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왜 그렇게 ‘한국, 한국’ 하냐지만…부산, 아시아의 음악적 별이 되는것이 꿈”

고승희 2025. 2.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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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개관 앞둔 부산콘서트홀
정명훈 예술감독의 APO부터
조성진·메켈레의 RCO·런던필
“아시아 음악도시이자 미팅 포인트”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1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은 오는 6월 20일 개관할 예정이다. [연합]

[헤럴드경제(부산)=고승희 기자] “왜 이 늦은 나이에 이런 프로젝트를 맡았는지, 평생 외국에서 살고 한국말도 잘 못하면서 왜 자꾸 ‘한국, 한국’ 하는지 저를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어요. 어머니로부터 타고난 (정서적 애착과 같은) 것도 있고, (제게 주어진) 책임이 있어요.”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72)이 17일 오후 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꿈은 부산이 아시아의 음악적 별이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명훈은 지난 2023년 7월 오는 6월 개관을 앞둔 부산클래식홀과 2027년 개관할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아우르는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으로 위촉됐다. ‘영화의 도시’로 세계적 명성을 안은 이곳을 ‘아시아의 음악 도시’로 만들겠다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바로 클래식 부산이다. 그가 한국에서 기관과 단체의 예술감독직을 맡은 것은 서울시립교향악단(2006~2015) 이후 처음이다.

그는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부산에서 태어나 여덟 살에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한국은 전쟁이 일어난 가난한 나라였지만, 짧은 시간 동안 잘 사는 나라가 됐다”며 “이제 우리가 한 가지 해야할 일이 있다면 세계 시민으로서 도움이 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문화예술의 발전, 특히 음악의 발전을 통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1974년 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에 오르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지휘자로 활동한 뒤엔 동시대 거장인 다니엘 바렌보임, 리카르도 무티 등과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다. 1989년엔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임명, 5년간 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컨트롤하고 정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타이밍”이라며 “오페라 경험이 없을 당시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음악감독을 했고, 그 때부터 일평생 해온 경험과 공부가 지금 이 자리에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혼에 다시 찾아온 부산이 “아시아의 음악적 별”이자 수많은 음악가들의 교류가 넘쳐나는 “음악의 미팅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6월 개관을 앞두 부산콘서트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탁 트인 앞뜰과 시원한 도심 풍광을 볼 수 있는 공원을 끼고 자리했다. 2011석 규모의 대공연장엔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빈야드(포도밭) 스타일의 객석으로 꾸몄다. 너른 포도밭을 연상케 하는 공연장 객석은 채도가 높은 붉은색 의자로 공연장에 입장하는 관객들의 시각을 자극해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한다. 400석 규모의 소공연장도 자리하고 있다.

부산콘서트홀의 개관과 함께 정 감독은 “아시아 최고 오케스트라의 탄생을 부산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한중일 아시아 단원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악단인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sia Philharmonic Orchestra)를 이뜰며 개관 무대에 선다. APO는 1995년 정 감독이 일본의 ‘도쿄국제포럼’ 개관 연주회 지휘를 부탁한 도쿄시에 아시아 연주자가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 창단을 제안하며 출발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다.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1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개관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은 오는 6월 20일 문을 연다. [연합]

그는 “한국의 음악은 점차 발전하고 있고 뛰어난 솔리스트가 나오지만, 오케스트라의 수준은 아직 세계 수준에 비해 얕은 편”이라며 “그것은 지휘자의 책임이다. 지금 (한국의) 젊은 지휘자들이 굉장히 잘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에서 가장 잘하는 음악가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를 부산에서 제대로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는 6월 20일 개관 연주회를 통해 APO의 연주를 만날 수 있다. 부산콘서트홀에선 APO 결성을 위해 2년 전부터 단원들을 섭외해왔다. 정 감독은 “아시아 최고 오케스트라를 부산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개관 공연은 ‘올 베토벤’으로 꾸렸다. 사야카 쇼지(바이올린), 지안 왕(첼로) 등이 참여한 베토벤 ‘삼중 협주곡’과 ‘합창 교향곡’이다. 그는 10여년 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북한에서 인간의 자유와 믿음을 노래하는 ‘합창’을 연습했다. 보통 때라면 ‘자유’를 언급하기 힘들지만, 베토벤이 그 어떤 것도 이길 수 있었다”며 “인류애와 희망을 노래하는 이 곡을 통해 전 세계인이 한 마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개관 공연 시리즈는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한다. 명실상부 클래식 메카로 도약하는 첫 걸음이다. 챔버 시리즈로 피아니스트 조성진 리사이틀(6월 22일), 선우예권(6월23일), 정명훈(6월 25일)이 공연한다.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도 줄줄이 한국을 찾는다. 이탈리아 명문 악단 라스칼라 오케스트라(9월 18일) 정명훈 예술감독과 함께 무대에 선다. 정 감독은 라스칼라 역사상 첫 명예 지휘자다. 협연자는 니콜라이 루간스키다. 에드워드 가드너가 지휘하는 런던필하모닉(10월 17일)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협연하고, 클라우스 메켈레가 지휘하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11월 9일)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슈타인과 함께 한다.

박민정 클래식부산 대표는 “부산콘서트홀은 최적의 클래식 공연을 위한 다양한 설비를 갖춰있고, 서울과 부산에서만 공연하는 오케스트라의 무대를 많이 준비해다”며 “부산 시민에겐 ‘열려있는 공연장’, 부산을 찾는 관객들에게 ‘투 두 리스트(To do list)’를 더하는 공연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어린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자주 오는 습관과 기회를 만드는 공연장, 알면 알수록 좋아지게 되는 공연장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오픈 투 부산 시민’이 (부산콘서트홀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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