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멀티골' 주민규, 첫 경기부터 맞아 떨어진 황새의 '승부수'

박찬준 2025. 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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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4시즌 후반기 극적인 반전을 쓰며 대전하나시티즌을 잔류시킨 황선홍 감독의 고민은 확실한 '원톱'이었다.

라트비아 출신의 외국인 공격수 구텍은 부상 회복 후 100%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주고 야심차게 영입한 스트라이커 천성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황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 시절 즐겨썼던 제로톱 카드를 꺼냈다. 섀도 스트라이커가 주 포지션인 마사를 최전방에 두고, 그 밑에 중앙 미드필더로 주로 활약하던 김준범을 포진시켰다. 이들의 많은 활동량을 적극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빠른 트랜지션과 강한 압박을 전면에 내세운 대전은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과정과 결과,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스플릿라운드를 4승1무로 마치며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황 감독은 시즌을 마친 후 곧바로 복기에 나섰다. 결론은 역시 '원톱'이었다. 한단계 도약을 위해선 밀집 수비 타파가 절실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다. 구텍이 2025시즌에도 A매치를 소화하기 위해 유럽을 왔다갔다 해야하는만큼, 꾸준히 출전할 수 있는 최전방 자원을 원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주민규(35)였다. 대전은 거액을 쏘고 2021년과 2023년 두차례 득점왕을 거머쥔 주민규를 울산HD에서 영입했다.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황 감독과 주민규의 만남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더욱이 황 감독은 임시 감독으로 주민규에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준 인연도 있었다.

우려도 있었다. 나이가 제법 있는데다, 지난 시즌 대전이 보여준 축구를 소화할만큼 활동량이 많은 선수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황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황 감독은 "축구 감각은 최고다. 신체 능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감각은 여전하다. 패스를 어디로 할 것인지, 슈팅은 어디로 날릴 것인지 그건 가르쳐서 될 문제가 아니다. 주민규는 선수 시절 나보다 더 낫다.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대전과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개막전, 첫 판부터 황 감독의 승부수는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선발 출전한 주민규는 멀티골을 쏘아올렸다. 주민규는 전반 상대 수비와 경합 도중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오른 눈이 퉁퉁 부은채로 경기를 소화했다. 시종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인 주민규는 이날 원샷원킬의 진수를 보였다. 두 차례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하는 놀라운 결정력을 보였다. 황 감독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1-0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41분 김인균의 헤더가 골문 앞에 떨어지자 뛰어들며 머리로 마무리했다. 주민규의 위치선정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백미는 후반 44분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정재희의 땅볼 크로스를 감각적으로 돌려놓았다. 국내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는 정재희와 나란히 달려 만든 득점, 스피드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날린 골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주민규의 멀티골을 앞세운 대전은 3대0 대승을 거두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대전은 2010년 4월24일(1대0 승) 이후 무려 15년 만에 포항전 승리를 따냈다.

주민규는 경기 후 "부담이 굉장했다. 처음이 가장 떨리는 건데, 굉장히 불안했다"며 "감독님께서 경기는 많으니 부담 없이 하던 대로 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 부담이 자신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멀티 골로 부담을 좀 덜었다. 시작이 좋다"며 "자신감이 생겼고, 다음 경기는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상 첫 각기 다른 세 팀에서 득점왕을 하겠다는 주민규의 새로운 목표도 힘찬 시동을 걸었다. 황 감독도 "주민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긴 하지만, 첫 경기부터 첫 골이 나왔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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