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추계 때 우리도 참여해야" 한의사들 주장, 의사들 반응은?

정심교 기자 2025. 2. 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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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각 대학이 ‘100% 자율’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9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법안 심사 소위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특례조항을 법안 부칙에 넣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례 조항을 부칙에 넣을 경우 각 대학 결정에 따라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0명~2000명까지 될 수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내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우리나라에 의사가 몇 명 필요한지, 이를 위해 의대 정원을 몇 명 뽑아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따지는 법제화가 시동을 걸었다. 이른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를 법에 따라 운영하려는 건데, 한의사들이 "우리도 추계위 멤버로 참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차단막'을 치면서 의사-한의사 장외투쟁 예고된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에 따르면 의대 정원 등 의료인력 수급 규모를 논의하기 위한 추계위의 설립 근거를 담은 법안이 이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선 처리가 일단 불발됐다. 복지위 여당 간사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달 중 복지위에서 (추계위 설치 근거를 담은 보건의료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가는 계획으로 알고 있다"면서 "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할지 등 의견을 더 듣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복지위가 앞서 14일 연'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위원회)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선 의사단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대학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계위 구성원은 어느 직역을 얼마큼의 비율로 참여해야 할지를 두고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하지만 '한의사'를 추계위 멤버로 넣어야 한다는 주장은 없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국가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함에 있어 의료인력의 적정수급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그런데도 의료인력수급추계가 마치 '양의사'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이뤄지는 현재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당시 토론회에 등장한 진술인 12명엔 의대 교수와 대한의사협회 관계자 등 의사단체 소속 8명과 환자·소비자 단체장 등이 포함됐다. 진술인 명단에 한의사는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한의협은 "양의사뿐만 아니라 한의사·치과의사 등 모든 보건의료 직능이 '같은 비율'로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옥민수 울산의대병원 예방의학과 부교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정유옹(맨 뒷줄 왼쪽에서 3번째)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이 참관하고 있다. 2025.2.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이날 공청회 현장엔 정유옹 한의협 수석부회장이 참관인으로 참석해 한의사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유옹 수석부회장은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단순히 양의사의 인력수급추계 뿐 아니라 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의 인력을 수급추계하고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한의사가 참여해야 한다"며 "한의사가 배제된 의료인력 수급 논의는 의료체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정책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계의 참여 의지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선 '왜 끼려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의사 수'를 추계하려는 것"이라며 "나중에 추계위 분과로 '한의사 추계위'가 따로 만들어지면 거기 참여하면 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한의계는 의정갈등으로 생긴 의사 공백을 한의사로 빠르게 메꿀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른바 '지역·필수·공공 의료 한정 의사제도'를 도입하면 의대정원 증가 폭을 줄이고 의사공백을 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30일 한의협은 한의사가 의대에서 2년 더 공부하면 지역·필수·공공 의료에 한해 의사 면허를 발급해달라고 제안한 바 있다.

한의협이 제안한 한의사 2년 추가 교육 실행방안과 기대효과. / 자료=한의협
한의협이 이날 제안한 방식대로 진행할 경우 의사 배출 소요기간 시나리오. /자료=한의협


따라서 의사 공백을 메꾸는 데 한의사가 투입된다면 의사 수 추계 단계에서부터 한의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윤성찬 회장은 "지난해 10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한의사를 활용해 '의대증원'보다 더 빠른 인력 수급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안타깝게도 관철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기자에게 "의사면허와 다른 면허(한의사)를 가졌는데, 2년만 추가 공부한다고 해서 의사면허를 준다면 법무사가 2년 공부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셈"이라고 빗댔다. 그는 "의사면허를 따려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에서 인증한 의대에서 정해진 의학교육 과정 거쳐야 한다"며 "한의협의 제안은 의평원에서 만든 규정을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의사들이 그런 요구를 하려면 먼저 한의대가 의평원으로부터 '2년 추가 교육하면 면허받을 수 있다'는 인증 평가부터 받아야 할 것"이라며 "아니면 다시 의대에 입학하면 될 일"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한의계에선 '한의사가 넘쳐난다'며 한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십수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한의협 윤성찬 회장은 "한의사의 경우 10여년 전부터 인력 수급 추계 연구 결과 '과잉'이 지적되며 감축해야 한다는 발표가 이어져 왔으나, 아직도 이에 대한 조정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 한의사 1400명이 과잉 공급되는 것으로 추계했다. 이후 2021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도 한의사는 2035년에 1300~1750명이 과잉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한의대 정원은 변동 없는 상황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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