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2조 계약, 트럼프 효과는 덤...한겨울에 삼바춤 한창인 이유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5. 2. 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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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 ‘삼바’ 춤이 한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약가) 가격 인하와 중국 회사 견제를 동시에 들고 나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호재가 겹쳐서다. 약가 인하는 삼성바이오가 주력사업으로 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성을 높여준다. 미·중 갈등은 중국 대표 CDMO 회사인 우시바이오의 미국내 영업을 어렵게 한다. 특히 삼성바이오를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고 갔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주가가 연초부터 날개를 달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벗은 이재용 회장. <사진=삼성>
실적 수급 모두 거머쥔 삼성바이오 시가총액 3위로
지난 7일 삼성바이오는 주가가 6.5%나 오르며 기존 3위인 배터리 관련주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넘버3’가 됐다. 이제 삼성바이오 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남았다.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실적을 부풀리는 회계상 범죄)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이 문제로 삼성바이오는 한때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2018년말 상장은 유지하기로 결론이 났으나 이번엔 향후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켜지면서 2019년 8월 30만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어둠의 터널’을 지났다. 코로나 이후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해 주가의 변동성이 컸으나 결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부담으로 인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성이 살아나며 주가 반등이 나왔다.

복제약은 삼성바이오의 100%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의 몫이다. 특허가 만료된 유명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만드는 사업이다.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 수익을 내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수익성 보다는 리스크가 낮은 사업을 선호했는데 이 때문에 바이오에피스를 인수한 것”이라며 “바이오에피스의 사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사법 리스크에 처했으나 결국 극복했다”고 말했다.

‘본체’ 삼성바이오는 CDMO 사업을 맡고 있다. 다른 회사의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준다. 수주를 받아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이라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사업 구조와 유사하다. 역시 위험부담이 낮고 매출 덩치가 크다. 지난 1월14일 공시를 통해 약 2조원 규모의 계약을 유럽 소재 제약사로 부터 따냈다. 창사 이래 최대 단일 수주 기록이다.

삼성바이오의 작년 연간 수주액이 5조4000억원 규모였으니 이번 수주가 작년의 40%에 달했다. 이 상장사에 따르면 글로벌 톱20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금까지 누적 수주액은 176억 달러다. 올해 ‘대박’ 수주와 사법 리스크 해소로 투자자들의 돈이 이 상장사로 몰리고 있다. 국내 시총 1, 2위가 반도체 기업이고 기존 3위가 역시 부진한 배터리 관련주여서 상대적으로 삼성바이오가 더 주목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간 실적 <자료=에프앤가이드>
상폐 지옥에서 돌아온 삼바, 당분간 호재 만발
증권가에선 삼성바이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하고 있다. 트럼프 2.0 행정부의 약가 인하 압력과 중국을 향한 도발이 향후 삼성바이오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특히 CDMO 사업은 누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적당한 약효로 만들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설비 투자로 경쟁자를 추월하는 능력을 반도체에 이어 CDMO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2023년 실적 기준 글로벌 CDMO 최강자는 단연 스위스 론자다. 이 회사는 당시 73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2위 미국 카탈란트(43억 달러)는 물론 중국 우시바이오(29억 달러) 삼성바이오(28억 달러)를 크게 따돌렸다. 그러나 이 격차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024년 9월 기준 글로벌 CDMO 생산능력으로 따지면 1위는 60만4000L의 삼성바이오다. 실적 1위 론자는 32만L로 삼성의 절반 수준이다. 우시바이오는 26만L로 3위다. 특히 우시바이오가 미국의 견제로 실적 상당 부분을 삼성바이오에게 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불발된 ‘생물보안법 통과를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안이 최종 통과하면 우시바이오 등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이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곳은 생산능력 1위 기업인 삼성바이오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근 5년 주가. <자료=구글파이낸스>
유보율 5천% 넘어 배당 압박 최고조
CDMO 회사의 예상 실적을 상대적으로 추정하기 쉽다. 수주 계약 공시를 연차별로 나눠서 반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바이오의 예상 매출은 5조5000억원이다. 작년 보다 1조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 연간 매출이 1조6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년만에 3.4배나 급증한 셈이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는 늘어난 매출을 설비투자로 재투자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지배구조상 삼성물산 아래 있으면서 물산의 연결 순이익을 높여 물산이 대신 배당해왔다. 그러나 늘어난 이익을 회사내에 계속해서 유보하면서 유보율이 5433%에 달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4조5000억원(작년 6월말 기준)이다. 이같은 상황은 삼성바이오의 ‘무(無)배당 기조’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수혜는 물론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비용 부담까지 감소해 배당 여력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22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했다. 2025년 이후 해당연도 잉여현금흐름(FCF)의 10% 내외에서 현금 배당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내비친 바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이미 이 종목 실적 추정치를 올리고 있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 대해 예상 실적과 함께 목표주가를 제시한 투자은행들은 25곳이다. 이들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향후 1년내 도달 가능한 주가 기준)는 125만6120원이다. 현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은 8.3% 수준이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가 초대형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언급하면서 바이오와의 연관성을 일부러 부각 시키면서 바이오 관련주로의 머니무브도 예상돼 삼성바이오가 겹호재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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