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얀테의 법칙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2025. 2. 1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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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에 나오는 말들이다.

얀테의 법칙에 나오는 얀테는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산데모세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마을이다.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말하지 마라 등 얀테의 법칙을 관통하는 이 말들은 '지구'라는 작은 마을에서 독불장군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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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BNK자산운용 대표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에 나오는 말들이다. 얀테의 법칙은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정서적 규범이다. 모두 10가지 규범적 조항이 있는데 사실 '당신은 특별하거나 뛰어나지 않다'는 말을 10가지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식으로 표현한다면 '겸손하라'는 사회적 규범이다.

얀테의 법칙에 나오는 얀테는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산데모세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마을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개인적인 성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노르딕 국가에서 일반화된 사회적 정서다. 실제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는 경호원 없이 오슬로 시내를 혼자 자전거를 타고 산책한다. 전철도 혼자 타다 역무원이 요금을 받지 않으려고 하자 자신은 국왕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이라며 기어코 돈을 내고 탄 일화의 배경에도 얀테의 법칙이 깔려 있다.

얀테의 법칙과 같은 정서가 이들 북유럽 국가의 평등사회, 복지사회의 기반이 됐고 행복지수가 언제나 전 세계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하게 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양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반면 지나치게 주위를 의식하거나 개인의 개성을 무시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에도 얀테의 법칙과 비슷한 문화가 있다. 바로 '메이와쿠(迷惑)문화'다. 메이와쿠는 우리말로는 미혹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다. 얀테의 법칙에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적 서사가 있지만 메이와쿠의 중심엔 상대방이 있다. 상대를 우선 배려하는 것이 메이와쿠문화다. 메이와쿠하지 않기 위해서는, 즉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혼네'(本音)를 감추고 '다테마에'(健前)로 표현한다. 자신의 진짜 속마음(혼네)을 드러내기보다 공동체나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다테마에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공세적인 관세정책이 시작됐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캐나다와 멕시코가 첫 공격의 대상이 됐다. 예상대로 중국에도 포문을 열었으며 철강과 알루미늄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와중에 일본 이사바 시게루 총리의 행보가 유독 눈에 띈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대적인 투자약속과 함께 낯뜨거운 찬사와 '황금 사무라이 투구'를 선물하는 등 뉴욕타임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첨의 기술'로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전형적인 다테마에다. 일본의 혼네는 무엇일까.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안다. 관세의 칼날과 보호무역의 그물을 피하는 것이다. 실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듯하다.

한편 트럼프행정부를 보면서 얀테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얀테의 법칙을 깨는 사람은 마을 공동체의 안정과 조화를 깨뜨리는 공공의 적이다.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말하지 마라 등 얀테의 법칙을 관통하는 이 말들은 '지구'라는 작은 마을에서 독불장군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글로벌 경제는 1970년대 이후 50년 간의 신자유주의를 거치고 이제 극단적인 중상주의적 보호무역의 깃발이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 '지구'라는 얀테의 마을은 잘 지켜질까.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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