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치 이른 ‘헌재 탄핵심판’ 불공정 논란… 헌법·법률 위반 수두룩[허민의 정치카페]

허민 기자 2025. 2. 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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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문형배 체제의 탄핵심판 문제점
정치편향·적법절차 훼손 논란 커져… 윤흥길 소설 ‘완장’ 주인공과 닮은꼴 지적도
헌재의 타락으로 법치주의 휘청… 허영 교수 “헌재 위법 계속 땐 가루가 돼 사라질 것”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적법절차 훼손과 불공정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 등에서 최고의 헌법 수호기관이어야 할 헌재의 헌법과 법률 위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무소불위 ‘완장’을 찬 듯한 정치 편향과 의사결정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완장 찬 판관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서 주인공 ‘종술’은 꿈에 그리던 완장을 찬 뒤 사람이 확 바뀐다. 고압적 태도로 타인을 윽박지르고 소동을 일으키며 행패를 부린다. ‘완장’은 1970∼80년대 군사권위주의 정권 하수인들에 의한 권력 행사의 폭력성과 허구성에 대한 은유다. ‘완장’엔 한 인간의 잘못된 욕망이 불러온 비극성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당시의 남편이 토끼였다면 이제 완장을 차고 돌아온 남편은 살쾡이였다. 바야흐로 남들을 물기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갑자기 서슬이 퍼레져서 어이없는 불량을 떨기 시작했던 것이다.’

완장의 힘은 세다. 타인의 행동은 물론 그들의 생각과 의지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권력 원천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종술은 멀리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바싹 끌어당기도록 훨씬 더 강력해질 필요성을 느꼈다. 노란 바탕의 파란 글씨를 세 개의 빨간 가로줄로 장식하고 싶었다. 그리고 기왕 고치는 김에 아예 글씨도 어쩐지 약한 느낌을 주는 ‘감시’보다는 좀 더 권위가 있어 보이는 ‘감독’으로 바꿀 생각이었다.’

‘완장병’을 논박한 인물로 안치환을 빠트릴 수 없다. 그는 1980∼90년대 민중 가수로 불렸다. 그랬던 그가 자작곡 ‘아이러니’를 통해 진보의 위선을 비판한 것은 21대 총선 압승으로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독주가 극에 달했던 2020년 7월이었다. “세월은 흘렀고 우리들의 낯은 두꺼워졌다. 그날의 순수는 나이 들고 늙었다. 어떤 순수는 무뎌지고 음흉해졌다. 밥벌이라는 숭고함의 더께에 눌려 수치심이 마비되었다. 권력은 탐하는 자의 것이지만 너무 뻔뻔하다. 예나 지금이나 기회주의자들의 생명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진보의 힘은 누굴 위한 것인가. 아이러니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보여준 문형배 권한대행의 완장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는 좌파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 안에서도 “내가 가장 왼쪽에 위치해 있을 것”이라고 커밍아웃 했던 그의 최근 행태는 종술과 오버랩 된다. ‘아이러니’에 나오는 한 구절. “일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헌재의 완장질

문형배 체제가 탄핵심판 국면에서 내보인 ‘완장질’ 의혹 사례는 많다. 문 권한대행은 내부 평의 때 재판관들이 반대 의견을 내면 “내가 책임진다”며 자기 생각을 관찰했다고 한다.

#사례 1. 헌재가 국회 측 대리인에게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빼라”는 취지로 코치한 의혹. 헌재는 부인했지만, 국회 측 대리인은 지난 1월 3일 “내란죄 주장을 철회하겠다”며 “그것이 재판부가 저희에게 권유하신 바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의혹을 키웠다. 국회 측은 곧 압도적 다수 야권을 대표하는 더불어민주당 측이다. 헌재와 탄핵소추단 사이의 밀약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사례 2. 헌재는 계엄과 관련한 검찰 신문조서를 대통령 탄핵심판 증거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지난 10일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검찰 신문조서를 탄핵심판증거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 이는 헌법재판소법 위반이다. 헌재법 제40조는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고, 형사소송법 제312조엔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피의자가 반대하는 경우 증거로 사용될 수 없는데도 헌재는 밀어붙였다.

#사례 3. 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임명 보류 권한쟁의 심판’에서 뒤늦게 민주당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사후 추인’을 만들어줬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표결도 없이 ‘국회’를 청구인으로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민주당이 뒤늦게 이 문제를 보완하도록 해줬다는 것이다. 문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마은혁 권한쟁의 심판 변론에서 국회 측이 “흠결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하자 “본회의 의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리고 나흘 후인 14일 민주당 주도의 ‘마은혁 임명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약속대련”이라고 비판했다.

◇불법의 고리

헌법학계의 태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위법하고 불공정한 완장질 사례를 지적하며 통렬히 비판했다. 몇 가지를 간추리면 이렇다. 하나, 헌법이 규정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데 헌재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 둘, 피소추인에 대한 7일간의 답변 기한을 보장하지 않고 바로 공판기일을 정해 버린 것은 헌법재판소법 제29조와 형사소송법 제266조 위반이다.

셋, 변론 기일을 정할 때는 반드시 피소추인 측 변호인단과 협의해야 하는데 헌재는 피소추인 측과 협의 없이 8차까지 변론 기일을 지정했다. 넷, 헌재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요청한 ‘수사 서류 송부 촉탁’을 받아들였는데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 위반이다. 다섯, 헌재가 국회 측의 ‘내란죄를 빼달라’는 요구를 수용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298조 위반이며, 이는 탄핵 기각뿐 아니라 각하 사유도 된다. 여섯, 증인신문 때 대통령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 제163조 위반이다.

허 석좌교수는 “임명직에 불과한 헌법재판소가 탄핵 재판하면서 수많은 불법을 저지른다면 국민 분노에 밟혀 가루가 돼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관훈토론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이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며 “탄핵 심판 판결이 갈등의 종결이 아니라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헌재의 완장질은 헌재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을 불렀다. 국민법문화의식연구소(소장 이호선 국민대 법대 학장)가 ‘공정’에 의뢰해 탄핵심판과 관련해 벌인 조사(2월 14∼15일) 결과 ‘대통령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과반인 50.2%, ‘보장되고 있다’는 46.0%였다.

◇몰락하는 법치주의

문형배 체제의 헌재는 타락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몰락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판관의 독립(헌법 제103조)도, 재판관의 정치 관여 금지(헌법 제112조)도 기대하기 힘들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용어설명

‘완장’은 권력 하수인의 폭력성과 허구성을 풍자와 해학으로 묘사한 윤흥길의 대표작. 작가는 6·25전쟁 후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진단하는 도구로 ‘완장’이라는 개념을 차용.

‘안치환’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386 가수이자 1980∼90년대를 풍미한 민중 가수. ‘노찾사’ 출신이며 1987년 민주화 시위 당시 경찰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이한열 열사의 추모곡을 작곡했던 인물.

■ 세줄요약

완장 찬 판관 : 최고의 헌법 수호기관이어야 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적법절차 훼손과 불공정성 논란을 낳아. 무소불위 ‘완장’을 찬 듯한 문형배 체제의 행태가 윤흥길의 ‘완장’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해.

헌재의 완장질 : 헌재가 탄핵심판 국면에서 내보인 ‘완장질’ 의혹 사례는 수두룩함. 허영 교수는 “임명직에 불과한 헌재가 탄핵 재판하면서 불법을 저지르면 국민 분노에 밟혀 가루가 돼 사라질 것”이라고 엄중 경고.

몰락하는 법치주의 : 문형배 체제의 헌재에 의한 불공정 시비와 위법 논란은 헌재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을 불러.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반영함. 문형배 체제의 헌재는 타락했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몰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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