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들도 놀랍지 않으신가요?” 정규리그 우승 일등공신 김단비의 유쾌한 반문
[점프볼=청주/이상준 인터넷기자] 살림꾼 김단비(34,180cm)가 이끈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아산 우리은행 김단비는 16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경기에서 12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4블록슛을 기록, 우리은행의 46-44 승리와 통산 15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사실 김단비의 몸 상태는 저조했던 컨디션으로 인해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김단비는 경기 내내 공수 집중력을 발휘, 우리은행의 에이스로 불리는 이유를 증명했다. 특히 44-43으로 쫓긴 경기 종료 3분 37초전, 스틸에 이은 속공 득점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다잡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김단비의 활약은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경기 후 만난 김단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즌 시작하기 전,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수훈 선수 자격으로 인터뷰를 할 것이라고는 단 1%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도 꿈만 같다. 꾸준함이 우승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끈질긴 집념만으로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너무 기분이 좋다. 특히 오늘(16일)의 승리는 나보다는 동료들이 만든 1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정규리그 우승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단비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올 시즌 내내 정규리그 우승을 예측한 시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경기 하루 전인 어제(15일)도 마찬가지였다. 5개 팀 모두 이길 보장이 없었던 시즌이다. 목표 아닌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기자님들도 우리 팀의 우승이 놀랍지 않나?(웃음) 챔피언 결정전에 가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정규리그 우승을 기록했다. 끝까지 열심히 하다보면 더 좋은 기회는 올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이며 우승에 대한 실감이 느껴지지 않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단비의 말처럼 우리은행은 시즌 전 박혜진(부산 BNK 썸)과 최이샘(인천 신한은행)의 FA 이적, 박지현(마요르카)의 해외 진출이라는 전력 누수가 일어났다. 박혜미와 심성영, 한엄지를 각각 FA와 보상선수로 영입했지만, 확실한 주전 선수는 김단비 본인이 유일했다. 그렇기에 김단비는 홀로 득점, 리바운드는 물론 수비에서도 팀을 이끄는 등 코트에서의 역할을 늘렸다. 이는 36분 53초라는 데뷔 후 가장 많은 평균 출전시간이 말해준다.
이게 다가 아니다. 시즌 중 통산 더블더블 100회(5호), 통산 2000어시스트(5호) 등 대기록들을 달성, WKBL 레전드와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경기 전 위성우 감독은 올 시즌 우리은행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선수를 묻는 질문에 김단비를 뽑기도 했다.
이를 들은 김단비는 “사람은 개개인의 첫 인상을 잊지 못하지 않나? 감독님은 18살의 나를 처음 만나는 순간, 나는 39살의 감독님을 처음 만나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어렸을 때 나와 최고참이 된 나를 보시면서 팀을 잘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렇기에 한 단계 성장했다고 말씀해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위성우 감독의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더불어 김단비는 위성우 감독의 “연습 만이 살 길이었다”라는 말에도 큰 공감을 드러냈다. 김단비는 “선수 입장에는 연습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이게 맞아?’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님의 말처럼 많은 연습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모든 사람이 알 듯이 우리은행은 훈련량이 많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준비가 되어있는게 우리 팀만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위성우 감독의 생각에 적극 공감했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최고참이 되었다. 주장까지 맡으면서 이 많은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까라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이 많았다. 1승하면 다행이고 1패하면 바닥을 찍는 느낌으로 시즌을 치렀다. 일부러 시즌 전에는 ‘재밌을 것 같다. 보여드리겠다’라는 말로 두려움을 떨치려고도 했다. 하지만 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진짜 올 시즌 어떻게 치러야 하나?’라는 걱정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혼자만의 속앓이를 많이 했다. 하지만 잘 이겨냈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김단비의 말이다.
우리은행과 김단비는 이제 다가오는 플레이오프를 준비한다. 아직 상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정규리그 우승에 힘입어 통합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단비는 “플레이오프 상대도 정해지지 않았다. 통합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에서 성적도 아직 단정 지을 수 없다. 단기전은 실력으로 판가름 난다. 우리 팀은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하지만 실력으로는 타 팀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라며 플레이오프를 맞이하는 겸손한 생각을 드러냈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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