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큰 집으로…" 집부터 팔라는 '신특'
유주택자 갈아타기 위해선 '무주택' 요건 필수
은행 주담대 받고 대환하거나, 단기임대 등 '꼼수'
전문가 "2주택 아닌 처분조건 허용, 당연한 부분"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경기 부천시에 자가를 보유한 김모(37) 씨는 최근 아이를 낳고 ‘신생아 특례 구입자금 대출’을 통해 더 큰 집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짰다. 하지만 ‘1주택 처분조건부’가 불가하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김 씨가 신생아 특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 집을 팔고 신생아와 인근 오피스텔에 들어가 ‘무주택’ 요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재난 상황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생아 특례 대출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하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기금의 특성과 한계 때문에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실수요자들은 출산에 따라 주거 여건을 개선하고 싶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수요자들은 각종 ‘꼼수’를 통해 우회로 신생아 대출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생아 출산 부부의 시간·재정 낭비가 극심하다는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신생아를 출산하는 가구에 한해서는 편리성을 더 높여 활용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 대출은 연 1.1~3.0%, 구입자금 대출은 연 1.6~3.3%의 금리를 적용한다. 당초 소득 요건은 부부합산 1억 3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부터 출산한 가구에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이 부부 합산 연 소득 2억5000만원(기존 1억3000만원)까지 3년간(2025~2027년) 추가 완화됐다.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평균 연 4~5%를 기록하는 상황이라 신생아 특례대출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 조건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통상 시중은행에서는 매도와 매수일자를 맞추기 위해 ‘처분조건부’ 주담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신생아 특례대출은 ‘무주택 가구’ 또는 ‘1주택 가구의 대환대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신혼부부가 결혼 시 주택 구매 후 신생아 출산을 통해 더 좋은 입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원하지만 1주택자라는 이유로 신생아 특례대출 사용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신생아 출산 가구들은 꼼수를 써 우회로 신생아 대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대출 방법이 시중은행 주담대를 받은 후 신생아 대출로 대환하는 경우다. 문제는 중도상환수수료다. 신생아를 낳은 신혼부부들은 대출 금액에 따라 100만~20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내는 상황에 몰린다.
또 다른 방법은 무주택을 만들기 위해 부모집 혹은 단기임대를 활용해 심사기간 1~2달 동안 무주택 조건을 만드는 방법이다. 문제는 갓 태어난 신생아를 데리고 주거지를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마지막 방법은 매수할 집에 일단 월세로 들어가 무주택 자격을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매도자가 2주택 이상으로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방법이라 현실적이지 않은 선택지다.
특히 이들 방법은 모두 출산 후 산모가 주민센터, 은행 등을 오가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든다. 신생아를 낳은 부부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신생아 대출을 이용하려는 김 씨는 “국가 최우선 정책이 저출생 해결인데, 이사 한 번 가려면 너무나도 복잡하고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3자녀 이상 출산 가구 등 큰 집이 필요한 지방 거주 가구는 주택가격 9억원 이내에도 불구하고 전용 100㎡를 초과한 집을 구매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현행 규정에는 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 또는 면 지역에서는 100㎡ 이하 주택만 신생아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대출은 정책 목표에 맞춰 최대한 많이 이용하도록 현실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신생아 특례 대출의 경우는 국가적 비상상황인 저출산·인구 감소에 대한 하나의 지원체계”라면서 “신생아를 출산하는 가구에 한해서는 그들의 편리성을 높여 활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필요하다. 2주택을 허용하라는 게 아닌 처분조건을 허용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인 이같은 지적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기금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출산 이후 이사하려는 가구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자금운용 관점에서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 “1주택자한테 (처분조건부로) 기금을 지원한 사례가 지금까지는 없다”고 답했다.
박경훈 (vi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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