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속 여성들의 패션으로 읽는 역사와 문화

박세준 2025. 2.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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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 실용품이지만, 그 외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남들보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그 주인의 생각과 신념을 나타내는 수단이 됐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화에서 주인공은 수도복의 일부인 스카풀라로 추정되는 검은 천을 목에 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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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의 옷장/ 김정연/ 눌와/ 2만5000원

의복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 실용품이지만, 그 외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남들보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그 주인의 생각과 신념을 나타내는 수단이 됐다. 복식은 그 시대의 사회상과 문화는 물론 경제와 역사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보고 역할을 한다.

저자는 르네상스부터 벨 에포크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19점의 그림과 그 주인공 여성들을 소개한다. 의복뿐 아니라 신발과 머리 장식을 포함한 다양한 패션 아이템, 그림 속 숨은 요소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다양한 참고자료와 함께 제시되는 풍부한 배경설명으로 그녀들의 삶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김정연/눌와/2만5000원
신 중심의 중세시대가 저물고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시대가 찾아오자 여성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기 시작했다.

책에 따르면, 15세기 초 피렌체 여상 프란체스카 디 마테오 스콜라리의 초상화는 당시 굉장히 혁신적인 작품이다. 그림의 중심에 여성이 있고, 그녀가 입은 의복과 장신구를 비롯한 모든 요소가 주인공인 프란체스카의 출신과 가문의 부유함 등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상화 속 복식으로 여성의 생각과 신념을 확인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지네브라 데 벤치의 초상화에서 주인공은 수도복의 일부인 스카풀라로 추정되는 검은 천을 목에 걸치고 있다. 오빠의 강요로 진행된 결혼에 반발하면서 당시 여성들의 피난처였던 수녀원과의 유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나중에 그녀는 아예 수녀원에 들어가 검은 수도복을 입은 초상화를 남겼는데, 젊은 시절 초상화보다 오히려 밝고 생기 있는 표정으로 묘사된 게 인상적이다.

초상화 주인공들의 복식은 그 시대를 증언하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의복의 유행에는 당대의 문화와 경제가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어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에도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초상화 속 주인공의 정체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후대에 남겨진 문서 등을 근거로 피렌체의 부유한 상인의 아내였을 것이란 설이 있다. 그때 궁정 화가로 활동하면서 대부분 공작가나 귀족 집안의 의뢰를 받았던 레오나르도가 왜 상인의 아내를 그렸을까. 당시 그는 17년간 밀라노 궁정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낸 뒤 고향인 피렌체로 돌아왔다. 후원자가 사라진 만큼 여러 화가가 경쟁하고 있는 피렌체에서 새 작품으로 인맥을 키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모나리자’ 속 여인은 장신구를 하지 않은 채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다. 초기 학자들은 상복으로 여겼지만, 현재는 금실 자수로 장식된 실크 드레스가 세월이 지나면서 빛을 잃었다는 게 정설이다. 초상화 속 주인공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피렌체의 직물업자로, 뽕나무 재배부터 실크 생산에까지 모두 관여하는 큰 상인이었다. 초상화를 그리는 부인을 위해 남편은 당연히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을 준비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모나리자’는 지금까지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탈리아 패션 산업의 일면을 보여주는 셈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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