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맵고 자극적인 풍미…맛·영양 가득한 반전 매력 ‘대파’

관리자 2025. 2.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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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인류의 먹성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인류가 식용으로 삼은 파속 식물 중에서도 대파는 가히 대표 격이다.

대파는 다른 파속 식물에 비해 부드럽고 달콤하기까지 하다.

대파와 같은 파속 식물은 두해살이풀로 이듬해 꽃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 동안 영양분을 비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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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대파
열 가하면 부드러운 단맛 남아
‘황화합물’ 포함 항염증 등 효과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에 사용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레스토랑 ‘본 에스파스’의 대표 메뉴인 클램 차우더. 미국식 조개수프에 대파크림소스를 더했다.

파는 인류의 먹성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파는 양파·마늘·부추와 함께 백합과 파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파속 식물은 자극적인 독특한 냄새로 미생물과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파를 썰면 식물 조직이 손상돼 특유의 알싸한 향이 퍼진다. 맵고 자극적인 풍미는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자기 방어의 메시지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인간이 아니다. 인류는 약 700종의 파속 식물 중 20종가량을 먹는다. 먹기 좋은 품종을 재배하고, 파속 식물이 만들어내는 맵싸한 황화합물을 요리로 조절하는 법을 익혔다. 황화합물은 열을 가하면 쉽게 분해된다.

그래서 파를 익히면 매운맛은 줄어들고 부드러운 풍미만 남는다. 하지만 파를 너무 오래 가열하면 매운맛이 사라지는 대신 식감이 흐물흐물해지고 역한 냄새가 나서 오히려 식욕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설렁탕엔 먹기 직전에 파를 더한다.

나를 먹지 말라고 방어용 물질을 만들든 말든 인간은 어떻게든 파속 식물을 먹었고, 심지어 사랑에 빠졌다. 인류가 식용으로 삼은 파속 식물 중에서도 대파는 가히 대표 격이다. 대파는 다른 파속 식물에 비해 부드럽고 달콤하기까지 하다. 지역에 따라 식문화 차이가 커 보이지만 사실 인류 식성에는 공통점이 더 많다. 대파를 먹는 방법에서 그 점이 보인다. 한반도 겨울대파 주산지인 전남 진도에서는 대파 밑동을 잘라 갈치속젓이나 된장에 찍어 먹는다. 중국에서 대파맛이 좋기로 유명한 산둥반도 부근에서도 깨끗이 씻어 다듬은 뒤 새우장에 찍어 먹는다. 서구에선 길게 자른 대파를 디핑소스와 함께 즐기거나 샐러드에 넣어 날로 먹는다. 우리가 그들을, 그들이 우리를, 서로 맛도 모르는 사람인 양 비아냥댈 때가 있지만 인류는 알고 보면 비슷한 입맛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대파엔 영양도 풍부하다. 대파 속 다양한 황화합물은 혈액순환 개선,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있다. 또한 체내에서 비타민A로 변하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나이아신이 상당량 들어 있다. 칼슘·철·칼륨과 같은 미네랄도 풍부하다. 특히 겨울은 대파의 맛과 영양을 모두 즐기기에 좋은 계절이다. 대파와 같은 파속 식물은 두해살이풀로 이듬해 꽃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 동안 영양분을 비축하기 때문이다. 겨울대파를 날로 먹어도 달고 맛 좋은 까닭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파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는 식재료도 드물다. 감칠맛 나는 국물 요리에 대파를 빼놓을 수 없다. 육수를 내는 데도 사용하지만 국물 요리의 고명으로도 자주 쓰인다. 파채로 썰어 육류에 곁들여 먹기도 하고 쪽파 대신 대파로 파전을 부쳐 먹기도 한다. 파기름·파절임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요즘에는 서양 요리에 우리의 대파를 넣어 맛을 살리는 식당도 여러곳 눈에 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택가에 있는 레스토랑 ‘본 에스파스’에서는 미국 뉴잉글랜드식 수프인 클램 차우더에 대파크림소스로 풍미를 끌어올려 내놓는다. 한스푼 입에 넣는 순간 살짝 치고 올라오는 대파향이 풍성하게 넣은 대합·가리비의 달콤한 맛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한국의 식재료로 서양식 요리를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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