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매수? 그래서 계산해봤다: 부정선거 음모론 해부학
부정선거 음모론 해부학 2편
중국 자본 개표 인력 매수설
개표 참여 인원만 8만여명
매수 비용 짐작하기 어려워
수당 100배 주면 7100억원
500배 지급하면 3조원 넘어
매수 자금 국내 반입도 문제
부정선거 음모론 황당한 궤변
# 선거 개표 과정에서 사용하는 투표지 분류기分類器와 투표지 심사계수기計數器가 조작될 가능성은 '제로'다. 통신장치는커녕 그 흔한 무선랜카드도 탑재돼 있지 않아서 두 기기를 외부에서 해킹할 방법은 없다. 더구나 개표소 현장엔 개표사무원, 개표참관인 등 수많은 인원이 배치돼 있고, 이들이 직접 수검표를 진행한다. 우리나라 개표시스템을 '오프라인'이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 그런데도 음모론자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지피는 걸 멈추지 않는다. 해킹이 아니라도 부정선거가 가능하다면서, 이번엔 '개표인단 매수설'을 내놓는다. "선거 개표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중국 자본으로 매수해 투표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거다. 이게 가당키나 한 주장일까. 부정선거 음모론 해부학 2편에선 이 이야기를 다뤘다. 너무 황당한 시나리오에서 현타가 왔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국내로 유입된 중국 자본이 선거 결과를 뒤집는 데 사용됐다고 주장한다.[사진|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19/thescoop1/20250219175442551rvfx.jpg)
우리는 視리즈 부정선거 음모론 해부학 1편에서 투표지 분류기分類器와 투표지 심사계수기計數器의 실체를 점검했다. 사람이 '수검표'하는 개표 과정엔 제아무리 '난다 긴다'하는 해커도 뚫고 들어가기 힘들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때문인지 음모론자들은 또다른 '신박한 방법론'을 주창한다. 중국 자본을 통한 '매수설'이다. 각 개표소에 있는 개표사무원, 개표참관인, 경찰 등 협조요원, 시군구 선관위원, 시군구 선관위원장까지 매수해 결괏값을 조작한다는 거다. 이쯤 되면 '어떤 주장이든 믿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 논리적으로 따질 게 없다.
그래도 부정선거 논란에 불을 지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 추종세력이 띄운 음모론이니 검증은 한번 해보자. 음모론자들의 주장처럼 중국 자본이 국내로 유입돼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선 우선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한 개표사무원, 개표참관인, 협조요원, 시군구 선관위원(장) 등의 숫자와 이들에게 집행한 비용을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면 22대 4·10 총선의 현황은 어떨까. 아쉽게도 22대 현황은 알 수 없다. 결산 자료를 아직 집계 중이다.
그래서 2020년 열린 21대 4·15 총선의 자료를 분석했다. 21대 총선의 선거구는 253곳으로 22대(254곳)와 거의 똑같다. 총선거인도 21대 4399만4247명, 22대 4428만11명으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개표소도 251개, 254개로 엇비슷하다. 두 선거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해 '부정선거 음모론'의 중심축이 된 것도 비슷하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자.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21대 4·15 총선은 '총선'으로 통일했다. 우선 총선에 투입된 인원부터 체크해보자. 중선위의 '선거관리 인력 현황'에 따르면 총선엔 59만5350명의 인원을 투입했다.
이중 선거일에 별도로 수당을 받지 않는 선관위 직원 3만4711명과 간사·서기 6813명, 전기·소방·의료처럼 투개표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협조요원 3만9657명 등 8만1181명은 제외했다. 이제 남은 인원은 51만4169명이다.

■ 가정➊ 개표인원 매수 = 51만4169명 중 사전투표(15만8001명)와 본투표일에 투입한 (투표소)인원(27만2108명)을 제외하면 8만4060명이 남는다. 바로 이들이 총선 개표에 참여한 인원이다.
이를 조금 더 자세하게 분류하면 개표사무원 6만4015명, 개표참관인 1만3843명, 경찰은 6202명이다. 이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중선위로부터 수당과 사례비를 받는다. 총선에서 개표사무원은 평균 9만4000원을 수당으로 받았다. 참관인의 수당은 5만원(식비 제외)이었다. 경찰은 평균 7만원을 사례비로 받았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개표사무원 60억1741만원(6만4015명×9만4000원), 개표참관인 6억9215만원(1만3843명×5만원), 경찰 4억3900만원(6202명×7만원) 등 총 71억4856만원의 나랏돈을 지급했다.
자! 이제 부정선거 음모론자의 말대로 매수買收 작업에 착수해보자. 투표 결괏값을 바꾸려면 개표사무원, 개표참관인, 협조요원 등 8만여명을 매수買收해야 한다. 음모론에 빠진 당신 같으면 얼마를 주겠는가. 5배, 10배, 100배?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테니 따져보자. 개표참관인의 수당은 5만원이다. 식비도 빠져 있다. 5배라고 해봤자 25만원이다. 10배면 50만원이다. 100배? 그래봤자 500만원이다. 당신 같으면 500만원 받고 '결괏값 조작'이란 어마어마한 짓을 벌이겠는가. 턱도 없다.
더구나 이 매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인간의 탐욕은 일반화도 계량화도 어렵다. 사람마다 '부르는 값'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혹여 '돈을 받고 결괏값 조작'을 약속했더라도 끝이 아니다. 언제든 폭로하겠다면서 으름장을 놓을 수 있다. 그래서 입을 막는 돈까지 감안해야 한다. 이쯤 되면 '매수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친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개표사무원 상당수의 신분은 언급했듯 국가·지방·법원 공무원과 교원, 교직원, 금융기관 직원, 공공기관 직원, 농협·수협·축협과 지방공사 등의 직원이다. 모두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매수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뒷주머니에 찔러줘야 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래도, '매수설'을 철석같이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100배로 한번, 500배로 한번 계산해보자.
설명한 것처럼 총선 개표에 쓰인 수당은 71억4856만원이다. 이들을 매수하기 위해 수당의 100배를 준다면 7148억5600만원이 필요하다. 500배를 주면 3조5742억8000만원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실체가 있든 없든 '중국 거부巨富'라도 부담스러운 금액임에 틀림없다.

이를 국내에 들여오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외화반입 신고 기준은 1인당 1만 달러다. 1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국내로 반입하려면 세관에 신고하고, 외환 확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부정선거에 사용할 '검은 돈'을 세관에 신고할 가능성은 제로다. 돈이 차고 넘치는 중국 거부라도 1만 달러 이하로 은밀하게 반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7148억5600만원이든 3조5742억8000만원이든 이를 국내에 반입하려면 얼마나 많은 인원이 필요할까. 먼저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 1만 달러를 원화로 계산하면 1400만원, 위안화로는 7만3076위안이다.
수당의 100배인 7148억5600만원을 위안화로 환산하면 35억9567만4000위안이다. 이를 1인당 외화 반입 한도인 7만3976위안으로 나누면 4만8605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당의 500배(3조5742억8000만원)를 준다고 가정하면 24만6035명이란 어마어마한 인원을 동원해야 한다. 500배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460만3273명의 5.3% 차지하는 규모다.
이렇게 많은 돈을 옮길 인원도 문제지만, 그 돈을 매수 대상인 개표 참여인원들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골칫거리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인 '007 가방'에 실어서 운반한다고 가정해 보자. 수당의 100배인 7148억5600만원을 은밀하게 운반하려면 '007 가방' 2382개가 필요하다. 수당의 500배(3조5742억8000만원)를 줘야 할 땐 이보다 훨씬 많은 1만1914개의 '007 가방'을 사용해야 한다.
최소 4만8600명이 넘는 사람이 중국 위안화를 국내로 옮긴 후 환전하고, 이를 2300개가 넘는 '007 가방'에 넣어야 개표 참여인원을 매수할 준비가 끝난다는 얘기다.[※참고: 007 가방에 담을 수 있는 돈은 5만원권을 사용했을 때 3억원가량이다.]
■ 가정➋ 50+1 매수 = 모르긴 몰라도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여기에도 반박을 내놓을 것이다. "전체 개표인원을 매수하지 않고, 몇몇 선거구만 조작해도 총선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다. 경북과 경남, 전북과 전남 등 특정 당의 승리가 확실한 선거구를 조작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래, 여기까지 해부했으니 이 가설도 분석해보자.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비례대표 포함)는 300명이다. 정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학하기 위해선 절반이 넘는 151석을 확보하면 된다. 전체 의석 300석 중 각각 100석을 여당과 야당이 나눠 가지고, 51석만 부정선거를 통해 확보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른바 50+1 가정이다.
한번 더 복기하자. 총선 개표 과정에 참여한 인원에게 지급한 수당은 71억4856만원, 개표소는 251곳이었다. 개표소 한곳당 평균 2848만원이 쓰인 셈이다. 이중 후보자 간 접전을 벌인 선거구가 포함된 51곳의 개표 결과를 조작하려면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갈까.
개표소 한곳이 받는 수당의 100배인 28억4800만원을 51곳의 개표소에 뿌리려면 1452억4800만원이 필요하다. 매수 금액으로 수당의 500배를 주려면 7262억4000만원을 뒷주머니에 꽂아줘야 한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19/thescoop1/20250219181959010fyfb.jpg)
어떤가. 우리나라 총선에 중국 자본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얼마나 허무한 주장인지 알겠는가. 사실 여기까지 분석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선거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이다. 분류기, 계수기는 첨단장치가 아니다. 개표를 확인·점검하는 사람도 한두명이 아니다.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어느 지점에서 어떤 경로로 해킹이 이뤄졌는지 증명해 보라. 사람들을 매수했다면, 그 돈이 얼마만큼이고, 또 어떻게 국내에 들여왔는지 설명해 보라. 부정선거 음모론은 사실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이 띄웠든 그 위에 있는 누군가가 띄웠든 음모론은 음모론일 뿐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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