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싸운다, 윤석열과 [쿠데타의 재구성]

문상현 기자 2025. 2.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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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10일 윤석열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라고 선서했다. 그리고 2024년 12월3일, 헌법을 파괴하고 공화국을 공격했다. 현재의 윤석열은 과거의 윤석열을 배신한다.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다. 윤석열의 한 입에서 나온 두 말들을 모았다.

“‘인원’이라는 말을 저는 써본 적이 없습니다(2월6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 vs (1분 뒤) “국회 본관을 거점으로 확보해서 불필요한 ‘인원’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약 15명 20명이 안 되는 ‘인원’이 들어갔고, 7층 건물 안에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국회에 우리 요원이 15명 정도 또는 20명 안 되는 ‘인원’밖에 없고···”.

계엄의 밤, 윤석열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끌어내라고 한 대상은 국회의원일까, 인원일까? 곽종근 전 사령관의 최종 증언은 ‘인원’이었다. 이에 대해 윤석열은 “사람이라는 표현 놔두고 인원이라는 말 써본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1분 만에 곧바로 자신의 말을 뒤집는 증거를 내놓았다. 윤석열은 이날뿐 아니라 2022년 대통령 후보 인터뷰에서도, 대통령 당선 이후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와 기자간담회에서도 사람 대신 인원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요(2월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 vs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2024년 12월3일 용산 대통령실 긴급 대국민 담화).”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는 지난해 일본 방송사 NHK가 방영한 법조 드라마에 나온 표현이다.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이 야당을 향한 ‘경고’였을 뿐, 실제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 표현을 썼다. 그러나 윤석열은 12월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 직후 포고령 공표와 함께 경찰이 국회 경내 출입문을 봉쇄하고, 무장한 계엄군은 헬기를 타고 국회에 진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장악되고, 직원의 휴대전화가 압수됐다. 경찰과 검찰 수사와 탄핵심판 증인신문 등을 종합하면, 이 모든 일은 윤석열 본인의 지시로 일어났다.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행위(2월11일 헌법재판소 7차 변론기일).” vs “피고인 전두환 무기징역(1980년 5월8일 서울대 법대 모의재판).”

윤석열은 12월4일 비상계엄 해제 후 여러 차례 발표한 담화와 헌재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라 고도의 통치행위 또는 정치행위라서 사법심사의 대상, 즉 수사와 재판을 받을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1980년 5월8일, 윤석열은 서울대 법대 모의재판에서 12·12 군사쿠데타 사건 재판장 역할을 맡았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나는 그때 (반란) 수괴로 기소된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실권자였던 전두환을 결석으로 (처리)해가지고 무기징역 선고를 했다가 강릉으로 피신했다”라고 말했다(2021년 7월9일 〈경향신문〉, 9월19일 SBS ‘집사부일체’ 인터뷰).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관위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습니다(1월15일 공개된 윤석열의 ‘국민께 드리는 글’).” vs “부정선거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걱정 말고 투표해달라(2022년 2월27일 경북 포항 대통령선거 유세).”

윤석열은 대법원 확정판결로 실체가 없다고 확인된 부정선거 음모론을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는 2022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시절 부정선거 걱정하지 말라고 강조한 바 있다. 투표일을 앞두고는 후보 직속으로 캠프에 공명선거·안심투표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전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도 회의장에 ‘윤석열도 사전투표 하겠습니다’를 배경 현수막으로 내걸었다.

“내란 피의자 검찰 조서 증거 채택은 불합리하다(2월9일 윤석열 대리인단 입장문).” vs “나중에 형량이 높아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2019년 7월8일 국회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윤석열은 헌법재판소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들을 증거로 채택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탄핵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에서 인원을 끌어내라” 등 군 사령관들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쓰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2019년 7월8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검찰 피의자신문 조서 증거능력 제한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당시 윤석열 후보자는 “미국 같이 조서 재판을 완전히 없애게 되면, 끝까지 가게 되면 (재판 장기화 부작용 등으로) 나중에 형량이 높아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라며 검찰 조서 증거 채택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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