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플랫폼eye] 가성비 AI 개발 불 당긴 엑사원 "K-파운데이션모델 자리매김"
젬마·라마 경쟁모델 제치고 1위
그룹용넘어 외부시장 공략해야
한컴·더존 협업으로 경쟁력 UP



"LG 엑사원 3.5 32B 모델 개발에 4개월 동안 70억원이 들었다. 조만간 딥시크 R1 수준의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하겠다.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H200 2048장만 있다면 (오픈AI의) 'o3' 정도 모델도 한국에서 만들 수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던진 포부가 국내 가성비 AI 개발에 불을 당기고 있다.
최상의 가성비를 자랑했던 중국의 딥시크보다 더 가성비가 뛰어날 뿐더러 AI 개발 업계를 선도하는 오픈AI에 버금가는 모델을 한국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o3는 오픈AI가 '인공일반지능(AGI)에 접근한 최초의 모델'이라고 주장한 추론모델이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고무된 국내 AI 업계에 LG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1년 선보인 '엑사원' 활용성 중심 진화 중
LG AI연구원은 2021년 12월 독자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엑사원을 공개한 뒤 지금까지 모델의 실제 활용성에 초점을 맞춰 성능을 향상시켜가고 있다. 3년 만인 지난해 12월 10일에는 최신 모델 엑사원 3.5를 내놨다. LG가 발간한 '엑사원 3.5 테크니컬 리포트'를 살펴보면 엑사원 3.5는 실제 활용 영역에서 사용자 명령을 처리하는 분야와 복잡한 작업 수행에 필요한 긴 문맥 처리 분야에서 동급 경쟁 모델 대비 앞선다는 결과를 얻었다.
'엑사원 3.5'의 세부모델 중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단말기 내장형 초경량 모델인 '2.4B'는 허깅페이스 리더보드의 에지 부문에서 올해 첫날 기준 1위를 차지했다. 메타의 라마, 구글의 젬마, 알리바바의 큐원 등 경쟁 모델을 제친 것이다. 허깅페이스는 전 세계 700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활동하는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커뮤니티로 글로벌 AI 모델의 성능을 비교·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리더보드를 공개하고 있다. 또, 3.5 32B 모델은 미국 에포크 AI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AI'에 등재됐다. 에포크 AI는 과학자들로 구성된 미국의 비영리 AI 관련 연구 기관으로, 모델의 성능, 사용 빈도 등 주요 요소를 과학자들이 심사한 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모델들만 '주목할 만한 AI'로 선정하고 있다.
◇엑사원 3.0, 글로벌 오픈소스 모델 공개…추론 특화모델 공개 예정
다만, LG는 이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엑사원을 그룹용으로 활용하고 있어 업계 안팎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배 원장 역시 지난 6일 국가AI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회의'에 참석해 엑사원 기반 기업용 AI 에이전트 '챗엑사원'을 LG 계열사 전 임직원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그룹 차원을 넘어서 글로벌로 공개했더라면, 더 많이 알려졌을텐데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도 "LG가 역량을 모아서 외부 시장을 공략한다면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잠재력을 평가했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8월 엑사원 3.0 출시 시점부터 허깅페이스 개발자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오픈소스로 모델을 공개했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AI 에이전트 챗엑사원은 LG그룹안에서 활용 중이며, 현재 2만3000명 이상의 LG 그룹 임직원들이 번역, 요약 등 기본적인 기능과, 내부 문서나 웹 검색 기반의 심층 정보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이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글로벌 모델과 경쟁하려면 AI모델을 적기에 개발할 있는 속도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LG AI연구원 측은 더욱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글로벌 모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추론 특화 모델을 곧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오픈소스·K-파운데이션 모델 균형 잡아야"
현재 국내 AI 업계는 대다수 기업들이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통해 수월하게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어떤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인지 정확히 알 수 없고, 빅테크의 모델 제공 정책이 언제든 변경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AI 서비스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K-파운데이션 모델 개발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LG 측은 외부 기업과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고, 챗엑사원의 성공적 반응을 살펴 향후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로도 확산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한컴, 더존비즈온 등 국내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고, 바이오,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 도메인 영역에서 글로벌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LG CNS는 엑사원을 활용해 금융AI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진식(사진) LG AI연구원 엑사원랩장은 "AI 모델을 실제로 활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성능 요소는 사용자의 명령을 정확하게 이해해 처리하는 '인스트럭션 팔로잉'(Instruction Following)과 복잡한 작업 수행에 필요한 긴 문맥(Long Context)을 이해하는 능력을 꼽을 수 있다"며 "모델 성능 확보와 더불어 신뢰성 높은 안전한 모델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공개한 '2024 LG AI 윤리 책무성 보고서'에 담긴 '데이터 컴플라이언스'(Data Compliance) 파트 내용을 참고하면, 법무 전문가와 비교해 26% 더 높은 정확도와 45배 빠른 속도, 0.1% 수준으로 비용을 낮춰 데이터 리스크를 평가하는 AI 기반의 검토 체계를 구축했다"며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한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산업에 영향 큰 만큼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력 갖춰야"
이 랩장은 특히 "LG AI연구원은 기본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자 노력해왔다. 이제 AI의 전방위적 산업 확산 차원에서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으로 추가 학습을 잘해 현장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엑사원 3.5 공개 이후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기업들은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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