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위치 알아낸 ‘AI 기술’, 이제 김정은도 ‘체스판’ 위에 올린다

변문우·이원석 기자 2025. 2.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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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美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조셉 리 한국 공공부문 대표 
‘중동·우크라戰’ 게임 체인저 역할도…“北의 모든 행동에 효과적 대응 도모”
“주한미군도 작년부터 800만 달러 계약…‘한미 국방 연합’ 관련 협업 가능”

(시사저널=변문우·이원석 기자)

"제로니모(오사마 빈 라덴 코드명) 신원 확인, 제로니모 EKIA(Enemy Killed In Action·적 작전 중 사살)…." 2011년 5월2일(현지시간) 새벽 파키스탄. 미국 중앙정보국(CIA) 주관으로 진행된 '넵튠 스피어(빈 라덴 사살) 작전'은 이 같은 마지막 암호 메시지를 남기고 성공적으로 종결됐다. 당시 백악관 지하 상황실에서 손에 땀을 쥔 채 쭈그리고 앉아 모든 작전 장면을 지켜보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9·11 테러 주동자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정의가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당초 해당 작전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알카에다 구성원들이 무수히 많은 점조직으로 이뤄졌던 만큼 그중 빈 라덴이 필사적으로 숨은 장소를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었다. 하지만 CIA는 당시 깜짝 등장한 특수부대원도, 탈레반 내부 스파이도 아닌 '한 기업'의 결정적 기술 조력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핵심 주역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회사'로 통하는 미국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AI(인공지능)를 바탕으로 하는 팔란티어 핵심 프로그램 '고담(Gotham)'이다.

조셉 리 팔란티어 한국 공공부문 대표 ⓒ시사저널 최준필
미국 중앙정보국(CIA) 주관으로 진행된 '넵튠 스피어(빈 라덴 사살) 작전'을 다룬 영화 《ZERO DARK THIRTY》의 한 장면 ⓒ영화 'Zero Dark Thirty' 화면캡처

팔란티어의 활약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중동 가자지구에서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물론,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판세를 뒤집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팔란티어의 국방 데이터 분석 플랫폼은 상용 위성, 드론 등 우크라이나가 수집한 산발적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표적 관리와 타격 임무 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최고경영자)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의 대부분을 팔란티어 AI 시스템이 책임지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였다.

이 같은 전시 위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도 현재 북한과 휴전 상태로 연일 '미사일 도발'은 물론 '북핵 리스크'에까지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AI 기술이 휴전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국방에 도입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시사저널은 2월1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팔란티어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조셉 리(한국명 이효섭·38) 국제사업본부 한국 공공부문 대표를 만나 해당 의문에 대한 답을 들었다. 이 대표는 2014년 한국 국방부 국방정책실에서도 유엔교류협력 담당 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미 7공군(주한미군)도 지난해 8월부터 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통해 팔란티어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한국도 팔란티어 플랫폼 도입 시 '한미 연합 임무 수행 역량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시험 등 도발 준비 행위에 대한 우리 군의 억지력 확장에도 긍정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면, 한국은 '인공지능 보유국'으로서 더욱 비대칭적 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5월2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9·11 테러를 주도했던 테러조직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

전장 상황 '체스판'처럼 보여주는 프로그램 '고담'

"고담은 쉽게 말해 '동적인 체스판', 전장 상황을 가시화하는 도구라고 보면 된다. 전술 제대나 함대를 어디에 어떻게 보낼지 등 정보 전략과 작전을 시각화해,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그것이 각 제대로 전달되도록 현장을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군 조직은 보안과 효율성, 개인정보 보호가 모두 필요한 만큼 이 세 가지 정수를 모두 기술적으로 녹여냈다. 저희 핵심 고객인 미국 특수전사령부도 고담을 활용해 임무 계획 수립과 전술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팔란티어 5대 주력 AI 프로그램 중 핵심인 '고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고담은 '보안'과 '효율성'은 물론, '개인정보 보호'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전언이다. 이 외에도 대규모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파운드리',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P(AI Platform)', 전장 등 네트워크 연결이 크게 제한되거나 단절된 곳에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해주는 '아폴로', 상용 위성을 활용해 영상 정보를 신속하게 받아볼 수 있게 하는 '메타 컨스털레이션(Meta-Constellation)' 등이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이루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들을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는 '온톨로지(Ontology·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사물의 개념과 다른 사물과의 관계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다. 국방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기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의 일과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위급한 상황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때문에 팔란티어 프로그램은 미국 국방부를 비롯해 해외 주요국 정부는 물론, 국내에선 HD현대와 LIG넥스원 등 민간기업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빈 라덴 사살 작전이나 우크라이나전 등 전장에선 어떻게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을까. 이 대표는 어떤 전장에서든 기존 데이터 통합과 연결을 통해 "내가 가진 완벽하지 않은 정보만으로도 위험 패턴이나 징후, 시그널을 찾아내고 능동적인 전술을 구현하는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투 중이거나 민간인들을 구출하는 등의 전술 상황을 시각화하고 시뮬레이션을 볼 수 있도록 해, 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분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조기 또는 적시에 공급하고 위협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현 전장 상황에 대한 인식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물론, 작전 수행 역량도 향상되고 각급 부대 간 상호 협조도 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특히 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해 골든타임(제한시간)이 존재하는 전장에서 팔란티어 프로그램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를테면 한 전장의 경우는 '36시간' 만에 실제 작전에 투입되도록 실용적인 워크플로(작업 관리 시스템)를 개발해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팔란티어 프로그램이 국내 기업 HD현대에서 활용되고 있는 모습 ⓒ팔란티어 공식 유튜브

"北 위협·도발 억제와 韓 전투력 강화 효과"

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 정세에도 요긴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현 대북관계는 윤석열 정부 취임 후 2년간 극단으로 치달을 만큼 악화된 상황이다. 양국은 2019년 체결된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한 데 이어, 서로 오물풍선과 대북 확성기를 사용해 연일 도발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군을 파병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우리 정부와 정보 당국도 북한군 동향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내달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일정도 예정돼 있어 북한군의 추가 도발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팔란티어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북한 위협 억제 △북한 도발 관리 △전투 준비 태세 측면에서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AI 기반 분석을 통해 미사일 시험이나 다른 도발 행위 등 북한군의 이상 징후 패턴을 탐지해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김정은을 상대로 한 작전에도 물론 적용될 수 있다. 또 여러 출처의 정보를 결합해 잠재적인 도발 위협을 식별해 전략적 억지력도 강화할 수 있다. 여기에 잠재적 충돌 시나리오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또 혹여 북한과의 전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전투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먼저 각종 영상 정보와 센서 데이터, 정보 보고서 등 서로 다른 데이터 소스를 통합해 종합적이고 실시간 작전 공통 상황 운영도를 시각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지휘관은 물론 분석관도 복잡한 데이터를 좀 더 신속하게 이해할 수 있어 효과적인 작전 계획과 자원 배분이 가능하게 된다. 또 적시에 필요한 인력 규모도 미리 예측해 부족한 인력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한국군이 북한의 모든 행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한국군의 정부 수집 능력이 매우 높지만, 유통기한이 있는 정보를 단기간 내에 유기적으로 통합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라며 "군인들이 부가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행정 업무 등은 자동화 플랫폼에 맡기고, 군인들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물리적·정신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정말로 필요한 때 싸움이 가능한 군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프로그램도 하나의 '상품'이니만큼, 정부든 민간기업이든 이용하는 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해당 프로그램의 가격대는 얼마나 할까. 이 대표는 프로그램 가격대를 묻는 질문에 "숫자로 표현하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지금 한국 국방 예산 수준이라면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투기 한 대 가격이 700억~1000억원에 달하지 않나. 전투기 한 대 가격을 투자하면 우리 군의 디지털 전환의 중요한 초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팔란티어 프로그램은 국방 외에도 각종 분야에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비영리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에 프로그램과 기술을 무상으로 지원해 대북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불법 자금 추적 및 원유 밀수 추적'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시국에 여러 정부를 대상으로 의료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질병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의 FDP(Federated Data Platform·통합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거론하며 한국의 공공 의료 시스템 향상 등에도 기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AI 기술은 최근 글로벌 경쟁의 판도를 바꿀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주요 고객층인 미국 정부에 대해서도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며 미국의 기술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며 "압도적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면 지금까지 했던 것 이상으로 노력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정치권에서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I와 소프트웨어가 기술 패권 경쟁에서 굉장히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AI가 악용돼 '인간에게 칼을 들이밀게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에도 AI를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 기술이 각종 가짜뉴스와 성비위 사건에 악용된 바 있다. 특히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최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에서도 각종 정부기관과 지자체는 물론, 입법 기밀들을 보관하고 있는 국회까지 '보안령'을 내렸다.

조셉 리 팔란티어 한국 공공부문 대표 ⓒ시사저널 최준필

'AI 가치' 철학이 '딥시크'와의 차이점

이에 이 대표는 'AI의 본질적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가 팔란티어의 주요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본질적 가치는 딥시크와 같은 'LLM(Large Language model·대규모 언어 모델),' 즉 추론 모델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고객 조직의 본질적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대로 선택 기회를 주고, 순리대로 AI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과 기계가 소통해 실제 조직이 일하는 '온톨로지' 방식으로 업무 현실과 데이터 기반 로직이 연결돼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LM 추론 모델은 딥시크 사태가 시사한 것처럼 빠르게 범용화될 것이고, 추론 모델만으로는 진정한 비즈니스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진실을 고객들이 금세 깨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팔란티어는 기업 운영의 핵심 철학으로 '인간'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기술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의 자유와 창의성, 존엄성을 보호하고 보완하는 기술이 돼야 한다. 인간 자체를 대체하고 존엄성을 해치는 기술이라면, 그 기술은 인간에게 도움이 안 되는 기술"이라며 "저희 모든 팔란티어 직원들은 우리의 기술이 반드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확장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 같은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역설했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팔란티어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는 요인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당초 미국 일각에서는 저희에 대해 '실리콘밸리 이단아다' '미국 제국주의를 돕고 있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저희는 태동부터 근본적으로 인권 보호와 민주 자유 질서 수호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고,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사람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효율적으로 바꾸는 디지털 전환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의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려는 저희 철학을 보고 투자자들도 이렇게 신뢰를 보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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