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왜 은행서 발을 빼나: 재정적자, 인플레, 뱅크런의 경고
버크셔 BofA 지분 매각 가속도
3·4분기 전체 지분 4.3% 팔아
워런 버핏의 은행업 향한 경고
재정적자와 인플레 만나는 시점
#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미국 2위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주식을 지난해 3·4분기에 전체 지분의 4.3%나 팔아치웠다. 은행에는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건 은행에 나쁜 시그널도 아니다.
# 하지만 버핏의 시선은 은행업의 본질, 미국 경제의 본질로 향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미국 경제와 은행계에 갖고 있는 본질적 공포를 자세히 알아봤다.
![버크셔해서웨이를 창업한 워런 버핏 CEO가 2019년 주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17/thescoop1/20250217175607723udtv.jpg)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워런 버핏이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했다. 이로써 버크셔해서웨이는 BofA의 최대주주 지위를 간신히 유지했다.
지난해 미국 최대 은행은 자산 3조8000억 달러인 JP모건이었고, 그 뒤를 자산 2조5700억 달러의 BofA(2위), 자산 1조7300억 달러의 시티뱅크(3위), 자산 1조7000억 달러의 웰스파고(4위)가 추격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4년 2분기까지만 해도 BofA 지분 13.2%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버크셔가 BofA 주식을 3분기에 3390만주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10.4%로 하락했고, 4분기에는 1억1750만주를 팔아 2대주주인 뱅가드그룹 지분율보다 고작 0.2%포인트 많은 8.9%까지 떨어졌다.
■ 버핏이 은행주 판 이유=혹시 워런 버핏은 미국 은행업의 미래, 나아가 세계 은행업의 미래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견한 것은 아닐까. 먼저 버크셔가 1989년부터 지분을 보유했던 웰스파고부터 따져보자. 버크셔는 자산 기준 미국 4위 은행인 웰스파고 지분을 2022년 1분기를 마지막으로 전량 매각했다.
당시 월가의 지배적 의견은 '이 은행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웰스파고 직원들이 2016년 조직적으로 수천명의 고객 명의를 도용해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를 개설한 사실이 발각되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18년 웰스파고 자산이 1조9000억 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런 버핏의 매각 시점(2022년)과 연준의 규제 시점(2018년)이 4년이나 차이가 나는 점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워런 버핏은 웰스파고 지분 매각 1년 후인 2023년 4월 경제매체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변심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여러 은행의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경영진이 멍청한 위험을 감수하고, 기만적인 회계를 통해서 이익을 부풀렸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자산을 시장가치가 아닌 비용(수수료)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의 이익을 부풀리고, 투자자와 시장분석가들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즉시 인출이 가능한 고객 예금으로 장기국채나 장기 주택대출 담보증권을 사는 등 은행들의 기본 금융 원칙을 망각한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은행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앞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나는 예전처럼 은행 사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료 | 미 증권거래소, 뱅크오브아메리카,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17/thescoop1/20250217175609122xjiz.jpg)
월스트리트에서는 워런 버핏의 지난해 BofA 지분 매각의 이유로 세 가지를 거론한다. 저금리로 더 이상의 횡재성 예대마진을 확보하기 힘들어졌고,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법인세 감세가 2025년 끝나며, 그 결과 BofA 주식의 본질적인 가치가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추측이다. BofA 주가는 버크셔가 회사 주식을 매각하던 3분기에 38~40달러였지만, 4분기에는 45~47달러선으로 올라섰다.
감세의 종말을 예측한 워런 버핏은 혹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내다보지 못한 걸까. 지난해 내내 도널드 트럼프는 강력한 공화당 대선주자였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미국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25년까지 21%로 인하했고, 감세 연장은 항상 트럼프 공약의 최상단에 위치해 있었다. 버크셔가 3분기부터 BofA 주식 매각을 시작한 이유가 트럼프의 낙선 예상이었다면, 4분기엔 그 매각을 멈췄어야 했다.
그래서 워런 버핏이 '감세 시대가 끝나간다'고 예측한 것은 '누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는 지엽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 수 있다. 버핏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정부가 언젠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겠다면, 우리는 그에 맞게 (법인세를) 납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규모와 이를 해결할 정부 거버넌스를 문제 삼아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2023년 8월이었다.]
워런 버핏이 은행을 보는 시각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그는 2020년 웰스파고 외에도 JP모건, US뱅크 지주회사 US뱅코프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 BofA 주식 매각은 이 연장선상에 있을지 모른다. 워런 버핏은 지난해 주총에서 "언젠가는 세계가 미국 국채 발행분을 소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국가의 부채 규모가 아니라 (행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80년대 이전부터 인플레이션을 걱정했다.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것은 미국의 국채 발행 규모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이다. 세계 경제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플레로 달러가치가 하락해 현금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사고 그 자체다."
![버핏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 전체 지분의 4.3%를 지난해 2개 분기만에 팔아치웠다. 보스턴 뱅크 오브 아메리카 파이낸셜센터 빌딩 모습.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17/thescoop1/20250217175610540otmd.jpg)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가 줄지 않고 인플레이션과 만나는 시점, 워런 버핏의 위기의식은 이 지점에 있어 보인다. 버핏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막대한 국가부채에서 오는 재정적자를 유지할 것이고, 감세는 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봤으며, 만약 물가 재상승이 시작돼 퍼펙트스톰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은행업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워런 버핏이 지난 2023년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한 발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3년 5월은 미국 지방은행들이 연쇄 파산한 여파로 결국 크레디트스위스가 파산한 직후다. 버핏은 주총 질의응답 세션에서 "공포는 전염성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금융회사에서 다른 금융회사로 돈을 옮기는 것이 쉽기 때문에 은행을 운영하기에 훨씬 더 취약한 환경이다. 은행에 있는 돈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국가가 경제를 운영할 수 없다." 공포와 자금 이체의 편의성이 만날 때 생기는 일은 뱅크런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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