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측 "독재 위한 헌법파괴"… 尹측 "합법·평화적 계엄"
국회측, 중대한 위헌성 강조
"기각땐 재시도할 가능성도"
尹측, 수사기록 제시에 항의
변호사 심판정 퇴장하기도
10차변론 20일 예정대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18일 열린 9차 변론기일에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이 2시간씩 각자 주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더 중대한 헌법 위반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전면적 헌법 위반 행위"라며 "전형적인 권력에 의한 민주주의 해체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측은 "절차와 요건을 갖춘 합법적 계엄"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회 측은 △국회 침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헌법 위반의 중대성 등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국회 측은 비상계엄으로도 불가능한 국회의 권한 제한 조치가 계엄 포고령에 들어갔다는 점, 국회에 군경 2466명을 투입해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 측은 '질서 유지 목적'이었다고 반박했지만, 국회의원을 강제로 끌어내려 시도하고 '국가비상입법기구'를 설립해 국회 역할을 대체하려 한 점을 보면 국회의 정치 활동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국회 측은 "비상계엄을 독재를 위한 헌법 파괴 수단으로 악용해 권력 집중을 도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관위에 군을 투입해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행위는 선거 제도의 침해라는 게 국회 측 주장이다. 아울러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선관위를 압수수색한 것은 영장주의 원칙 위반으로, 윤 대통령 측 주장처럼 '시스템 점검 목적'이었다면 검경을 활용하거나 국가정보원 등을 통하면 되지, 군 병력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고 국회 측은 강조했다.
국회 측은 특히 '피해가 없었다'는 윤 대통령 측의 일관된 주장에 대해 "헌법 수호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주장"이라며 "자신을 선출한 국민의 신뢰를 정면으로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이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하면 다시 비상계엄을 시도하거나 군을 동원할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변론 도중 국회 측이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와 관련된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수사 기록을 공개하자 윤 대통령 측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조 청장이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이 제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수사기관에 한 진술이 담겼다.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피청구인 측에서 반대신문으로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는 진술 조서에 대해 증거로 조사하는 것은 법률(형사소송법)에 위반된다"며 "증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조 변호사는 항의 차원에서 퇴정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직접 국회 봉쇄나 국회의원 체포 지시 등을 한 적이 없으며 군경 차원에서 알아서 지시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 측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일부 인사의 위치 확인을 지시한 적은 있었지만 그 지시가 예하부대로 내려가면서 확대된 것은 있다"며 "국군방첩사령부나 일선 경찰 등 그 누구도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안 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봉쇄 조치도 조 청장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으며, 혹시 모를 안전사고 예방과 질서 유지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위키백과에서 정의한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개념 설명을 곁들이며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해커들의 해킹, 북한 오물풍선,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 등이 겹쳐 계엄 당시가 '전시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와 요건을 갖춘 합법적 계엄이며, 군의 동원을 최소화하고 무장을 배제한 평화적 계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 정황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헌재가 선관위 서버 검증 및 투표자 명부 검증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있다며 "한 번만 더 재고해주실 것을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요청했다.
헌재는 20일로 예정된 10차 변론기일도 그대로 진행하되, 변론 시작 시간만 오후 3시로 1시간 늦추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같은 날 열리는 형사재판과 병행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기일을 오는 25일로 연기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이 재차 시작 시간이라도 늦춰달라고 요청하자 헌재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20일 변론기일엔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조 청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문 권한대행은 건강상 이유로 두 차례 불출석한 조 청장을 강제구인하기 위해 구인장을 발부하고 서울동부지검에 집행을 촉탁했다. 조 청장은 이날 불출석사유서를 다시 제출한 상태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특별수사단은 이날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자택과 세종·서울 집무실, 허석곤 소방청장과 이영팔 소방청 차장의 집무실 등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박민기 기자 / 안정훈 기자 / 이수민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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