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로보트에요. 삐걱삐걱” 42세 최고령 타자, 은퇴 계획은 “FA 되는데 신청해 볼까요?”
[OSEN=어바인(미국),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최형우(42)는 언제쯤 은퇴 시기를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해 통합 우승의 즐거움을 만끽한 최형우는 올해 다시 한 번 우승 기쁨을 맛보고 싶어 한다.
KIA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그레이트파크 야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KIA 캠프를 찾은 날, 스프링캠프 스케줄 중에 번트 훈련이 있었다.
훈련이 끝나고 ‘번트 잘 대더라’는 말에 베테랑 최형우는 “번트 원래 잘 한다. 안 해서 그렇지 잘 댄다. 어렸을 때도 보내기 번트 시키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포 중심타자로 활약해 온 최형우가 사실 번트 댈 일은 없다. 그의 희생번트 기록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번트를 하려는 시늉을 할 때는 있다. 최형우는 “시즌 때 진짜로 막 뭐가 안 좋거나, 팀 분위기가 처져 있거나, 뭔가 누군가가 좀 웃겨야 될 때 한 번씩 시도하려고 하는데, 계획하고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1+1년 계약이 끝난다. 2024년 1월 1+1년 총액 22억원에 계약했다. 최형우는 계속 뛸 실력이 안 되면 은퇴한다는 생각은 언제든 한다고 말해 왔다. 올 시즌 이후의 상황에 대해 그는 “재계약이든 은퇴든 둘 중 하나겠죠”라고 말했다.
선수로서 당연히 계속 뛰고 싶어한다. 최형우는 “은퇴는 솔직히 생각은 안 해요. 마음속에 갖고 있는 거지 생각 안 한다. 캠프 출국 때도 얘기했지만, 주변에서 장난으로 은퇴 얘기를 해도, 아직 선수 신분이기에, 지금도 후배들이랑 똑같이 어울리고 훈련한다. 선수로서의 생각만 갖고 할 일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지난해 11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 22홈런 109타점 OPS .860으로 활약하며 KIA의 통합 우승에 앞장섰다. 여전히 경쟁력을 보여줬고, 중심타자로서 맹활약했다.
올 시즌을 뛰고 나면 다시 FA가 된다. 최형우는 “FA 신청할까요”라고 농담으로 반문하더니 “다른 팀에 간다거나, 다른 팀에서 나에게 관심 있을까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KIA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게 어울릴까요? 말이 안 되죠”라고 은퇴까지 KIA에서 뛸 마음을 표현했다.
최형우는 여러가지 최고령 기록을 갖고 있다. KBO리그 통산 타점 1위에 올라 있고, 이승엽을 제치고 KBO리그 통산 최다 루타 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역대 최고령 MVP를 수상했다. 국내 선수 최고령 만루 홈런 기록도 세웠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역대 최고령 야수 출장, 안타, 타점 등 각종 기록을 세웠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을 수상하며,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 기록도 가졌다. 골든글러브는 개인 7번째 수상이었다.
최형우는 “항상 말하지만 기록에는 관심이 없다. 어떤 기록을 깨고 싶다는 것도 없다. 그냥 내 몸이 되면 젊은 애들이랑 같이 어울리면서 웃고 떠들고, 희열도 느끼고, 팬들 환호성도 느끼고 이러고 싶다. 기록을 깨고 싶은 생각은 진짜 1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형우는 여전히 중심타자로서 능력을 보여줬다. 기록에 관심 없는 그는 해결사로서 타점은 신경쓴다. 그는 “내가 그걸 해야 된다. 찬호나 원준이는 뛰고, 도영이나 성범이 위즈덤은 홈런을 치고, 나는 솔직히 이제 홈런도 많이 칠 수가 없고, 주자가 있을 때 최대한 타점을 연결하는 게 내 위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2홈런으로 4년 만에 20홈런을 넘겼다. ‘20개 넘게 쳤지 않느냐’는 말에 최형우는 “이제 내 나이가 몇 살인데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최형우는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분명히 어느 순간 나이가 넘어가는데 다들 그러려니 한다. 솔직히 43살은 말이 안 돼, 미친 거에요. 40세도 말이 안 되는데, 솔직히 나는 39살 때부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지금 내가 43살이다. 43세까지도 뛰니까,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와 저 미친 놈이다. 40세 넘어가면서 계속 미친 놈이라고 생각하다가 나이 먹고 43세 되어도 그냥 ‘쟤는 그냥 원래 해오던 대로 잘하겠지’ 이렇게 생각한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는 속으로는 미치겠고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진짜 개처럼 열심히 해야 홈런 하나 칠까 말까. 진짜 몸이 지금 장난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로보트 같아요. 여기저기 삐걱삐걱이 아니라 못 움직일 정도에요”라고 하소연했다.
최형우는 지난해 8월 우측 내복사근 손상 부상을 당했고, 3주 정도 재활을 하고 복귀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매일 훈련 마치고, 저녁마다 마사지를 받고 치료를 받는다. 최형우는 “그렇게 해도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다. 다시 로보트가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하고 카 퍼레이드, 우승 축하 공연 등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최형우는 “올해 또 우승하고 싶다. 우승하고, 2년 정도 재계약을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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