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도박이 시작됐다”...트럼프의 막가파식 상호주의 결말은 [노영우의 스톡 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상호주의 관세’에 세계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그는 철강과 알루미늄 업종에 대해 전 세계를 상대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으로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에 대한 고율 관세도 예정돼 있다.
미국을 상대로 흑자를 내는 국가들에게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별도의 관세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의 무역협정도 무시하고 동맹 여부도 상관없이 쏟아내는 트럼프의 ‘막가파식 관세폭탄’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특히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따라 상대국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FTA는 WTO 조약에 우선한다. 이를 감안하면 한미 간에는 사실상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행정명령을 통해 3월12일부터 철강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WTO기준으로 한국보다 무려 24%포인트 이상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같은 기준으로 알루미늄과 이를 활용한 제품의 관세율은 미국 3.6%, 한국이 7.3%, 멕시코 4.1%, 캐나다 1.5%, 중국 6.8% 등이다. 미국이 25%의 관세율을 적용한다면 한국보다 4배가량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트럼프는 관세를 언급하면서 “상호주의 관세를 통해 우리는 동등한 무역을 원한다.”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그의 관세정책은 미국과 다른 나라 간에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어 모순적이다.
자동차를 포함한 운수업종의 관세율은 미국이 3.1%, 한국이 8.2%로 한국이 5%포인트 정도 높다. 만약 자동차와 반도체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과 미국 간의 관세율 차이는 큰 폭으로 역전된다. 캐나다 멕시코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로 간에 동등한 대우를 한다는 상호주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관세정책이다.
WTO와 FTA 무역협정은 상품 관세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상품 외에 서비스 교역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지적재산권 보장에 대한 협정과 분쟁해결 절차 등에 대해 일괄적으로 논의해 타결하는 방식으로 협정이 이뤄진다. 미국은 그동안 상품 관세는 낮게 적용하는 대신 서비스 교역이나 지적재산권 분야 등에서는 미국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해왔다.
이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과 일괄타결 방식으로 협정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관세만 갖고 불공정을 논하는 것은 트럼프식 억지논리다.
국제통화기금(IMF)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2025년 성장률은 2.2%,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8%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관세효과가 가세해 미국의 수입이 줄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 수출보다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린다면 미국의 GDP 상승률은 올라간다.

반면 미국에 수출을 하는 한국 중국 일본 멕시코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은 정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미국 수출이 줄 뿐만 아니라 국내에 투자하려고 했던 대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줄이는 대신 미국 현지생산을 위한 미국 투자를 늘린다.
이는 국내 성장률 감소로 이어진다. 아울러 미국의 고금리와 달러 강세로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이는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경기가 위축돼서 물가가 하락하는 효과와 함께 통화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맞물려 정도의 차이에 따라 물가의 흐름이 좌우된다.
일부 국가는 경기 위축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기위축을 막기 위해 영국 멕시코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금리를 내려 대응에 나섰다. 한국도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지만 달러당 원화 값이 여전히 1450원을 오르내리는 환율이 부담스런 형편이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은 당분간 미국 경제에는 ‘호황과 인플레이션’을 가져오는 반면 다른 나라는 불황의 늪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미국이 언제까지는 호황을 경험할 수는 없다. 거품은 결국 터진다. 미국 경제의 거품이 터진다면 그때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오는 것이 불가피하다. 트럼프의 상호주의가 위험한 도박인 이유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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