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이래도 돼? 세계 1위 신네르, 징계 수위 논란… "프랑스오픈 출전 가능"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솜 방망이 처벌 논란이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도핑 스캔들로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오는 5월 열리는 프랑스오픈 출전이 가능해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은 16일(한국시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신네르의 도핑 양성 반응에 따른 징계를 3개월 출전 정지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징계 기간은 5월 5일까지로, 신네르는 5월 말 개막하는 프랑스오픈에 정상적으로 나설 수 있다.

신네르는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금지 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신네르는 "물리치료사의 마사지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고,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는 이를 받아들여 별다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테니스계 안팎에서 "세계 1위 선수가 도핑 문제에서 면죄부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결국 WADA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신네르의 출전 정지 징계를 요구하며 제소했다. WADA는 최소 1년 출전 정지를 주장했지만, 신네르와 WADA가 3개월 출전 정지에 합의하면서 CAS 제소는 취소됐다.

신네르가 징계를 받았음에도 올 시즌 랭킹 유지와 주요 대회 출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ATP 투어는 랭킹 포인트를 52주 누적 방식으로 산정하는데, 신네르는 이미 올해 호주오픈과 US오픈을 포함해 메이저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징계 이후에도 프랑스오픈 출전이 가능해지면서 선수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는 "이제 누구든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오면 신네르처럼 WADA에 해명만 하면 될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닉 키리오스(호주) 역시 "우승 기록과 상금이 그대로인데, 이것이 징계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테니스에 있어서 슬픈 날"이라고 비판했다.

신네르의 도핑 스캔들이 이렇게 가볍게 마무리되면서, 향후 WADA의 신뢰성과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1위 선수라는 지위 때문에 징계 수위가 낮아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이 향후 다른 도핑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도핑으로 인해 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이며, WADA와 ATP 투어의 대응 방식에 대한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결국 신네르는 3개월 출전 정지라는 가벼운 징계 속에서도 프랑스오픈과 향후 시즌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게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남긴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