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인재 관리 트렌드에 관한 단상[IGM의 경영전략]
[경영전략]

매년 이 시기 즈음에는 인사조직, 교육, 인재 관리 관련 컨설팅업체와 교육기관이 관련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거나 세미나 혹은 포럼을 개최한다.
각 기업의 인사(HR) 관련 임원, 부서장과 담당자는 이를 토대로 단기와 중장기 HR 및 교육(L&D) 전략과 실행방안 수립을 시도하기도 하고, 이런 트렌드와 특정 기업들의 사례를 기초로 ‘우리 회사’가 더 나은 조직으로 변모하고 더 좋은 인재가 많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다만 그 트렌드에 매몰되거나 압도된 것은 아닌지 회의적인 관점으로 볼 필요도 있다.
이 글은 이런 일련의 반복적 시도와 접근이 과연 유의미한 것인지에 관한 문제의식과 HR·L&D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HR과 L&D의 역할에 관한 진부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리서치 펌인 가트너(Gartner)는 매년 HR 임원들을 대상으로 그해 당면 HR 과제를 일관된 형태로 발표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일관되게 발간하고 있다. 가트너가 제시한 올해 주요 주제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리더와 관리자 육성(Leader and manager development): 일상 업무에 압도된 리더들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2.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 빈번한 기업과 조직 비전 내재화 실패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전략적 인력계획(Strategic workforce planning): 단기적 인력 규모(Headcount) 계획 이상의 중장기적 인력 예측과 관리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4. 조직 혁신 및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조직 혁신과 변화관리를 구성원 관점에서 피로감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5. 디지털 HR(HR technology): 변화된 사업환경과 업무구조 혁신과 연계된 HR 시스템, 솔루션 도입을 시도해야 한다.
이상의 5가지 우선순위 높은 HR 과제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새로운 것은 없다. 이는 최근 3개년 동안 가트너가 언급한 5개의 트렌드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거두절미하고 새로운 것이 있는지 고민스럽다. 결과적으로는 HR과 인재 관리, 교육 영역에서의 메가트렌드의 변화는 극히 제한적이고 다르게 표현하면 일관성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많은 것들이 변화한 현재
그렇다면 이 일관성은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경영자와 구성원(일반 직원)들이 갖는 HR·L&D에 기대하는 바에 일정한 흐름과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고 그 기대는 현재의 HR·L&D 입장에서는 도전 과제다.
앞서 가트너의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도전 과제들이 리더·관리자 육성, 조직문화 등 경영자와 구성원(직원·개인)의 측면에서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적절한 질문과 그에 부합하는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첫째 질문은 HR과 L&D가 경영자의 기대 혹은 우려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기업과 조직, 특히 최고경영자(CEO)는 시장과 경쟁 여건의 불안감이 깊고, 그에 따라 조직과 인재의 역량이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어떻게 올려놓을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2025년의 한국 경제 전망과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경영 여건은 특별한 설명과 근거를 제시할 필요도 없이 절대적 위기, ‘완전한 걱정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이때 경영자의 기대와 요구는 “지금 당장의 성장과 성과를 위해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인가”로 귀결된다. 과연 이를 위해 HR·L&D는 어떤 시도를 해왔는지 복기해 봐야 한다.
다음으로 구성원의 기대 혹은 냉소에 관한 것으로 HR과 L&D가 개인(직원)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의 변화를 경험했다. 특히 회사의 직원은 서서히 ‘집단적 구성원’이 아니라 ‘나의 성장과 가치’를 스스로 정의하고 인정받고자 한다. 결국 회사와 개인 간의 관계 정의도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조직 충성도(Loyalty)를 말하는 회사는 없다. 직무 몰입도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회사가 여전히 많지만 그것도 이제는 진부해 보인다. 더 이상 ‘일터와 보상’의 공급자적 지위는 유효하지 않다. 회사는 직원 경험과 고용경쟁력이라는 차원에서 ‘인재(Talent)의 수요자’로서의 태세 전환을 반드시 해야 한다.
완전히 달라진 경영환경
새로운 것도 없는 이 트렌드 혹은 오래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변화의 시작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우리 기업의 HR·L&D 역할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본질적 가치를 인정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라 본다.
첫째, HRBP(HR as Business Partner), LDBP(L&D as Business Partner)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HR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꽤 오래전부터 HRBP 개념을 도입하고 실제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L&D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거나 생소하다.
그 이유는 아쉽게도 그럴 역량과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경영자와 사업부서의 신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L&D가 비즈니스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L&D 고유의 전문성과 함께 비즈니스 전문성과 컨설팅 역량까지 그 능력의 축적과 확장이 꼭 필요하다.
회사 혹은 특정 사업부의 성과 창출에 어떤 기술과 지식, 경험이 필요한지 정의하고 그것을 인사제도, 인력계획, 교육훈련에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에 부합하는 L&D 역량을 재정의하고 사업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내 교육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둘째, 직원 경험 여정의 틀에서 HR·L&D의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HR·L&D 혹은 HRM·HRD 간의 이분법적 사고와 조직 논리는 방해 요소이고 전략적 인재 관리라는 큰 틀에서 HR·L&D의 연결과 연계,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직원 경험 여정을 장기근속의 관점에서 생애주기로 정의하면 곤란하다. 재직기간이 1년이건 10년이건 입사와 퇴사에 이르는 동안 직원의 경험을 어떻게 향상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 조직적 변화가 전제된 상황에서 인재 확보(채용, 이동 배치, 직무 전환), 인재 강화(교육과 성과관리, 성장 지원), 인재 유지(리더십, 조직문화, 핵심 인재 강화, 퇴직 관리 등)의 흐름으로 전략적 인재 관리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HR·L&D 입장에서의 합리화가 아닌 조직과 구성원 관점에서의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
기업의 본업 속성과 사업전략과 충분히 연계된 HR·L&D는 2000년대 초반 광풍이 불었던 신인사제도 혁신이 활발했던 때에도 흔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것을 HR과 L&D는 인사제도와 교육체계도 구축으로 합리화한다. 틀은 갖춰져 있다는 논리다. 그리고 여전히 거기에 천착해 있다. 하지만 지금의 HR·L&D가 직면한 경영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사업적 속성의 변화는 차치하더라도 기술혁신의 속도만큼 빨라진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극심한 때이다. 많은 기업은 지금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거나 떠날 생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가득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일례로 기업 평판 사이트인 블라인드 게시글을 보면 인사·노무와 관련한 것들은 규정과 절차, 제도의 불합리성과 부조리에 대한 성토와 불만이 주된 내용이고, 교육과 육성 등에 관한 것은 일면 나의 성장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원이라는 차원에서의 ‘기대’와 ‘바람’ 등에 관한 것들이 주로 나타난다.
이런 차이를 꼼꼼하게 파악하고 어떻게 HR과 L&D에서 해소해 나갈지를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회사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구성원들은 명확하고 공정한 조직운영과 자기 성취와 성장, 기여에 대한 인정을 더욱더 강하게 회사에 요구하고 기대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거나 충족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 그 선택으로 그가 설령 그냥 ‘쉬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제는 더 지체할 수 없고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전략적 면모를 갖추기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
김태수 IGM세계경영연구원 가업가치혁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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