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게는 '미국기업 인질'이 많다[경제적본능]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경제적본능'
■ 진행 : 윤지나 기자
■ 대담 :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
친구였을 때 더 무서운 미국, 관세 사정권 우리도
◆ 윤지나 > 동맹국도 가리지 않고 세계를 향해 관세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 중국과 맞붙기 전에, 캐나다와 멕시코를 때렸어요. 동맹국에 25%, 중국에 10%. 동맹국이 어째 더 관세가 더 높아요. 우리도 동맹국인데 사정권에 들어가 있는 것 같고요.
◇ 전병서 > 미국과 친구가 되는 것은 적이 되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말이 있죠. 만약 트럼프가 중국에 한 번에 60% 관세를 때렸다면, 중국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반격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미 트럼프는 10% 관세를 부과했는데, 중국이 15%로 반격했죠. 그리고 거기에 추가적인 카드까지 꺼냈습니다. 원자재 수출 통제 강화, 구글을 정조준한 반독점 조사. 이것이 트럼프의 예상보다 강한 반응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 윤지나 >그런데 중국이 내놓은 보복 카드들을 보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더라고요.
◇ 전병서 >진짜 강력한 카드는 아직 꺼내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만약 정말 강하게 나가고 싶었다면, 애플을 건드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애플 대신 구글을 건드렸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구글 검색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구글을 건드린 것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 실제로 큰 타격을 주는 조치는 아니었어요. 또한 희토류 수출을 규제한다고 했지만, 영구자석(네오디뮴) 같은 핵심 희토류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영구자석은 전기차와 전자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흑연 역시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이고요. 중국이 이 두 가지를 건드리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텅스텐 같은 비교적 덜 중요한 희토류를 규제했어요. 즉, 중국은 "우리에겐 이런 카드가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겁니다.
◆ 윤지나 >그렇다면 트럼프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까요?
◇ 전병서 >트럼프의 전략은 단순합니다. 처음부터 60%를 때리지 않는다. 매달 2~5%씩 점진적으로 관세를 올린다. 이렇게 하면, 중국이 반격할 시간을 주지 않고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 있습니다.
◆ 윤지나 >그렇다면 중국도 이런 전략을 예상하고 플랜 B를 준비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대미 수출 아예 안된다고 전제하고 전략 짜는 중국
◇ 전병서 >그렇죠. 중국은 이미 "미국으로 수출을 못 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작년 중국의 GDP 성장률은 5.2%였고, 올해도 목표 성장률을 5%로 설정했어요. 이게 의미하는 바는 미국이 관세를 60% 때려도 중국은 최소한 5% 성장은 가능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으로 수출은 안 된다는 전제하에서 2025년 계획을 잡은 것 같아요.
◆ 윤지나 > 아예 미국으로 수출이 0이다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정하고 5%가 나온다고요?
◇ 전병서 > 과거 같았으면 미국이 최대 시장이고 미국에 못 팔면 죽는 것처럼 됐지만 지금 중국으로 보면 전체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 345% 정도 되고 그중에서 수출이 17%밖에 안 돼요. 그 17% 중에서 미국으로 가는 수출은 15%밖에 안 됩니다. 만약에 수출이 하나도 안 된다 그러면 GDP의 한 2.8% 정도가 마이너스가 나와요. 그럼 5% 성장을 목표로 했을 때 2%만 성장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 중국은 아까 지적하신 것처럼 내수 시장의 규모가 전 세계에서 제일 큽니다. 자동차 누가 제일 많이 사냐, 핸드폰 누가 제일 많이 사냐, 노트북 누가 제일 많이 사냐,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누가 제일 많이 사냐, 결국 다 중국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수출이 이제 0이 된다고 하면 내수를 5% 정도 확대를 시키면 이건 상쇄가 된다.
◆ 윤지나 > 그런데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이 안 좋잖아요? 내수를 키우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전병서 > 중국 정부는 내수를 살릴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재정 정책과 금융정책이죠.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큽니다.
◆ 윤지나 >그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생각보다 높아질 수도 있겠네요? 중국이 특히나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GDP가 확확 달라지는 나라이기도 하잖아요.
◇ 전병서 > 그렇죠. 오히려 미국의 제재 때문에 중국이 내수를 더 적극적으로 부양하면서 경제 성장이 더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금년 경기가 어떠냐 미중 전쟁 어떠냐 하는 것은 전문가의 얘기는 반만 듣고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나머지 반은 숫자를 봐야 됩니다. 주가지수가 있죠. 만약에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85% 보복 관세 받는다고 그러면 우리나라가 주식시장 어떻게 될까요? 주가 대폭락이겠죠. 그런데 중국의 증시는 방금 이제 얘기하신 대로 작년 9월 이후로 주가가 슬슬슬슬 올라가요.
미국이 관세로 목을 조르는데 중국 주가가 오르는 이유
◇ 전병서 > 지금 미국이 가장 이제 중국에 대해서 심하게 규제하고 어떻게 보면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이 문제가 되는 게 반도체예요. 우리 삼성은 주가가 반토막 났는데 우리의 삼전 같은 중국의 SMIC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막 갱신해요. 소위 말하는 '제재의 역설'.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의 입김이 워낙 세기 때문에 이게 정부가 살리겠다고 마음 먹으면 멀리 가는 거죠. 미국은 딥시크 때문에 반도체 회사들이 휘청거리는데 중국은 거꾸로 주가들이 다 사상 최고치를 슬슬 올라가는 중입니다.
◆ 윤지나 >그럼 트럼프는 중국을 무엇으로 압박하려는 걸까요?
◇ 전병서 >아니요. 트럼프의 진짜 전략은 무역으로 중국을 흔들고, 기술 제재로 목을 조르고, 금융 개방을 요구하는 것. 결국, 트럼프의 최종 목표는 중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도록 만드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윤지나 >중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면, 미국에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 전병서 >미국의 월가(월스트리트)가 중국 시장에서 더 큰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중국은 현재 금융시장을 부분적으로만 개방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여기에 강하게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윤지나 >그런데 중국도 미국 기업들을 인질처럼 붙잡고 있잖아요? 애플, 테슬라, 월마트 같은 기업들은 중국이 강하게 나오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데요.
중국이 인질로 잡은 미국 기업 TOP4
◇ 전병서 >맞습니다. 사실 중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군사력이나 외교력이 아니라 미국 기업입니다. 지금 중국에 발이 묶여 있는 대표적인 미국 기업을 꼽아보자면 애플, 테슬라, 월마트, 인텔, 퀄컴 등이 있습니다. 애플은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의 95%가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중국이 만약 "아이폰 생산을 3개월간 중단한다"고 선언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폰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고, 공급망이 엉망이 되면서 애플의 주가는 폭락할 겁니다. 2023년 기준 애플의 중국 매출 비중은 18% 정도지만, 문제는 공급망이에요. 애플이 중국에 있는 공장을 베트남이나 인도로 옮기고 싶어도, 공정 기술력, 인프라, 물류 체계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중국이 "공장 철수? 괜찮아, 우리는 화웨이로 대체하면 돼"라고 나오면, 애플은 대책이 없습니다.
다음은 테슬라. 매출의 37%가 중국에서 나옵니다. 테슬라는 중국에 거대한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공장이 테슬라의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담당한다는 거죠. 만약 중국이 "공장 운영을 6개월 정지하겠다"고 하면, 테슬라의 생산량이 반토막이 납니다. 그리고 테슬라 차량 판매의 37%가 중국에서 이루어지는데, 중국이 보조금 정책을 바꿔 테슬라를 견제하면 판매량이 급감할 수 있습니다.
월마트 매장에서 파는 상품의 60%가 '메이드 인 차이나'입니다. 중국이 수출 규제를 하면, 월마트의 상품 공급이 어려워지고,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30~40%씩 오른 제품을 사야 할 수도 있어요. 특히 미국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많이 찾는 제품들이 중국에서 오는데, 이게 막히면 미국 소비자 물가(CPI) 상승 압박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트럼프가 표를 얻어야 할 블루칼라 계층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하죠.
인텔은 매출 중 27~30%가 중국에서 발생합니다. 퀄컴은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데, 화웨이와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대 고객이에요.
◆ 윤지나 > 아직 진짜 패는 꺼내지 않은 거군요. 미국도 중국의 이런 전략을 모를 리가 없죠. 그래서 반격 준비를 하고 있을텐데요.
◇ 전병서 > 중국도 미국과의 전면적인 경제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협상의 카드'로만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60% 관세를 때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쓰는 겁니다. 결국 미중 경제 전쟁은 무역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을 인질로 삼은 '공급망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문제는, 트럼프가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이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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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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