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문제일 뿐…나쁜 동물은 없다[신간]
나쁜 동물의 탄생
베서니 브룩셔 지음·김명남 옮김·북트리거·2만4000원
도시에 흔한 ‘바위비둘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을 따라 서식해왔다. 인간은 비둘기를 길들여 먹기도 하고 관상용으로 키우기도 했다. 비둘기는 우체부 역할도 했고 ‘평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터 비둘기는 ‘날개 달린 쥐’로 전락하고 만다. 쓸모가 사라진 데 반해 개체 수는 급격히 늘었고, 비둘기 똥은 미학적·위생적으로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비둘기뿐만 아니라 코끼리, 뱀, 고양이, 참새 등도 인간의 ‘친구’와 ‘적’ 사이를 오갔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인간은 통제 밖에 있는 동물을 쉽게 ‘유해 동물’로 간주, 악당 취급을 한다. 인간의 특정 동물 퇴치 활동은 종종 생태계 균형을 깨는 일로 이어진다. 다만 저자는 동물을 일방적으로 애호하는 온정주의와도 거리를 둔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다. 서로 입장이 다른 전문가, 현장 활동가, 각지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 인간과 동물의 상생 규칙을 찾은 사례를 소개한다.
다이내믹 코리아
정주식 외 지음·사계절출판사·2만1000원
사회비평 칼럼니스트, 사회학자, 기자, PD, 작가,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정치 시사 토론 채널 ‘토론의 즐거움’에서 펴낸 토론집이다. 도파민 분비에 충실한 ‘숏폼’ 콘텐츠에 무력한 전통 미디어의 현실부터 정치인 팬덤 현상, 인구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 진보정치의 쇠락,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의 응원봉 문화까지 한국사회 주요 현안들을 분석한다. 사람들이 <흑백요리사>에 열광한 이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도 논한다. ‘토론’이기에 사안마다 다양한 해석을 읽어볼 수 있다. ‘토론 후에 이어지는 질문’도 독자 몫으로 남겨 놓는다.
24분
애니 제이콥슨 지음·강동혁 옮김·문학동네·2만2000원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저자가 수백 건의 안보 관계자 인터뷰, 공개 가능한 범위의 자료들을 토대로 ‘핵전쟁 시나리오’를 썼다. 핵무기 보유 역사, 운용 기술, 안전장치 실상 등을 두루 살핀다. 핵전쟁이 얼마나 빨리 시작될 수 있고 얼마나 나쁘게 끝날 수 있는지, 핵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혼란 기쁨
김비 지음·곳간·1만7000원
‘퀴어 시민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50대 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가 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배제와 혐오가 가득한 한국사회에서 주어진 몸과 싸워온 투쟁기를 담았다. 한편으로는 어떤 몸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전달한다.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윤서 지음·한겨레출판·1만7000원
열세 살에 조현병 진단을 받은 ‘나무 씨’의 엄마인 저자가 아들과 함께 쌓아온 삶의 조각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삶 밖으로 퉁겨지지 않기 위해” 분투했던 저항의 시간을 기록하면서, 만성 정신질환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풀어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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