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바람에 혈세가 '솔솔'…160억 들인 풍력발전기 고장 또 고장
[앵커]
설악산에는 7기의 풍력발전기가 있는데, 하나만 빼고 모두 고장 난 상태입니다. 여기에 들어간 세금이 160억원입니다. 고쳐 쓰려니 세금이 들고 철거하려니 또 세금이 들어가야 해서 지자체가 내놓은 방안이 '포토존'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황당한 세금 낭비 현장,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인제군의 설악산 끝자락 마을, 해가 뜨자 풍력발전기들이 보입니다.
용대리 마을입니다.
이곳은 바람이 세서 풍대리라고도 불리는데 이쪽에 보시면 풍력발전기들이 보입니다.
높이 50m 풍력발전기에 더 가까이 와봤습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은 설악산 중턱인데 풍력발전기 7기 중 1기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2년 전 6기가 고장 났는데 수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풍력발전단지 관리사무실 앞입니다. 이쪽에 안내판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사업은 2009년 처음 시작했고 풍력발전기 4기를 설치한 값이 77억원이라고 적혔습니다.
인제군은 여기에 3기를 더 설치했습니다.
국비와 군비 모두 더해 160억원이 들었습니다.
원래 숲과 밭이 있던 곳, 주민들은 배추밭을 포기하고 참아왔습니다.
[오옥선/주민 : 거기서 배추 해서 고랭지 배추로 엄청 나가고 옛날엔 그랬어요. 처음에 할 때는 (풍력발전기) 4개인가 했지. 그리고 나중에 큰 것. 거기 가서 보셨겠지만, 더 큰 게 있을 거예요. 그 3개를 나중에 했어요. 그게 하나가 돌아가는구먼, 이제.]
소음에 시달렸지만 전기가 만들어지고 돈까지 벌어준다고 하니 또 참았습니다.
[김용희/주민 : {윙윙.} 아니, 윙윙이 아니야. 끼리릭 끼리릭. 꼭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끽끽 소리가 나.]
하지만 발전량을 살펴보니 '0'이 뜹니다.
7기 중 6기가 고장 나버린 탓에 이젠 전기 생산도 못하는 겁니다.
JTBC 취재 결과 인제군은 고장 난 풍력발전기를 40차례나 고쳤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사업 초기 '순수 국산풍력발전기라 유지 관리도 쉽다'는 게 인제군 홍보 내용이었지만 풍력발전기 부속품은 대부분 수입산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 2023년엔 풍력발전으로 번 돈은 1억원.
수리비로 쓴 돈은 2억 6천만원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인제군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먼저 철거하는 방안.
[인제군청 경제산업과 : {고장 난 풍력발전기 6기 철거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 아니에요?} 많이 들어갑니다. 6억원 정도.]
풍력발전기 4기를 더 설치해 전력 생산을 늘리는 사업도 거론되고,
[인제군청 경제산업과 : 거기에다 4메가에서 5메가짜리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거든요. 1기당 40억원은 초과하지 않을까.]
고장 난 풍력발전기를 그냥 두고 '포토존'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인제군청 경제산업과 : 기설치된 부분들 자체도 어떤 뭐 관광화. {고장 난 풍력발전기가 관광자원으로서 활용도가 있나요?} 그게 돌아가든 안 돌아가든 실질적으로 거기서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 굉장히 많이 봤고…]
현장에선 '바람에 혈세가 날아간다'는 목소리까지 들립니다.
[김경희/주민 : 돈이 계속 해마다… 해마다 드는 게 아니야. 수시로 들어, 돈이.]
[김경호/산불감시원 : 누구 말로는 이거 하나 놓는데 뭐 20억원이 들어가고, 저건 뭐 한 40억원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장선옥/주민 : 풍력발전기로 무슨 관광지가 되나요? 여태까지도 풍력발전기 있다고 해서 풍력발전기 보러 오는 사람 나는 못 봤는데…]
백두대간 중심부에 박힌 풍력발전기.
지금은 고장 난 바람개비로 불립니다.
수백 억 쏟아부은 사업이 과연 바람직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진형 / 영상편집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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