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떠나고 헬기 급유지된 의정부 캠프 스탠리...소음 고통 주민들 "전쟁 난 줄"

임명수 2025. 2. 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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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 경기 의정부시 송산로 의정부농협 고산지점 앞.

어둠이 내려앉은 인근 미군 캠프 스탠리 안쪽에서 헬기 여러 대가 이륙을 앞둔 듯 프로펠러와 엔진 소음이 귀청을 때렸다.

시 관계자는 "군소음 보상법상 군비행장이나 헬기 전용 작전기지 외에는 보상이 어렵다는 게 미군과 국방부 입장"이라며 "소음 피해 최소화와 캠프 스탠리 조기 반환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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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현장 가보니 헬기 6대 급유 후 이륙
왕복 8차로 자동차, 생활 소음 압도하는 헬기 소음
주유 중 엔진 정지 못하는 헬기 특성도 이유
주민들 고통 호소...의정부시 "조기 반환 촉구 중"
지난 13일 경기 의정부시 캠프 스탠리에서 급유를 마치고 이륙한 미군 헬기 4대가 어둑한 하늘을 배경으로 고산신도시 아파트 쪽으로 비행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 경기 의정부시 송산로 의정부농협 고산지점 앞. 어둠이 내려앉은 인근 미군 캠프 스탠리 안쪽에서 헬기 여러 대가 이륙을 앞둔 듯 프로펠러와 엔진 소음이 귀청을 때렸다. 바로 왕복 8차로를 오가는 자동차들의 소음은 그 소리에 묻혔다.

캠프 스탠리는 미군이 평택기지로 이전하며 폐쇄됐지만 미군의 헬기 급유지로 활용되면서 거의 매일 시간을 가리지 않고 헬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규모가 245만7,542㎡로 의정부 내 미군기지 8개 중 가장 큰데 국방부가 유일하게 반환받지 못한 곳이 캠프 스탠리다. 현재 상주 인원은 미군 5명 정도로 알려졌다.

헬기 소음은 300여 m 떨어진 고산신도시 더샾 아파트(105동)와 수자인(3006~3008동) 아파트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지 앞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주변 자동차나 생활소음을 압도했다. 20여 분 뒤 헬기 4대가 동시에 이륙하고, 10분 간격으로 2대의 헬기가 더 뜬 뒤에야 소음은 사라졌다. 더샾 105동에 거주하는 김모(63)씨는 "얼마 전 이사 왔는데 무슨 헬기가 거의 매일 수시로 이착륙하는지 모르겠다"며 "진동까지는 아니지만 소음이 심해 창문을 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두 대야 그나마 괜찮은데 한꺼번에 십여 대가 오는 날은 정말 전쟁 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음이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캠프 스탠리에 미군 헬기 급유지가 있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고도 했다.

주민들이 겪는 소음 피해는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의 설문조사로도 확인됐다.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응답자 68명·복수응답) 결과 평균 2, 3대(최대 5대)의 헬기가 오후 5~7시, 오후 10시~자정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94.1%가 '상당히 불편하다'고 했으며, 대책으로 헬기 이착륙장 이전(80.9%)과 폐쇄(66.2%)를 요구하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소음 피해 보상(23.5%)과 헬기 비행고도제한(13.2%) 등을 요구한 주민들도 있었다. '아파트와 너무 가깝게 비행한다' '늦은 시간에는 안 다녔으면 좋겠다' 같은 불만도 나왔다.

지난달 초 캠프 스탠리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일명 뺏벌 마을에서 김성길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헬기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임명수 기자

고산신도시 주민 외에도 캠프 스탠리와 담을 맞대고 있는 '뺏벌 마을' 주민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 마을은 캠프 스탠리 조성 당시 술집 등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생긴 마을이다. 지난달 초 마을에서 만난 최모(71)씨는 "그들(미군)과 생을 함께 해 왔는데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면서도 "거주자 모두 70대 이상 노인들인데 헬기가 이착륙할 때면 방에 앉아 있어도 진동이 느껴지고 소음은 말도 못 할 정도"라고 했다.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큰 이유는 급유 중 엔진을 끄지 않기 때문이다. 헬기는 엔진을 한 번 끄면 정상 가동까지 15~30분이 소요돼서다. 경기북부경찰청 항공대 관계자는 "헬기는 엔진이 가열된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엔진에 무리가 가 자동차처럼 엔진을 껐다가 바로 켤 수 없는 구조"라며 "급유 시간도 5~10분이면 충분해 엔진을 정지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의정부시는 국방부 등에 소음 피해 대책과 조기 반환을 요청하고 있지만 하세월이다. 시 관계자는 "군소음 보상법상 군비행장이나 헬기 전용 작전기지 외에는 보상이 어렵다는 게 미군과 국방부 입장"이라며 "소음 피해 최소화와 캠프 스탠리 조기 반환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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