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레이크루이스 트레일, 고진감래 비하이브[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캐나다 레이크루이스)=함영훈 기자] 수천년 레이크루이스의 주인이던 선주민 스토니 나코다(Nakoda) 부족은 이 호수를 ‘호룬놈내’라고 불렀다. ‘어린 놈(물고기)의 내(川)→호수’라는 뜻이라고 선주민 문화를 탐문했던 유럽 학자들은 정리했다.▶기사하단에 ‘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 글 싣는 순서 있음
빅토리아여왕은 19세기 자신의 넷째 딸 루이스 캐롤라인 알버타(Louise Caroline Alberta, Duchess of Argyll, 1848~1939년)의 이름을 이 호수에 붙였다. 영국 출신 캐나다 4대 총독의 부인이기도 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경계선 동쪽 11km 지점에 있는 알버타(AB)주의 레이크루이스는 루이스 마을과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1호선)에서 서쪽으로 5km 가량 떨어져 있다. 호수가 있는 곳의 해발은 1700m.
▶어린 물고기 살던 곳에서 공주의 상징으로
이미 영국인이 북미의 권세를 장악하고 선주민은 목숨이 위태로운 하층민으로 전락했던 1882년, 선주민 스토니 나코다 부족의 가이드는 ‘호룬놈내’를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토머스 에드먼즈 윌슨에게 알려준다.

윌슨은 ‘호룬놈내’ 명칭을 지우고 ‘에메랄드 레이크’라고 개명한 뒤 관광지 개발을 위해 홍보활동을 벌였지만, 나중에 어명을 받은 총독의 조치로 호수명이 공주 이름으로 다시 바뀌는 상황을 맞는다.
레이크루이스는 페이토 호수처럼, 원래 빙하였다가 그대로 녹아서 형성됐다. 물색이 우유를 약간 탄 듯한 청록색을 띠는 이유는 모레인 호수와 같은 원리이다. 빙하 녹은 물 속에 부유하던 암분이 빛에 반사되면서 동해바다 같은 청록이 아닌, ‘우윳빛깔 청록’이 되는 것이다. 동서, 남북 각각 1㎞ 쯤 되고, 3㎞ 개천을 달려 보우강에 합류한다.
100년 넘은 문화유산 호텔, 페어몬트 샤토레이크루이스가 동쪽 호변에 유럽 성처럼 착상해 로키의 운치를 더하는 소품이 되고 있다.

레이크루이스를 기점으로 한 트레킹 코스 거점이자 목적지는 새들백(Saddleback), 우리의 백두산과 높이가 같은 페어뷰(Fairview 2744m)산, 미러호수, 아그네스 호수, 빅 비하이브(Big Beehive), 리틀 비하이브, 데빌썸(Devils Thumb), AB-BC주 경계인 와테(Whyte)산, 니블록(Niblock)산 등이다.
레이크루이스는 뉴웨이브 음악가 유키 구라모토가 동명의 피아노곡을 만들어 앨범 ‘추억(Reminiscence)’에 수록하기도 했다.
▶봄,여름엔 꽃놀이, 늦가을엔 수염놀이
레이크루이스 산행 코스는 모레인-라치밸리 처럼, 난이도에 따라 나뉜다. 레이크루이스 레이크쇼어는 말 그대로 4.5㎞ 호변산책으로 70분가량 걸리는 쉬운 코스이다. 조류 관찰, 스노슈잉, 러닝 등 가벼운 산악레저를 하려는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쉬운 코스라 계절 제한 없이 연중 방문할 수 있다. 몸줄을 한 반려견도 데려올 수 있다.

중급은 레이크루이스-아그네스호수 코스로 7.4㎞ 거리이다. 경사가 꽤 있는 20리 산길이라 3시간~3시간 30분 걸린다. 평범한 산악여행객에게는 겨울을 제외한 시기(5~11월)에만 개방한다.
스위치백 지그재그 산행길의 전나무 숲 사이사이로 레이크루이스 에메랄드 호수가 비친다.
숲길을 걷다보면 여름에는 털옷 입은 아네모네가 반기고 겨울엔 ‘로키할아버지의 수염’ 혹은 ‘서부할미꽃’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꽃의 털이 바람에 흩날려 전나무 가지 곳곳에 걸려 있다.
연노랑인 이 할미꽃은 봄 중반에서 여름 중반 사이에 잠시 핀다. 꽃은 꽃줄기마다 한 송이씩 피며, 15~20cm 길이의 꽃줄기 상단 둥근 머리에 꽃에 이어 열매가 달리고, 20~40mm의 긴 깃털이 수염처럼 붙어 있다.

이 털들이 말라 바람에 흩날려 나무에 매달리는 늦가을~겨울~이른 봄, 로키의 숲엔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지만, 산행객들은 자신의 코 아래, 턱 등에 붙이고 영감님 놀이를 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다. 이런 놀이를 몇몇 만 할 것 같지만, 산행객 십중팔구는 꼭 한다. 로키 만이 안겨주는 추억의 한 자락이기 때문이다.
서부할미꽃 액은 자극적이어서 동물의 먹이에 섞이면 좋지 않지만, 사람에게는 약재이다. 북미 선주민 이래, 신선한 줄기와 씨앗을 진통제, 항불안제 및 진정제의 재료로 썼다고 한다.
▶비하이브 가자 vs. 말자, 티하우스 논쟁
아그네스 코스의 종점은 아그네스 호수와 티하우스이다. 아그네스(Agnes) 호수는 해발 2134m 높은 곳에 있다. 캐나다 영국 출신 초대 총리(존 맥도날드)의 아내 이름이다. 티하우스는 1901년 캐나다 태평양 철도가 고산 산행객의 피난처로 건설했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상급코스인 빅비하이브로 도전할지 여부를 정한다. 티하우스를 종점으로 삼는 산행객과 빅비하이브로의 도전자 비율은 날씨가 좋으면 반반, 비가 오거나 바람과 구름이 시시각각 변하는 날은 2대1쯤 되는 것 같다.
레이크루이스-아그네스-비하이브 코스의 총 길이는 11.7㎞ 인데, 파란만장하다, 쉽다가, 어렵다가, 폭포를 만났다가, 급경사를 타다가, 산정에 오른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깔딱고개가 힘든데, 목적지에 도달하면 레이크루이스의 멋진 전망을 품으니 ‘고진감래’ 코스라 할 만 하다.

기상이 변화무쌍해, 화창해도 비옷을 챙기고, 눈발이 자주 날리는 10월하순엔 스노슈 까지 챙기는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 특히 티하우스 등 쉼터엔 쓰레기통이 없기 때문에 자기 쓰레기를 자기가 모두 갖고 내려올수 있도록 별도의 용기를 준비해야 한다.
▶뷰맛집, 식스클래셔 트레일
또하나의 상급 코스는 6개 빙하 평원(Plain of Six Glaciers)으로 향하는 트레킹이다. 루이스호수에서 출발해 13.8㎞를 산행한다. 이 루트는 빅토리아 산, 빅토리아 빙하, 레프로이 산의 높은 고도에서 놀라운 전망을 제공하는 뷰맛집이다. 산길에 가끔 벤치가 있어, 편히 휴식을 취한다.
하산길에 다시 만난 레이크루이스 오후의 빛을 받아 더욱 찬란하다. 푸른 우윳빛깔 호수 위에서 빨간 카누를 즐기는 중년 부부의 미소가 싱그럽다. 해저를 고산에 올려놓고는 수천만년 빙하를 쌓이게 하더니, 조금씩 녹여 흘려보낸 끝에 빚어낸 신(神) 작품이다.
레이크루스이 코스에선 산악 자전거 타기와 승마, 암벽등반을 덤으로 한다. 겨울이 아닌 모든 계절에 카약과 카누를 타는데 북동쪽 해안에는 보트 진수대와 대여 시설이 있다.
4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겨울, 호수는 거대한 빙상장이자, 얼음 성벽 등 예술 전시장으로 변신하고, 주변에선 스노모빌, 개 썰매, 스노슈잉, 아이스클라이밍을 한다. 레이크루이스 스키 리조트는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스키, 헬리(헬리곱터로 올라가 활강)스키, 스노보드 레저객을 위한 편의 시설이다.

▶밴프는 전세계 국립공원의 교과서
모레인, 파커리지, 아사바스카 빙하, 레이크루이스 일대에서 다양한 동물을 만난다. 초식동물로 로키산양, 큰뿔산양, 산토끼의 일종인 피카, 마멋 등이 있고, 산림 포유동물로는 엘크, 순록 등이 많다. 늑대, 그리즐리 베어, 아메리카 흑곰, 캐나다 스라소니, 희귀종인 회색곰, 쿠거, 울버린, 큰뿔야생양, 무스, 퓨마 등도 살지만, 사람과 맞닥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밴프국립공원은 세계 국립공원의 교과서 같은 곳이다. 다채로운 시행착오와 행정착오를 개선하면서 세계 각국의 국립공원들이 따라 배운 본보기이다.
로드킬 방지를 위한 펜스 설치, 계절별 동물의 이동과 식생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기 위한 카메라 설치, 동물이동 육교의 설치 등을 시행했고, 육교 인근도 동물들의 서식지 수목들과 같은 것으로 채워 동물들이 낯설어하지 않도록 했다. 밴프의 국립공원 관리는 세계 국립공원의 교과서이다.<계속>
■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 시리즈 글 싣는 순서 ▶2024.10.5. ○눈부신 단풍국 캐나다, 김연아의 알버타가 뜬다-다시갈지도 ▶10.6 ○실경 PC 배경화면, 알버타 밴프 ‘4분기 버킷’ 어때요? ▶10.14 ○캐나다 한국인 단풍여행 ‘톱3’ 진입..밴프 ‘가정식 오로라’는 덤 ▶10.19 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①아, 로키..서쪽에서 맞는 일출, 기막힌 루비 보석 ▶10.21 ②로키, 과잉 관광-산중 숙소 신축 엄격 통제..빈 방 알림 ▶10.22 ○캐나다 알버타주 관광청, 로키·밴프 진면목 알리기 적극 행보 ▶10.25 ③밴프의 긴 성탄·겨울축제..김연아 처럼 레이크루이스 즐기기 ▶11.1 ④오로라 ‘대목’ 시작..캐나다 알버타 ‘가정식 오로라’, 예상 못한 감동 ▶11.7 ⑤로키에 온천이? 별밤·메이플시럽 달달한 캐나다 겨울 ▶11.11 ⑥로키에 오르면 걸작을 빚는 지구의 숨소리가 들린다 ▶11.20 ⑦G20 정상회의 열릴, 로키의 관문 카나나스키스 ⑧캘거리 옆 카나나스키스, 본게임 같은 전초전 ▶12.12 ⑨로키 캔모어 세 자매봉 전설 따라 삼만리 ▶12.29 ⑩글라시와 캔모어의 매력 플러스 “I Can More” ▶2025.1.22. ⑪알버트의 아내로 살고팠던 빅토리아 여왕, 그녀를 토닥인 알버타 부부와 로키 ⑫‘응답하라 1988’ 서울-캘거리 인연, 가볼만한 곳 ▶2.6 ⑬옥저海 건너와, 자기 땅에서 유배된 북미 선주민들 ⑭카우보이, 총잡이가 부를 것 같은 캘거리 시간여행 ▶2.12 ⑮백두산 높이에서 컵라면 먹고 3000m 고지로..모레인-라치 5월 열린다 ▶2.19 ⑯마릴린먼로 깁스하고 골프, 슈퍼리치의 밴프스프링스 ⑰도전! 레이크루이스 트레일, 고진감래 비하이브 ▶2.26 ⑱로키 최고 절경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라바 닮은 괴물 빙하 ▶2.28 ⑲세계 최고의 상 받은 캘거리·캔모어 푸드투어 ⑳카우보이 목장·선주민 텐트촌 지나 만나는 로키의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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