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스윙의 옹이와 나무 옹이 무엇이 다른가?

방민준 2025. 2. 1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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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가 골프 스윙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영국의 세계적인 식물탐험가 트리스탄 굴리(Tristan Gooley)의 '나무를 읽는 법(How to Read Nature)'을 보면 나무의 옹이가 생기는 까닭을 알 수 있다. 트리스탄 굴리는 자연 특히 숲의 나무에서 얻은 단서들을 활용해 길을 찾는 자연항법(Natural Navigator)의 전문가로, 5개 대륙을 탐험하며 나무를 읽는 기술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했다. '자연계의 설록 홈즈'로 불리며 영국 왕립항해학회가 수여하는 메달을 받은 나무 전문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에 따르면 나무의 옹이는 기상이나 지형 변화 또는 인간이나 동물의 침범에 의해 생긴 상처를 스스로 치료하면서 생긴 흉터다. 생존을 위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 흔적이다. 따라서 나무의 옹이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 나무가 어떤 위험과 고난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골프 지도자들은 입버릇처럼 '옹이 없는 스윙'을 강조한다. 뒤틀리거나 걸림 없이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런 스윙은 모든 골퍼의 꿈이기도 하다.



 



나무에 생긴 옹이는 나무가 겪은 외부로부터의 위해(危害) 정도를 보여준다면 골프 스윙에 생긴 옹이는 외부가 아닌 자기 신체 움직임의 불균형 또는 부조화로 생긴 상처나 흉터를 보여준다. 



 



골프 스윙에서 옹이는 대부분 몸의 균형을 잃을 때나 순간적으로 힘을 주려고 할 때 생긴다. 무리하게 스윙하다 보면 균형이 무너지기 쉬운데 무너지는 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자동으로 몸이 반응하게 되는데 이때 근육에 옹이가 생긴다.



백스윙할 때,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할 때, 임팩트 존을 지날 때 힘을 줄 때 근육이 순간적으로 꿈틀하는 것도 스윙 궤도에 옹이가 생기는 원인이다. 자연스런 근육의 움직임은 스윙에 가속력을 더하지만 궤도가 흐트러질 정도의 과도한 동작은 오히려 가속을 방해한다. 스윙 궤도에 옹이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서예에서 일필휘지(一筆揮之)란 붓이 어디 한순간 멈추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거의 한 동작처럼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골프의 샷도 서예에서처럼 일필휘지로 만들어졌을 때 이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옹이 없는 스윙이란 바로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런 스윙이란 뜻이다. 궤도가 고르지 못한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가 속도를 낼 수 없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고 옹이가 많은 샷은 헤드 스피드를 감속시키고 방향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골퍼의 진화는 자신의 스윙에서 얼마나 옹이를 없앨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신의 어떤 동작이 스윙 궤도에 옹이를 만들어내는지 각성하고 부단히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골프 스윙에서 옹이가 항상 척결의 대상만은 아니다. 타고난 신체적 특성, 또는 후천적 습관이나 부상으로 생긴 옹이는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옹이를 자신만의 무기로 변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미 굳어진 옹이를 억지로 없애려고 덤비다간 더 큰 화를 자초하기 쉽다. 몸은 이미 굳었고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TV에 나오는 젊은 프로들의 그림 같은 스윙을 익히겠다고 애쓰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본다. 그들의 공통점은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거의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흉터가 된 자신의 옹이에 대한 긍정적 이해와 활용이다. 굳어진 스윙의 옹이가 자신만의 무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 한국과 일본에서 5승을 거둔 낚시꾼 스윙의 최호성 등은 교과서적인 스윙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 교습가들의 눈으로 보면 옹이투성이로 보인다.



그럼에도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은 스윙의 옹이를 자신만의 무기로 활용하는 비법을 나름대로 터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손을 쓸 수 없어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口足畫家)는 옹이 투성이 골퍼들에게 길을 보여준다. 



 



스윙의 옹이를 제거해야 하느냐, 옹이를 받아들이고 함께 가느냐는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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