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마트갔다가 짜증난 적 있죠?”…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로 바꾸는 이유는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5. 2. 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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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휴일을 평일로 옮긴 한 마트 입구에 월요일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주말에 집 근처 대형마트에 갔다가, 마침 마트가 쉬는 날이라 그냥 돌아오셨던 경험이 있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달 두 번씩 일요일엔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으니, 누구나 충분히 겪을 만한 일이었는데요.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규정해 놓은 법 때문이었죠.

그런데 최근 들어 주말에 쉬지 않는 대형마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주말 대신 평일에 쉬고, 주말엔 항상 정상 영업을 하는 방식이에요. 원래는 이런 방법도 활용할 수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각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대한 방침을 바꾸며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어요.

대형마트, 왜 쉬는 거였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2012년에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어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운영시간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죠.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 대형마트는 한 달에 이틀 문을 닫아야 한다
  • 쉬는 요일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한다
  • 오전 0시~10시에도 영업할 수 없다
당시엔 여기저기 대형마트가 들어섰고, 시장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중 제일 먼저 나선 건 서울시였어요. 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엔 대형마트가 영업할 수 없도록 했죠. 이후 부산과 대구, 인천 등 6개 광역시에서도 같은 내용의 규제를 적용했어요. 왜 하필 일요일이냐고요? 사람들이 주말에 쇼핑을 제일 많이 하니까요. 주말 영업을 제한하는 게 전통시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 거예요.
그런데 왜 평일로 바꾸는 거야?
최근 수년간 의무휴업일 제도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에요. 취지와 달리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딱히 없고, 엉뚱한 업체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주장인데요. 그래서 정부도 법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죠. 아직 법은 개정되지 않아서 지자체들이 일단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방식을 택한 거예요. 이 법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예요.

① 대세는 ‘온라인 vs 오프라인’

시장 구조의 변화에 따라 대형마트 휴업이 전통시장의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견해예요. 온라인 쇼핑이 워낙 편리해졌잖아요. 외출할 필요 없이 클릭 혹은 터치 몇 번이면 문 앞까지 원하는 상품을 배달해 주고요. 대형마트에 못 가게 된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에 가는 게 아니라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거죠.

의무휴업일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전통시장 규모가 조금 커지긴 했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에요. 이제 대결 구도는 ‘오프라인 쇼핑 vs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됐는데, 굳이 대형마트를 규제할 필요가 있냐는 거예요.

대형마트 기업들은 오전 0시부터 10시 사이에 대형마트 영업을 금지한 ‘영업시간 제한’ 규제에 대한 불만도 커요. 요즘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로켓 배송’이나 ‘새벽 배송’ 등 빠른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건 막대한 돈을 들여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세워놓은 덕이에요.

사실 대형마트 업체들은 빠른 온라인 배송 서비스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대형마트를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위한 물류센터로 사용하면 되죠. 마트에서 물건을 팔면서 동시에 창고로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이 방법은 활용하기 어려워요. 물류센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24시간 가동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문을 닫는 시간 동안 대형마트를 온라인 배송 사업에 활용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보니, 기존에 보유한 시설을 두고 새 물류센터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해요.

② 오히려 손해보는 주변 상권?

생각지도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주장도 있어요.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주변 상권이 위축된다는 건데요. 한 연구기관이 2020년에 폐점한 대형마트 7곳 주변 상권을 분석해 봤는데, 대형마트 한 곳이 폐점하면 반경 1㎞ 상권의 매출이 4.8% 정도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대요. 주말에 대형마트에 가려고 외출했다가 겸사겸사 근처 식당에 가거나, 마트 외에 다른 곳에서 돈을 쓰기도 한다는 거죠.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서울 중구는 전통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단체에 의견을 물었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해 상인 회원 86%가 찬성했다고 해요. 그래서 유명 전통시장이 있는 서울 동대문구와 중구도 대형마트의 휴업일을 평일로 바꿨어요.

③ 반사이익은 엉뚱한 곳으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자료=한국경제인협회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엉뚱한 기업들이 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대형마트 규제 대상은 ‘매장 면적이 3000㎡(약 900평) 이상인 대규모 점포’ 혹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점포’예요.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은 규제 대상이 아니죠. ‘식자재마트’라고도 불리는 이런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요. 2020년 기준 국내 식자재마트 사업체는 1800여 개로 2014년에 비해 74%나 증가했대요. 사실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는 보기 어려운 식자재마트 업체들에만 좋은 일을 시켜주고 있다는 거예요.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 거야?
지난 11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관악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변경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제공>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해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남겨두자는 거죠. 지자체가 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것처럼, 지역별로 현실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조치하되 제도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다는 견해예요.

노동계에서는 평일로 휴업일을 조정하는 것 자체도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대형마트 근로자들이 주말에 쉴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에요. 평일에 쉬는 것과 일요일에 쉬는 건 엄연히 다르니까요. 주말은 항상 상대적으로 바쁘니까 쉬기 어려운 날이잖아요. 예전엔 적어도 이틀은 주말에 쉬었다면, 앞으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겠죠. 대형마트 근로자들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늘어날 우려가 분명히 존재해요.

일단 대세는 평일 휴업
사실 현 정부는 이 대형마트 규제가 포함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규제개혁 1호’로 삼고 추진했어요. 1년 전엔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와 영업시간 제한도 풀겠다고 공언했었죠.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했고, 이후에는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만큼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맞았어요. 반대로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고요.

다만 법이 그대로 유지되는 동안 지자체 사이에서는 직접 대형마트의 휴일을 평일로 바꾸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예요. 정부에 따르면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 중 78곳(약 34%)이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조례를 도입했다고 해요.

서울의 경우 얼마 전 관악구가 동참하면서 지난 1년 사이 4개 행정구로 늘어났어요. 서울 서초구는 아예 영업시간 제한도 풀어서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까지 허용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벌써 10년 넘게 논란이 이어지는 대형마트 규제, 어떻게 활용해야 효과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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