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가 우울증 때문?"…'하늘이법' 추진에 의사도, 교사도 '우려'
하늘이법 추진에 의료계 우려 잇따라
대전 초등생 김하늘양 피습사건 이후 정상적인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 직권휴직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는 법안, 일명 '하늘이법'이 논의되는 가운데, 자칫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 조장하고 환자들은 병을 숨기기에 급급할 수 있단 우려가 의사들 사이에서 잇따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야는 교원 임용 전후로 정신 질환 검사를 의무화하고, 질환심의위원회 심사와 정신질환 휴직 후 복직 시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하늘이법 발의를 추진한다. 이는 '우울증'을 겪던 교사 명모 씨가 지난해 12월 휴직을 신청했다가 20일 만에 조기 복직한 뒤 범행을 저지른 데 따른 것으로, '정신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어려운 교사'에 대해 교육부가 강제로 직권휴직이 가능하도록 하겠단 게 '하늘이법'의 취지다. 교원 임용 시부터 재직기간 내내 심리검사를 시행하고 이상행동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는 얼마나 될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2018~2024년 상반기 우울증·불안장애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우울증·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교육기관 종사자 수가 3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소속 기관은 초등학교(5091명), 고등 교육기관(4223명), 유아 교육기관(2701명), 중등 교육기관(2635명), 보육 시설(880명) 순으로 많았다.
그런데 '하늘이법'을 섣불리 추진했다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 불러올 수 있단 우려가 의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하늘이를 살해한 교사 명씨의 우울증과 폭력성은 관련이 없다고 본다"며 "범죄자에게 우울증 병력이 있다고 해서 범죄행위와의 인과관계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한국심리학회, 한국정신간호학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14일 공동 성명을 내고 "가해자의 '우울증 치료 병력'이 '우울증의 폭력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이 자칫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조장해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를 막아서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살인은 (정신질환보다) 범죄자 개인의 인격과 도덕성이 영향을 미칠 텐데, 잔인한 행위를 정신질환 탓으로 돌린다면 오히려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환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치료받은 이력 자체가 증상의 심각성을 반영하진 않는다. 단지 적극적인 관리·치료를 통한 건강 회복의 과정을 택했다는 의미"라며 "타인에게 폐가 될까 염려하며 편견에도 병·의원을 찾은 분들이 이런 사건으로 치료 의지가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질환심의위원회에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까지 심의위원회에 포함하는 움직임에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강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2년 차 서울 소재 초등학교 교사 A씨(39)는 "심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심사하느냐가 문제"라며 "정신질환으로 휴직하려는 교사는 동료·학생들에게 병명을 드러내야 하는데, 차라리 정신질환을 숨기고 버티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신과 의사가 미래의 폭력 행동에 대해 완전한 신뢰성을 갖춘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김택우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의 범행동기와 병력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가해자가 우울증 환자'라는 데 초점을 두고 전문의가 소견서를 부실하게 작성해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판단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택우 회장은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촉발된 사건이 아닌, '피의자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으니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단편적인 인과관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하늘 양을 살해한 교사 명모 씨는 지난해 12월 초 휴직 신청 시 "6개월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했지만 불과 20여일 뒤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같은 병원의 소견서를 받아 복직했다. 이를 두고 해당 의사의 책임론이 불거진 데 대해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완치'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현재에 상태 호전이 있다고 미래에도 절대 재발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적극적인 치료로 일반적인 경과보다 빨리 호전되기도 하듯이, 치료 중단으로 급격히 악화하기도 한다"는 입장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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