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사계절이 무너진다”…8개월 여름 시대로 달라지는 한국 풍속도
아열대 작물 재배 빠르게 확대
겨울엔 얼음 없어 축제 연기돼
더운 봄으로 꽃축제는 당겨져

우리나라 사계절이 무너지고 있다. 여름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면서, 익숙했던 계절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벚꽃은 해마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피고 단풍은 늦가을을 넘겨서야 겨우 물든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단순한 이상기후가 아닌, 지속적인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특히 올해 여름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기후학자들은 여름이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월 초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봄은 사실상 여름 같은 봄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후는 이미 아열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열대 기후란 월 평균기온이 섭씨 10℃ 이상인 달이 한 해 8개월 이상인 기후를 뜻한다. 길어진 여름과 함께 한국의 풍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레몬 난방 없이 수확하고…명절선물도 열대과일로=여름이 길어지면서 국내 아열대작물 재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아열대작물 재배농가는 2338곳, 재배면적은 4126㏊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1644곳·314㏊)과 비교해 농가 수는 1.42배, 재배면적은 1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망고·바나나·백향과 등 국산 열대 과일은 이제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산 애플망고빙수는 프랜차이즈 카페나 호텔에서도 여름이면 찾는 인기 고정메뉴다. 이밖에 새로운 아열대작물이 늘고 있는데, 레몬의 경우 전남 장성군은 2022~2023년 2년간 총 35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최근 무안에서는 겨울철 난방 없이 국산 레몬 품종 ‘제라몬’을 첫 수확했다. 오크라, 공심채, 차요테, 히카마 등 동남아에서만 보던 다양한 아열대 채소들의 학교 급식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10일 경북도는 포항에 우리나라 1호 아열대작물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경북은 사과·복숭아 등 대표적인 온대과수 생산 지역이지만 최근 연속적인 불볕더위와 늦더위를 겪으면서 아열대작물을 육성키로 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아열대 농업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확대해 가고 있다.

◆얼음 없는 겨울축제…때 이른 꽃에 축제 앞당겨=축제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겨울 축제는 얼음이 얼지 않아 연기되고, 봄·여름 축제는 점점 앞당겨지는 추세다.
강원 평창 송어축제는 2007년부터 매년 12월에 열렸으나(구제역으로 2011년 제외) 지난해는 올해 1월로 연기됐다. 안전을 위해 얼음 두께가 20㎝ 이상이어야 하지만 따뜻한 날씨 탓에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천 꽁꽁축제도 2주 연기되고 얼음이 얼지 않을 것을 대비해 물 위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을 늘렸다. 인제 빙어축제는 얼음 문제로 2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꽃축제는 앞당겨지고 있다. 더워진 봄의 영향으로 벚꽃축제는 4월 중순이 아닌 3월~4월 초순에 시작한다. 연꽃축제는 7월이 아닌 6월로 당겼다. 전남 무안군은 올해 무안 연꽃축제를 6월26일~29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년 만에 열린 인천 강화 해바라기축제는 해바라기가 일찍 피고 더위로 빨리 져서 사흘 만에 종료되는 헤프닝도 겪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후 변동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영국 가디언은 4일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 관측 결과, 20년 후에는 빙하 없는 북극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1월20일 지구온난화가 산불, 폭설 등 이상기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워지는 계절 속에서 우리의 생활과 문화, 농업까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절은 우리가 기억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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