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난카이, 두 지각판 충돌로 에너지 축적… “30년내 대지진 확률 80%”[Science]

이승주 기자 2025. 2. 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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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카이 해곡, 과거 100~150년 주기로 10여차례 대지진
필리핀판·유라시아판 경계
해구 따라 쌓인 에너지 상당
가장 마지막 발생은 1946년
규모 8~9땐 220조엔 경제피해
동일본 대지진의 11배 달할 듯
국내 쓰나미 영향은 없겠지만
지형 동서방향으로 늘어나며
지진에 취약한 지형 바뀔 우려
그래픽=송재우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자료:NHK

지난달 일본 정부에서 규모 9를 능가하는 지진이 30년 내 난카이(南海) 해곡에서 발생할 확률이 80%라고 발표하면서 한반도까지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규모 8∼9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일본에서 최대 32만 명이 사망하고 약 220조 엔(약 2011조 원) 규모의 경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경제 피해액의 약 11배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난카이 해곡의 지진 공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난카이 해곡에 대한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표했다. 임시 정보는 일주일 뒤 해제됐지만, 역사적으로 수차례 지진의 아픔을 겪은 일본인들이 곳곳에서 일상용품 사재기를 할 정도로 열도 곳곳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열도 주변 해구와 육지 활단층에서 예상되는 거대 지진 발생 확률에 대한 2025년판 예측치를 80%로 제시했는데, 이는 전년(70∼80%)보다 상향한 수치다. 게다가 일본 기상청이 “거대 지진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한 만큼, 이웃국인 우리나라도 난카이 대지진 여파가 불어닥치진 않을지 대비가 필요한 때다.

◇열도를 떨게 한 지진공포, ‘난카이 해곡’은 어디=난카이 해곡은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4000m 깊이의 바닷속 깊은 골짜기 지형을 말한다. 과거 이곳에서 1300년간 100∼150년 간격으로 규모 7.0∼8.0대 대지진이 10여 차례 발생했을 정도로 지진에 취약한 곳이다. 왜 이곳에서 유독 대형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일까.

지진 발생 원인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대표적인 판(plate)구조론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표층인 암석권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북미판 등 10여 개의 판으로 나뉘었다. 이들은 점성이 있는 맨틀 위를 제각기 이동하며 서로 부딪치거나 밀고 때론 서로 포개지는데 일정 단계에 도달했을 때 갑작스럽게 판끼리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난카이 해곡도 지각판인 필리핀판이 훨씬 더 큰 유라시아판 밑으로 밀려들어 가는 경계에 자리하는데, 필리핀판이 밀려가던 끝에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르면 지층이 어긋나는 단층이 생기며 거대 지진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전 세계 모든 단층 지형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박광순 국토안전관리원 재난안전본부 지진안전관리실장은 “단층 지형이 모두 지진에 취약한 것이 아니다”라며 “최근에도 지진 활동이 매우 활발히 일어나 앞으로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활성단층인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난카이 해곡의 지진 우려가 커진 이유도 활성 단층이란 점에 있다. 이곳에서 가장 최근에 발생한 지진은 1946년 와카야마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쇼와 난카이’ 지진으로, 당시 가옥 3만5000채가 붕괴되고 1443명이 희생된 바 있다.

지난해 1월 일본 노토반도(能登半島)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 모습. AFP 연합뉴스

◇난카이 지진, 한반도에 영향은=난카이 지진이 워낙 치명적이다 보니 일본을 넘어 그 피해가 한반도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닐지, 이를 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내 지진 전문가들은 난카이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웃국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파장은 쓰나미(지진해일)가 몰아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난카이 지진으로 인한 국내 쓰나미 피해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난카이 해곡이 일본 동쪽, 규슈 남단에 위치한 만큼 지진으로 인해 해일이 발생하더라도 일본 열도에 막혀 한반도로 넘어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한반도 지형 자체가 지진에 취약한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한반도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동아시아 전체가 일본 방향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 지형이 동서 방향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견고했던 구조가 지진에 취약하게 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엿가락을 좌우로 늘리면 길이는 길어지지만 가늘어지면서 끊어지기 쉬운 형태로 바뀐다”며 “한반도도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쪽으로 끌려가면서 동서 방향으로 늘어나게 되고 더 쉽게 부서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 예측 과연 믿어도 될까?=최근 국내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 100년 주기설’ 등이 주목받는 가운데 과거 지진·화산이 발생했던 기록을 기반으로 향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방식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에 지진·화산이 발생했다고 향후 반드시 일어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다만 일본 난카이 해곡 지진은 주기만으로 산출한 게 아닌 만큼, 위험에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에서 이번 예측치를 발표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 발생확률은 내부에 응축된 에너지 총량을 기반으로 계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지진을 일으키는데 그 에너지가 제때 충분히 방출되지 않으면 내부에 계속 축적되면서 향후 큰 지진으로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살펴보니 난카이 해구를 따라 쌓인 에너지 양이 상당해 시기의 문제일 뿐 규모 8∼9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교수는 “이번에 지진이 안 났으니 다행이라고 보면 안 된다. 에너지가 계속 축적되는 상태란 점에서 위험도는 더 높아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실장은 “과거 지진이 크게 발생했던 튀르키예와 대만에서 최근에 재발했는데 대만만 피해를 크게 입지 않은 이유는 대만이 내진 설계를 강화한 덕분”이라며 “일본 난카이 지진에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기보다 향후 발생할 지진에도 끄떡없도록 민간 소형 건축물 등을 중심으로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joo4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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