 극우화하는 틈을 타 민주당이 합리적 보수까지 끌어안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오히려 국민의힘이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 진보 정당은 정의당과 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는 거 아니냐"라고도 말했다.

전날 발언에 대한 당내 반발에도 굽히지 않고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표는 18일 유튜브 채널 '새날' 방송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며 "우리(민주당)는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고,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실용주의를 강조한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원외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를 중심으로 당의 정체성을 대표가 일방적으로 규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공개 비판도 쏟아졌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 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다.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썼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 시 열릴 조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입장에서 현 상황은 굉장히 위기"라며 "보수의 결집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에 대한) 중도 여론이 냉정하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타깃을 중도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도 "(이 대표 발언이) 진보를 포기했다는 오해를 줄 소지가 있어 아쉬운 면도 있어 보인다"면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이념에 매몰돼 논쟁하는 게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보수 색채가 짙어지는 상황이 민주당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정치는 결국 확장성 싸움인데 국민의힘이 극우화하면서 중도보수 영역이 주인 없는 땅이 됐다"며 "민주당으로선 합리적 보수를 흡수하고, 정치적 영역을 확장할 기회"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당내는 물론 야권 전체에서 독보적 대권 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 과감한 우클릭 행보를 가능케 한다고 본다. 이념상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소수야당에서 의미있는 대선 후보가 나오긴 쉽지 않은 만큼 과감하게 산토끼 공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해 지난 10일 공개한 범진보 대선후보 선호도에 따르면 이 대표가 40.8%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동연 경기지사 7.7%, 김부겸 전 총리 6.5%, 이낙연 전 총리 6.0%, 김경수 전 경남지사 4.5%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8.4%였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였다. 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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