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예림당, 티웨이항공 가격 이견은 거의 없었다... 관건은 홀딩스를 사느냐 항공사만 사느냐
이 기사는 2025년 2월 19일 6시 1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정기 주주총회를 한 달 보름가량 남겨놓고 최대주주 예림당 측과 극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는 대신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대명소노는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이 됐던 정기주총 의안 상정 가처분까지 전격 취하했다.
대명소노는 작년 말에도 티웨이항공 인수를 위해 예림당 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사업 회사인 티웨이항공을 사고 싶은 대명소노의 입장과 중간지주사 티웨이홀딩스를 매각하려는 예림당 측 입장이 배치되며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양측이 막판에 제시했던 매각가는 불과 100억원 밖에 차이 나지 않았지만, 거래 구조에 대한 협의가 불발되며 감정의 골이 깊어져 딜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명소노는 이번에 티웨이항공 인수를 마무리짓고 나면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인수에 착수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경영권을 모두 사들인 뒤 합병해 ‘메가 저가항공사(LCC)’를 만드는 게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의 목표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명소노가 티웨이항공에 먼저 큰돈을 투입하고 나면 에어프레미아 측에 제시할 수 있는 인수가가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둘러싼 예림당 측과 대명소노 간 갈등이 일단락됐다(☞[단독] 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 종결… 예림당, 대명소노에 지분 팔고 나간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예림당 측에서 경영권 매각 의사를 밝혔고, 이에 대명소노가 가처분을 모두 취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17일 공시를 통해 “당사의 최대주주인 예림당은 대명소노와 티웨이홀딩스 및 티웨이항공 경영권 매각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대명소노는 예림당이 매각을 쉽게 철회할 수 없는 구속력 있는 조항을 보장받고 가처분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은 작년에도 협상을 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면서 “예림당 측이 단지 ‘팔 의향이 있다’는 막연한 의사 표현을 하는 데 그쳤다면 대명소노가 가처분 심문기일을 하루 앞두고 취하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대명소노가 보유한 티웨이항공 지분은 26.77% 수준이다. 대주주 예림당·티웨이홀딩스(30.06%)와의 지분율 격차가 3%포인트(p)밖에 안 된다. 그 외에 국민연금과 외국인이 각각 1.39%, 2.19%씩 보유 중이다. 대명소노는 지난달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내 나성훈 부회장 등 기존 경영진의 퇴진,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을 요구하고 9명의 이사 선임안을 상정해 달라며 대구지법에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에 양측의 협상 타결 가능성은 높다. 다만 대명소노가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 지분을 얼마에 사기로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티웨이항공 최대주주는 지분 30.06%를 가진 예림당·티웨이홀딩스이며, 티웨이홀딩스 최대주주는 46.91%를 보유한 예림당 및 나춘호 회장·나성훈 부회장 일가다.
양측은 앞서 지난해 말까지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놓고 협상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예림당은 티웨이항공 대신 티웨이홀딩스 지분을 사달라고 요구했지만, 대명소노는 그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예림당 입장에선 티웨이홀딩스의 매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만약 사업 회사인 티웨이항공이 팔린다면, 매각대금 대부분은 티웨이항공 지분을 29%가량 보유하고 있는 티웨이홀딩스에 유입된다. 예림당이 직접 보유한 티웨이항공 지분은 2%가 채 안 되기 때문에 예림당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 티웨이항공 지분이 대명소노에 팔리고 나면 껍데기만 남는 티웨이홀딩스의 기업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티웨이홀딩스 지분을 많이 들고 있는 예림당과 나 회장 일가에겐 상당한 악재다.
IB 업계 관계자는 “비록 티웨이홀딩스에 일시적으로 현금이 많이 쌓이겠지만, 티웨이항공이 빠져나간 이상 이는 미래 성장성이 없는 현금에 불과하다”면서 “이 경우 티웨이홀딩스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금을 3000억원이나 들고 있어도 시가총액은 2000억원 밖에 안 되는 회사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명소노는 티웨이항공 지분을 사는 걸 선호해 왔다. 티웨이항공에 예림당·티웨이홀딩스 지분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로 그 지주회사인 티웨이홀딩스 경영권을 인수하면, 지분 구조가 상당히 복잡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명소노와 예림당 측은 이런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양측이 막판에 제시한 매각대금이 100억원 차이 밖에 나지 않았음에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100억원 차이는 딜을 불발시킬 정도의 차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회사 간 갈등의 본질이 ‘돈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티웨이항공, 티웨이홀딩스 주가는 양측의 협상 소식이 전해진 뒤 18일 나란히 20% 넘게 급락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대명소노가 급락 전 주가보다 높은 매각가를 인정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적당한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명소노는 이번에 티웨이항공을 인수하고 나면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에어프레미아 대주주 AP홀딩스(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자녀들의 회사)가 5월 중 우선매수제안권을 행사할지, 행사한다면 가격은 얼마일지에 따라 대명소노의 에어프레미아 인수 여부가 결정된다. 대명소노는 AP홀딩스 측이 보유한 지분 40%를 인수할 계획인데, 기존 가격(주당 1600원)을 기준으로만 계산해도 인수가가 약 1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AP홀딩스 역시 경영권을 매각한다면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어서, 실제 거래 가격이 어떻게 정해질 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 입장에서는 이번에 대명소노가 큰돈을 들여 티웨이항공 인수에 나서는 걸 보며 ‘더 높은 값을 부르자’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반대로 대명소노 입장에선 티웨이항공 인수에 이미 큰돈을 썼으니 에어프레미아 인수에 쓸 돈의 상한선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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