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헌재 불참에 '자진 하야설' 술렁…여야 모두 "비현실적" 일축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의 '중대한 결심' 발언으로부터 촉발된 윤 대통령 자진 하야설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불참으로 거듭 주목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물론 여야 모두 '자진 하야설'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며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헌법재판소의 불공정한 재판에 저항한다는 명분을 쌓아 강성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끌어낼 수 있다면 향후 조기 대선 정국에서 정권 재창출 등 정치적 활로를 찾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카드라는 주장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18일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탄핵 심판 9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오후 1시35분쯤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헌재에 도착했으나 변론 시작 전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대통령은) 오늘 진행할 절차와 내용이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서 양측 대리인단이 의견을 설명하는 날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발표할 것은 없으며 대리인단에 일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에 오는 20일로 예정된 제10차 변론기일을 25일쯤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이 이날 윤 대통령의 변론기일 불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지난 제8차 변론기일 직후 윤 대통령의 '중대 결심'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자진 하야 카드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자진 하야 시나리오는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TV 대표가 지난 13일 YTN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전격 하야하면 국민의힘과 반이재명 진영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여권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일축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고려하고 있더라도 옳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친윤(윤석열)계 5선 중진 나경원 의원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그런 걸 논의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과 대통령실 측도 '자진 하야설'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은 탄핵 심판 중인 윤 대통령이 '하야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법 134조 2항에 따르면 탄핵 소추된 공직자는 사임할 수 없으며, 권한이 정지되고, 임명권자도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이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6일 SNS(소셜미디어)에 "헌재의 파면 선고를 예측해서인지 윤석열 내란수괴 측에서는 변호인 총사퇴 등 하야의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며 "모든 공직자는 소추 기소가 되면 자진 사퇴가 불가능하고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적으로 탄핵 소추된 대통령의 하야가 가능한지 여부와는 별개로 '헌재의 불공정성에 저항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강경 보수세력의 집결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 측은 물론 여권 전체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고려해 볼 만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윤 대통령이 보수에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당 일각의 목소리와도 연결된다.
'탄핵 인용'의 경우 '정권 심판'의 의미가 강하지만 '자진 하야'의 경우 '정치적 희생양' '순교자' 프레임으로 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보수층 내의 '반이재명' 정서와 결합하면 강한 결집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국민의힘 대선 전략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친한계(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어 "(윤 대통령이) 하야를 하시려면 12월 3~4일 그때 이후에 즉시 하야를 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가 있지만, 지금은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헌법 재판의 판단을 받아 그 판단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그래야만 우리 헌정사에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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