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트럼프 눈치 보느라... 'ICC 소장의 나라'가 '美 ICC 제재 규탄'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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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당한 제재를 규탄하는 약 80개 국가의 공동 성명에서 쏙 빠져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1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ICC 소장(아카네 도모코)이 일본인인 점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의 'ICC 직원 제재' 조치를 비판하는 공동 성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불참으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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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트럼프 보복 두려워 불참
"日 모순적 행동에 실망" 비판 ↑
일본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당한 제재를 규탄하는 약 80개 국가의 공동 성명에서 쏙 빠져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을 우려해 이름을 올리지 않았는데, 이는 '법치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사회의 연대에 힘을 보태지 않은 실망스러운 행보라는 것이다. 특히 ICC 소장이 일본인이라는 점에 비춰, 이해하기 힘든 침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ICC 소장(아카네 도모코)이 일본인인 점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의 'ICC 직원 제재' 조치를 비판하는 공동 성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불참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 성명에는 ICC 회원국 125개국 중 79개국이 참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ICC를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 수뇌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유였다. ICC 직원과 수사를 도운 사람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 금지 조치도 내렸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타당성이 결여된 제재였다.
ICC는 이튿날 성명을 내고 "ICC의 독립성과 무결성,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에 유감"이라며 "(트럼프의 제재는) 세계 질서와 안보 증진에 필요한 국제법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반발했다. 아카네 소장도 별도 성명에서 "이러한 위협은 ICC 당사국과 국제질서에 기반한 법치주의와 수백만 명의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당초 일본 정부 내에선 '성명 참여'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불참으로 기운 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명 참여를 빌미로 대(對)일본 관세 등 압박 강도를 높일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공교롭게도 ICC의 공동 성명 발표 시점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을 한 날이라는 점도 고민을 키웠다. 일본 총리 관저의 한 간부는 아사히에 "(미일 정상회담일이라)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ICC 내 일본의 비중을 생각하면 부적절한 행보라는 비판이 많다. 일본은 ICC 125개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고, 현 소장도 일본인이다. 필립 오스틴 게이오대 교수는 아사히에 "법의 지배와 국제질서를 중시하는 일본이 (트럼프의) 부당한 공격을 묵인한 것은 모순"이라며 "일본 정부 대응에 실망한 ICC 관계자가 많다"고 말했다.
ICC는 특정 집단 말살(제노사이드)과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처벌할 수 있는 국제재판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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