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는 지정학적 충격이자 고전경제학의 전복이다[경제적본능]

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2025. 2.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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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경제적본능'은 CBS 유튜브 채널 <CBS경제연구실>에 오후 6시마다 업로드되는 경제 전문 프로그램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우리의 경제적 본능을 인정하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조건을 탐구하고 실용적 지침까지 제안해 드립니다. 해당 녹취는 강정수 센터장과의 인터뷰 내용 일부로, 전체 내용은 경제연구실 '경제적본능'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경제적본능'
■ 진행 : 윤지나 기자
■ 대담 : 강정수 블루닷AI연구센터장

딥시크가 개인정보를 '과하게' 수집하는 이유


◆ 윤지나 > 딥시크가 나오자마자 챗GPT가 등장했을 때와는 또 다른 반응이 있었습니다. 챗GPT의 경우에는 "와, 대단하다! 역시 미국 빅테크 기업의 첨단 기술은 뛰어나!"라는 반응이었는데, 딥시크에 대해서는 초반에는 그 가성비적인 기술력에 놀란 다음, 바로 개인정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것이 중국 정부에 의해 어떻게 활용될까?"라는 논란이 이어졌죠. 아마도 이것은 딥시크를 개발한 주체가 중국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 강정수 > 그 비판은 저는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 비판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죠. 중국은 권위적인 정부고, 검열과 억압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딥시크 이전에 중국 내 AI 개발자들과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그들이 "우리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AI가 해야 할 말도 가르쳐야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말도 가르쳐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번에 개인정보 이용 약관이 논란이 되었잖아요? 이용 약관을 보면 과도하게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불법적인 개인정보 취득을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메타의 인스타그램 정도도 유사한 수준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윤지나 >딥시크는 소스도 공개하고 이 걸로 돈을 벌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잖아요.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강정수 > 오픈AI도 초기에는 많은 정보를 저장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AI는 보통 장기 기억력이 바닥 수준입니다. 우리가 한 달 전 대화를 나눴다고 해도 AI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는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려고 합니다. 둘째, AI는 키워드 검색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이를 "의도의 경제(Intent Economy)"라고도 부르는데요.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해야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딥시크가 잘못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옵트아웃(Opt-out)'이 없다는 점입니다.

◆ 윤지나 >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약관을 읽을 때, 나는 이 정보는 수집하도록 허락하겠다, "예" 또는 "아니요"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딥시크는 그런 항목 자체가 없다는 거군요. "사용하려면 필수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이런 방식이군요.

◇ 강정수 > 비판받아 마땅한 문제입니다. 미국에서 틱톡을 금지하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틱톡이 중국 정부로 데이터를 넘긴다는 물증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만으로도 미국 정부는 금지 조치를 추진했습니다.

◆ 윤지나 > 아예 딥시크 사용을 안해버리는 방식이 맞나요? 챗GPT에서도 추론 결과값을 얻는 데 유용한 건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정보를 일단 입력을 시켜야 하잖아요? 그 정보들이 어떻게 쓰일 줄 알고?

◇ 강정수 > 중국 정부가 그간 보여준 문제 때문에 걱정이 되면, 오픈AI의 엔터프라이즈 모델을 사용하거나, 딥시크를 자체 서버에 다운로드받아 운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무조건 덮어놓고 쓰지 말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AI 정부"라는 개념이 화두입니다. 한국도 이에 맞춰 AI 전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AI 정부, 지금 정말 중요한 화두거든요.

◆ 윤지나 > 왜냐하면 고위 공무원 같은 경우,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라는 질문에 대한 '추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AI의 강점이니까요. 이런 의사 결정 과정에서 AI가 활용된다면 효율성이 정말 높아질 것 같네요.

◇ 강정수 >엄청나죠. 사실 AI 정부를 도입하려는 트럼프의 접근 방식이나 일론 머스크의 행보에는 저도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그 방향성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AI를 활용해 행정 업무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 윤지나 >공무원들을 줄이는 근거로도 활용될 수도 있겠군요.

◇ 강정수 > 결국 AI 정부로 간다는 것은 고위직 공무원의 숫자를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정부 내부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연내에 1만 2천 개의 GPU를 확보하겠다" 이런 정도죠. 궁색합니다.

AI 경쟁, 기술 발전을 넘어 패권 싸움으로


◆ 윤지나 >그런데 이 모든 논란이 결국 중국이 개발한 AI라서 생긴 거잖아요. 만약 미국 기업이 이런 정책을 시행했더라도 이렇게 논란이 됐을까요?

◇ 강정수 > 사실 초기에는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AI 리터러시(AI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관련 주요 기술 데이터를 챗GPT에 입력해서 개선 아이디어를 받으려 했던 사건이 있었죠.
그게 알려지자마자 삼성전자는 AI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AI를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안전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 윤지나 > AI를 가치 중립적인 기술로 접근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 강정수 > 네. 기술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주체들은 그렇지 않죠. 결국 중국도 이번 딥시크 사건을 계기로 AI 생태계를 주도해 보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것이고, 미국도 이에 맞서 경쟁을 심화할 겁니다. AI 패권 경쟁이 시작된 것은 이미 2022년 7월,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미·중 간 AI 군비 경쟁가 본격화됐다"고 보도하면서부터예요. 2023년 2월에는 <타임(TIME)>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류 최초의 AI 전쟁"이라는 특집호를 발행하기도 했죠.

◆ 윤지나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AI 기술이 엄청나게 활용되고 있다고 하고 팔란티어(Palantir) 같은 기업은 아예 CEO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고 그러더라고요. AI 패권 경쟁이 진행되면서, AI 기술은 결국 '누가 더 잘 활용하는가'의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 강정수 >저는 AI가 결국 '커머더티(Commodity)'가 될 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네이버나 카카오가 데이터베이스(DB)로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는지 신경 쓰지 않잖아요? AI도 그런 수준으로 발전할 겁니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오는 거죠.

◆ 윤지나 >그렇다면 지금 이야기하는 AI 패권 경쟁이라는 것은 어느 차원에서 벌어지는 걸까요?

◇ 강정수 > 현재는 인프라 구축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인프라 경쟁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AI의 진정한 가치는 애플리케이션에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면서, 이를 소비자가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거예요. 그리고 지금 중국은 이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AI,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7년까지 3,500만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장에 배치하겠다는 목표도 이미 발표한 상태죠.

◆ 윤지나 > 중국은 원천기술 면에서는 미국에 뒤쳐졌을지 모르지만 AI서비스, AI와 다른 기술의 접목 등의 경쟁에서는 자원을 어마어마하게 투자하는 게 느껴져요.

중국의 도약, AI와 로봇 통해 제조업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 

◇ 강정수 > 중국은 단순히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에 AI를 적극적으로 접목하고 있습니다. 제 여동생이 운영하는 종이컵 공장은 과거 한국산 기계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중국산 AI 기계를 사용합니다. 이 기계는 컴퓨터 비전을 활용해 종이컵의 결함을 자동 감지하고 불량품을 걸러내며, 전체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AI를 활용해 제조업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려는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AI와 로봇이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생산성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저는 우리가 배워야 될 건 뭐냐 하면요. 기술 강국으로 가려 했던 계획들을 세워 놓고 있었다는 거예요. 2023년에 휴머노이드 강국이 되겠다며 2030년까지 7개의 글로벌 리딩 기업을 만든다, 그걸 위해서 2천여 개의 휴머노이드 기업에게 투자한다는 거죠. 또 2027년에 중국 공장에 3500만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장에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좀 과한 목표긴 하죠.

◆ 윤지나 > 이미 값싼 인력인데 여기에 3500만대 로봇을 제조공장에다 투입하면…

◇ 강정수 > 인도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하겠다라는 거거든요. 제조의 강국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라는 거예요. 여러분 지금 저기 트럼프가 막 난리 피우는 것 같아도요. 기조에는 1기 때 하고 2기 때 다른 게 있어요. 1기 때는 파트너가 석유 재벌이나 뭐 이상한 부동산 재벌들밖에 없었어요. 근데 2기 때는 실리콘 밸리가 파트너가 된 거예요. 그러니까 즉 마가의 주체가 실리콘 밸리로 정해진 겁니다. 새로운 미국을 만드는데 테크놀로지를 앞세우자. 테슬라부터 시작해서 NVIDIA, 구글도 피지컬 AI 해서 로봇의 운영 체계, 학습 체계를 자기네들이 만들겠다. 여러분 이것이 들어오면 경제가 어떻게 바뀔 것 같습니까?

◆ 윤지나 > 생산성이 엄청나게 좋아지겠죠.

◇ 강정수 > 그동안 자본과 기술력을 꾸준히 변화시키면서 생산이 높아져왔는데 노동력은 인간은 쪽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쉽게 늘릴 수가 없었죠. 이것이 모든 경제학에서 상식이었는데 3500만 대의 로봇을 투입한다? 세상이 경제학의 작동 원리가 완전히 바뀐 사회로 가는 겁니다. 자유무역은 분업이 기본 원리였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게 통하지 않는거죠.

◆ 윤지나 > 고전경제학, 비교우위를 전제한 자유무역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실리콘벨리의 '테크 브로' 문화, PC 따윈 집어치우고 기술만 달려  

◇ 강정수 > 미국은요,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가들이 '효과적 가속주의'를 내세우며 기술 개발을 최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규제를 줄이고 무조건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달려가며, 과거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자들을 무시하고 오직 기술 발전에만 몰두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옳으니 그르니, 포용성, 다양성, 여성 존중 나 이런 거 싫고 그냥 마초처럼 달리게 해줘. 이게 흔히 말하는 '테크 브로(tech bro)' 문화죠. 막 주짓수 배우고 에너지드링크 먹고 고대 신화에 나오는 전사들 앞에다가 내세우고 이러는 것들이 지금 미국에서 기술 드라이브와 함께 가고 있는 문화적 흐름입니다.

◆ 윤지나 > AI 기술이 생활과 경제 구조까지 바꿀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변화는 언제쯤 체감될까요?

◇ 강정수 >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이 추진하는 AI 기반 제조업 혁신,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 등은 향후 5~10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입니다.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경제와 패권 경쟁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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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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