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미국 관세 25% 대비에 기업들 '동분서주'... 직격탄은 어디에

김현우 2025. 2. 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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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생산·복제약 업체 경쟁력 떨어질라
선제적 조치 ①재고 이전 ②현지 생산
③수출은 완제보다 원료의약품에 집중
부과 절차에 시간 걸려... "협상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피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해외 의약품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아직은 구체화하지 않은 가운데, 업계는 현지 생산 확충과 재고 이전 등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부터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관세가 최소 2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에 대한 질문에 그는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내 업계에선 미국이 의약품 관세를 매기면 직격탄을 맞을 기업으로 CDMO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수출 사업이 주력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꼽는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의약품 규모는 39억8,000만 달러로, 이 중 바이오 의약품의 수출 규모는 37억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94.2%를 차지했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후지필름과 론자 같은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공장을 갖췄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지 공장이 없다”라며 “미국이 의약품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일 셀트리온이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을 담아 자사 홈페이지에 띄운 주주 안내문. 셀트리온 홈페이지 캡처

셀트리온 3가지 선제 대응 배경은

국내 업체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서 “최적의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완료한 조치는 재고 이전이다.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회사 제품의 약 9개월분 재고(1월 말 기준)를 이미 현지로 옮겼다는 것이다. 관세 부과 시점은 수출 제품이 통관을 지날 때다. 때문에 관세 부과 전에 미국에 옮겨놓은 국산 제품 물량은 관세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을 확충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언 이전부터 현지 위탁생산(CMO) 업체를 통해 완제의약품을 생산해왔다”라며 “이들 업체와 협의해 추가 생산 가능 물량도 이미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생산을 줄이고 그만큼 미국 현지 생산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안에 미국 생산시설 추가 확보 방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이 의약품에 실제 관세를 매기면 셀트리온은 완제의약품보다 관세율이 훨씬 낮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기로 했다. 많은 국가들이 현지 생산 유도와 가격 경쟁력 유지를 이유로 완제의약품보다 원료의약품의 관세를 낮게 책정한다. 원료의약품의 관세를 낮추면 자국 제약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고, 완제의약품의 관세를 높이면 외국 제품이 쉽게 시장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 조치를 알린 셀트리온과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관세 부과 정책에 공식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두 회사) 내부적으로는 관세에 따른 영향이나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걸로 안다”라고 전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 제1공장 전경. 셀트리온 제공

"실제 부과까진 최소 1년 이상 걸려"

일각에선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가 곧바로 시행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의약품 관세 부과는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에서 이뤄질 걸로 본다”라며 “철강, 알루미늄 관세가 이 조항에 근거했고 그 연관선상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관세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수입품에 대해 수입량 제한이나 고율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이를 근거로 하면 관세 부과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행정명령을 내려야 하고, 미 상무부 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결정하는 행정명령을 한 번 더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도 이 같은 절차를 거쳤다. 한 연구원은 “상무부 조사만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그 시간 동안 우리나라도 의약품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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