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조기 종전 후 中 집중”...모습 드러낸 트럼프 2기 軍전략

최유식 기자 2025. 2.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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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차이나]
美 군함 2척 대만해협 첫 항해
해병대 주축 5000명, 中근해 배치
美국방 “태평양서 中 억제가 최우선”
미 해병대 242 전투공격비행대(VMFA) 소속 F-35B 전투기가 2월3일 필리핀해를 순찰 중인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호 갑판에 착륙하고 있다. /미 해군

미 해군 구축함 랠프 존슨호와 해양측량선 보디치호가 2월10일부터 12일까지 2박3일간 대만해협을 항해했습니다. 미 해군 함정의 대만해협 항해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처음이었어요.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 동부전구 사령부는 발끈했습니다. 동부전구 대변인 리시 대교(대령)는 12일 새벽 소셜미디어에 올린 담화문에서 “미군의 행위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안보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비판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보호할지에 대한 확답을 피해왔습니다. “보호의 대가를 더 내놓아라”고 대만을 윽박지르기도 했죠. 대만 내에서는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직후 미군의 움직임을 보면 대중 군사 압박의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여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1월말 5000명의 해병대, 해군 병력과 3척의 대형 상륙함으로 구성된 상륙준비단(Amphibious Ready Group·ARG)을 중국 근해에 투입했습니다. 대만 유사시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신속대응부대를 보낸 거죠. 미 공군도 2월11일 영국, 호주, 캐나다 공군과 함께 미중 충돌에 대비해 서태평양에 연합 공군력을 전개하는 ‘뱀부 이글(Bamboo Eagle) 2025-1’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미 해양측량선, 대만해협 정밀 탐사

존슨호는 미 해군 주력 수상전투함인 알레이버크급 최신 구축함(만재 배수랑 9200t)이죠. 보디치호는 해저 지형 탐사, 수중 소음 측정, 근거리 도·감청 등을 담당하는 첩보수집함입니다. 두 함정은 2월10일 동북쪽에서 대만해협에 진입해 2박3일간 서남쪽으로 항해했어요.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두 함정의 대만해협 항해는 기존과 다른 점이 적잖았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두 척의 함정이 올 때는 모두 구축함 등 전투함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해양측량선이 참가했어요. 보통 하루 만에 항해가 끝나는데 2박3일 간 항해를 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중국 군사전문가 장쥔서는 “해양측량선이 대만해협 해저 지형 구조를 측량해 그리면서 해저 소음 데이터도 확보하는 등 첩보 활동을 하느라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했어요.

과거 미 해군 함정의 대만해협 항해는 미군이 먼저 발표하면 중국에서 반응을 내놨는데, 이번에는 중국이 먼저 공개한 것도 달랐습니다. 대만해협은 우리 관할이라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강조하려는 의도였겠죠. 이에 대해 미 해군은 “연안국 영해에 속하지 않는 항로로 항해했다”면서 “어느 나라도 항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조선일보DB

◇항모급 상륙함, 해병대 상시 배치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월5일 미 해병대·해군 병력 5000명과 최신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호 등으로 구성된 상륙준비단이 중국과 가까운 제1도련선에 배치됐다고 보도했어요. 제1 도련은 일본 열도와 대만, 필리핀, 보루네오섬 등을 잇는 선이죠. 이 상륙준비단에는 오키나와에 주둔 중이던 미 해병대 제31원정단(MEU)이 배치됐는데, 뉴스위크는 “위기 대응과 억지력 투사를 위한 부대”라고 했습니다.

아메리카호는 미군 최신예 강습상륙함으로 길이 257m, 폭 32m에 만재 배수량이 4만5000t에 이르는 항모급 상륙함이죠. F-35B 스텔스 전투기, AV-8B 해리어 전투기,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등 40여대를 탑재합니다. F-35B는 최대 20대 이상을 실을 수 있다고 해요.

미 해군은 “아메리카호와 제31원정단이 7함대가 관할하는 필리핀 해역을 정기적으로 순찰하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오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끝낼 것으로 보고 있죠. 최신 항모급 상륙함과 해병대 정예부대로 구성된 기동전단을 중국 근해에 상시 배치하는 건 실전 준비 태세를 갖추겠다는 뜻입니다.

2024년 9월 5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는 미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호. 이 상륙함은 1월말 신속대응부대의 일원으로 필리핀해에 배치됐다. / 김동환 기자

◇본토 공군력 서태평양 전개 훈련도

미 공군은 2월11일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20대의 공중급유기를 동원해 태평양 지역에 연합 공군 전력을 전개하는 ‘뱀부 이글25-1’ 훈련에 들어갔어요.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군과 충돌이 발생했을 때 미국 본토의 공군력을 태평양으로 전개하는 훈련으로 작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번엔 영국과 호주, 캐나다 공군이 참여했어요. 유사시 나흘 안에 미 본토 공군력을 서태평양에 전개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분명한 대응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큰 그림은 나온 것으로 보여요. 중동과 우크라이나 지역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 견제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월1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동맹국 회의에서 “우리는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이익을 위협할 의도와 능력을 갖춘 중국이라는 경쟁자에 직면해 있다”면서 “자원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태평양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국을 억제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할 것”이라고 했어요. 중국이 대만 침공을 꿈꿀 수 없도록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미 공군이 2월11일 캘로포니아 연안에서 최소 20대의 공중급유기를 동원해 미 본토 공군력을 서태평양에 전개하는 훈련에 들어갔다고 미 군사매체 워존이 2월12일 보도했다. /워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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