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투루 감독 생활한 게 아니었다” 위성우 감독이 꼽은 만 34세 ‘성장캐’
아산 우리은행은 16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스타즈와의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46-44로 승, 잔여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위성우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10번째 정규리그 우승이다. 또한 위성우 감독은 안산 신한은행(현 인천 신한은행) 코치 시절 6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현역 시절(2001-2002시즌 대구 동양)까지 포함하면 선수, 코치, 감독으로 무려 17차례나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정규리그 우승은 단연 올 시즌이지 않을까. 박혜진, 최이샘, 박지현, 고아라, 노현지 등 주전, 벤치에 걸쳐 수많은 선수가 떠나 새로운 팀이나 다름없는 전력으로 역전 우승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내가 그동안 허투루 감독 생활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걸 느꼈다”라며 운을 뗀 위성우 감독은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땐 멋 모르고 하다 보니 우승을 했다. 이후에는 좋은 선수들과 편하게 농구를 했다. 전력이 약해질 때쯤 (김)단비를 영입해 ‘이제 다시 편해지려나?’하던 찰나에 시련이 왔다”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국내 프로스포츠 환경상 성장, 성적은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게 위성우 감독의 지론이다. “성장을 위해 젊은 선수들만 투입한다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다. 어느 정도 성적도 따라줘야 한다.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나도 (선수들에게)할 말이 없다. 따라오겠나. 올 시즌을 기점으로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 여자농구가 중국, 일본보다 뒤처진 지 오래됐지만 장기적으로 노력하면 다시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위성우 감독의 말이다.
위성우 감독은 “2012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상대 팀 코치로 보며 다 파악이 된 선수들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을까?’란 생각만 해본 정도였는데 감독 제안을 받았던 것이다. 올 시즌 준비할 때는 한숨을 몇 번 쉬었는지 모르겠다(웃음)”라고 돌아봤다.
위성우 감독은 또한 “아시아쿼터도 운이 따랐다. 염두에 뒀던 2명 가운데 1명이라도 뽑자는 생각이었는데 2명 다 남아있어서 선발했다. 2명이 평균 10점 5어시스트만 해줘도 어느 정도 계산이 서겠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하게 나왔다(스나가와 나츠키 6.1점 3어시스트, 미야사카 모모나 3.4점 1.3어시스트)”라며 돌아봤지만, ‘가장 성장한 선수는?’이라는 질문에는 김단비를 언급했다.
김단비는 만 34세다. 열흘 후면 만 35세가 되는 데뷔 18년 차 베테랑이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성장캐(성장하는 캐릭터)’라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김단비는 올 시즌 18경기 평균 21.8점 11리바운드 3.7어시스트 2.1스틸 1.6블록슛으로 활약했는데, 평균 20점 1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리그를 통틀어 평균 더블더블을 작성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위성우 감독은 “상위 팀에 있는 선수가 득점 1위나 평균 20점 이상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팀이 단비를 수비하는 데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만큼 단비도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위성우 감독은 “단비 이외의 선수들은 3&D 스타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대1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3점슛 많이 던지는 건 가능하지 않나. 대신 수비는 열심히 해야 한다. 아마 우리가 3점슛 시도가 가장 많은 팀일 것”이라며 올 시즌에 주입한 팀컬러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평균 26.8개의 3점슛을 시도, 압도적 1위에 오른 팀이었다. 2위는 부산 BNK썸의 23.9개. 성공률은 5위(26.4%)에 불과했지만, 우리은행은 6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7.1개의 3점슛을 터뜨리며 김단비에게서 파생되는 찬스와 스페이싱을 극대화했다.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위성우 감독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괜히 ‘위대인’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던 명장에게 ‘성장캐’가 더해진 결실. 통산 15번째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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