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냄새 아니었다... 5000년된 미라에서 ‘우디향’ 난 이유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부패한 시체 냄새가 아닌 우디향과 꽃향기가 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14일(현지 시각) AP통신,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 연구진은 5000년 된 고대 이집트 미라 9구에서 나무, 매콤한 향, 달콤한 향 등 독특한 향기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카이로 이집트박물관에 보관 중인 미라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미라를 손상시키지 않고 특수 튜브를 이용해 석관 내부의 냄새를 채취했으며, 가스크로마토그래피(복잡한 혼합물에서 개별 화학 성분을 분리, 식별 및 정량화하는 기법) 기술을 활용해 석관 내부의 다양한 냄새를 분리했다. 또한 전문적으로 향을 맡는 후각 전문가들을 동원해 미라 냄새의 질, 강도, 기분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샘플의 78%에서 우디향이, 67%에서는 매운 향이, 56%에서는 달콤한 향이 났다. 33%에서 오래되거나 산패한 냄새가 났고, 꽃과 허브, 감귤류, 먼지 등의 향도 적지 않게 났다고 밝혔다. 세실리아 벰비브레 UCL 지속가능한유산연구소 연구책임자는 “영화나 책에서는 미라 시체 냄새가 끔찍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매우 유쾌한 향이 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러한 향의 주요 원인 4가지를 파악했다. 미라 제작 과정에서 사용된 원래의 재료와 이후 보존을 위해 사용된 식물성 기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 합성 살충제, 물질과 조직을 분해하는 미생물로 인한 부산물 등이다.
특히 미라에서 감지된 꽃향기는 방부 처리 과정에서 사용된 소나무 수지와 천연수지 몰약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미라에서 동물성 지방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냄새도 발견했다. 이는 시신의 분해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어 미라 보존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화 과정은 오일, 왁스, 발삼 등을 사용해 시신과 영혼을 사후 세계로 보존하는 중요한 의식이었고, 이 과정에서 향은 순수함과 신성함을 상징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미라의 사회적 계층과 보존 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문화재 관리자와 큐레이터, 고고학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티야 스트릭 류블랴나대학 화학과 교수는 “미생물 분해나 부패의 흔적을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징후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것은 미라가 어떤 사회 계층에 속했는지를 잠재적으로 알려주고, 미라화된 신체에 대한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라의 향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더욱 실감 나는 고대 이집트 문화 체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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