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추가 제재 합의…트럼프·푸틴 '유럽패싱'에 긴급대응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을 금지하는 등 신규 제재안에 합의했다.

19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EU 27개국 대사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상주대표회의에서 16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 이 패키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인 오는 24일 열리는 EU 외무장관회의에서 공식 채택될 예정이다.

이번 패키지에는 서방 제재를 피해 러시아산 알루미늄과 원유를 밀수하는 일명 '그림자 함대'에 속한 선박 73척이 추가 제재 대상으로 포함됐다. 그림자 함대는 보험 없이 운항하거나 송신기를 끄고, 문서를 위조하거나 선박의 이름을 지우는 등의 방법으로 우회해 제재를 피해왔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푸틴의 그림자 함대에 속한 더 많은 선박을 표적으로 새로운 수출입 금지 조치를 부과해 우회 행위를 더욱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에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생산된 1차 알루미늄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도 패키지에 포함됐다. 이는 과거에도 논의된 사안이지만 경제적 영향을 우려한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승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은행 13곳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지불 시스템에서 퇴출하고 러시아 언론사 8곳이 유럽에서 방송하는 것도 금지할 예정이다.

EU의 이번 16번째 대러 제재는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종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18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 참석했으며, 유럽이나 우크라이나 측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 회담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국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EU도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기에 일정 시점에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럽 패싱'에 프랑스를 필두로 한 유럽 국가들은 2차 긴급 비공개회의를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우크라이나 긴급 군사 지원 방안 마련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